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남배→한화→수도권' 학폭 시한폭탄 예고, 초비상 야구계 [★현장]

대전=김우종 기자  |  2021.02.22 05:05
잠실구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잠실구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학교 폭력(학폭)' 이슈가 배구계에서 야구계로 옮아 붙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폭로에 야구계가 떨고 있다. 불과 보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시작은 여자 배구였다. 지난 10일 한 피해자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25·흥국생명) 쌍둥이 자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며 21가지 피해 사실을 나열했다. 결국 이재영과 이다영은 자필로 사과문을 쓰며 학폭 사실을 인정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둘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무기한 박탈'이라는 철퇴를 각각 내렸다.

남자 배구로 논란이 번진 건 13일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송명근(28), 심경섭(30·OK금융그룹) 등이 학폭 가해자인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이 둘은 자발적으로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18일에는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으로부터 12년 전인 2009년 폭행을 당했던 박철우(36·한국전력)가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감독도 잔여 시즌 지휘를 스스로 포기했다.

배구서 타오른 불은 야구로 퍼졌다. 19일에는 자신이 한화 A선수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당장 한화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피해를 주장한 B씨와 접촉한 뒤 당시 담임교사와 지인, 선후배 등과 직접 연락을 취했다. 20일에는 B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까지 남겨 한화 구단 측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21일 한화 측은 "안타깝지만 구단의 권한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구단 역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결과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씨 역시 개인 SNS를 통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구단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자세한 조사를 계속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A선수는 이날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묵묵한 모습으로 팀 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같은 날 수도권 두 구단의 A,B 선수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A와 B 모두 두 팀의 주축 투수로, 한 선수는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피해를 주장한 글쓴이는 자신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는 "몇 년 간 연락 없던 후배와 동기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 그들의 증언을 하나씩 녹음하고 있다. 증명할 길은 아주 많다"고 주장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일단 두 구단은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자체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야구계는 쇼크 상태다. 현재로서는 소속 구단 선수가 언제 어디서나 폭로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학폭 논란에 연루되는 것 자체 만으로도 당장 구단과 선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지금 모든 구단들이 다 초비상이다. 하지만 구단이 마냥 선수들을 감싸는 시대도 지났다. 이 기회에 모든 걸 다 깨끗하게 털고 가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폭력이 일상이었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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