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2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3루 수비를 하고 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지난해 KBO리그에서 홈런 30개를 쏘아 올렸던 파괴력은 보이지 않는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김하성의 시범경기 OPS는 고작 0.347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하성이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O보다 빠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속구에 적응하지 못하면 김하성은 실패한 계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제이스 팅글러(41) 샌디에이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김하성을 향해 무한신뢰를 보냈다.
스타뉴스는 24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팅글러 감독에게 ‘김하성이 타석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다.
팅글러 감독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오면 처음에는 부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운을 뗀 뒤 ‘적응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하성이 KBO에서 뛸 때는 오랜 시간 같은 투수들을 반복해서 상대하면서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 곳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하는 투수들은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다. 볼 스피드도 차이나고, 공의 움직임도 한국투수들과는 다르다.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스 팅글러(왼쪽 2번째) 샌디에이고 감독이 2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에 앞서 라인업 카드를 교환하고 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팅글러 감독은 또 “오타니도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고전했던 기록이 있다. 김하성 역시 다른 리그에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현재 김하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전혀 없다(Zero panic)”고 힘주어 말했다. 오타니도 데뷔 시즌인 2018년 시범경기에선 11경기 32타수 4안타 타율 0.125로 부진했다. 김하성의 현재 기록과 똑같다. 그러나 그 해 정규시즌에서는 22홈런 61타점에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925로 맹활약했다.
‘그렇다면 김하성이 타격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현재 고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빠른 공에 적응하기 위해서 훈련을 더해야 할 필요성이 있냐'는 스타뉴스의 질문에 팅글러 감독은 “일반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이 시기에 대부분의 야수들은 훈련도 더 해야 하고, 가능한 한 타석에서 투수들의 공도 더 많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훈련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실전 타격 연습을 진행한다. 오늘은 크리스 페덱(25)이 김하성을 포함한 5명의 타자들을 돌아가며 상대한다. 이런 방식의 훈련이 타자들에게 더 많은 실전 타격 연습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시범경기에 교체 출장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4경기 만에 안타를 추가했다.
샌디에이고는 이제 6번의 시범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과연 김하성이 팅글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타격하는 김하성.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