'MZ세대 놀이터' 메타버스, 방송가에 '기회의 땅' 될까 [★창간17]

[스타뉴스 창간기획-메타버스, 신한류를 열다] 메타버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시장

윤성열 기자  |  2021.09.06 15:00
제페토가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와 진행한 이벤트 /사진=제페토 제페토가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와 진행한 이벤트 /사진=제페토
메타버스(metaverse)가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처럼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공간을 일컫는다.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랜드의 확산으로 메타버스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1980년 초~2000년 초 출생)의 놀이터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한류 시장도 MZ세대가 소비하는 메타버스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걸 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안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열었다. 이 팬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 명의 이용자가 몰려들었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은 같은해 북미·유럽 인기 메타버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안무 버전을 최초 공개했다.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는 방송가도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첫 선을 보인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는 '제페토'와 손잡고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시도했다. '라우드' 참가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아바타용 티셔츠를 구매해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를 실제 간식차로 지원사격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관심을 유도했다.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인기 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주인공 현진의 방을 '제페토' 내에 구현해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메타버스, 방송 제작 新트렌드 되려면..





몇몇 방송사는 이미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특집성 또는 시즌제 예능 콘텐츠까지 긴밀히 구상하고 있다. 스페이스래빗 유일용 제작본부장은 "메타버스는 분명 방송가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하고, 집밖을 나서기가 힘들어진 요즘 가상공간에서의 대리만족과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 펼쳐진다는 호기심이 들기 마련이다. 최근 다큐나 일부 예능프로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시도가 있었고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서비스 확대 계획과 전략을 발표하며 방송사들과 메타버스 예능, 드라마 제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계획은 없지만 메타버스가 방송가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당장은 실험적 성격이 강하기에 신규 시청자 유입을 위한 장르적 확장성은 떨어진다. 기존 미디어와 메타버스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한계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 본부장은 "주 1시간 이상의 분량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은 매번 새롭게 가상현실을 만들어 적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본다"며 "메타버스를 활용한 쇼핑, 여행, 스타와의 만남, 운동경기 참가, 노래 경연 등 대중적인 시도들이 앞으로 새로운 방송 제작 트렌드가 될수 있지만, 그전에 메타버스 기술력의 보완과 현실적인 진입장벽을 낮춰 제작자와 협업이 상당 기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제페토에 구현된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촬영 세트  /사진=제페토 제페토에 구현된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촬영 세트 /사진=제페토




"메타버스 당장은 방송가에 위기, 장기적으론 함께 성장해야"





메타버스는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를 내놓는 방송 세태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지만, 메타버스의 빠른 성장을 바라보는 방송가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가뜩이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활성화로 '레거시 미디어'(TV 라디오 등 전통 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는 방송가에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BS 박성훈 CP는 "최근 십수 년 동안 우리 생활 속을 빠르게 파고든 SNS, OTT 등 새로운 매체들이 그랬듯이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역시 당장은 방송가에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메타버스는 가장 진보한 쌍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TV 같은 전통적인 일방향 미디어들을 더욱 낡아 보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커지더라도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작진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CP는 "이런 흐름이 TV라는 매체를 단기적으로 힘겹게 만들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TV 매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자체의 힘을 꺾어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역시 장기적으로는 TV 콘텐츠와의 공존을 통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실제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가 기존 미디어의 환경에서 벗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OTT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지만, 이러한 양적, 질적 콘텐츠를 상당 부분 기획, 제작하는 방송사의 영향력은 크게 줄지 않았다. 주요 채널 예능 프로그램 클립 영상이 유튜브에서만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티캐스트 조서윤 제작총괄국장은 "어떤 기술이 성장하고, 접목되더라도 방송 제작, 콘텐츠 제작의 코어에는 언제나 등장 인물의 캐릭터와 그것을 통한 스토리가 자리 잡고 있다"며 "메타버스 기술이 방송과 결합된다 하더라도 결국 콘텐츠는 프로듀서와 작가,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스토리 크리에이션 능력으로 그 결과물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메타버스와 방송 제작 분야는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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