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윤정희, 프랑스서 홀로 방치"..靑 국민청원 파장[종합]

남편 백건우 과거 인터뷰도 재조명 "내가 잘 아니까, 할 수 있는데 까지 했다"

윤성열 기자  |  2021.02.07 12:03
배우 윤정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배우 윤정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원로배우 윤정희(77·손미자)가 프랑스에 홀로 방치되어 있다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와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현재 관리자의 조치로 실명은 가려진 상태다.

청원인은 윤정희의 현재 상태에 대해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며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75)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백진희를 두고 있다.

청원인은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같은 생활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간병인도 따로 없고, 프랑스 정부 보조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세번 와서 청소를 해주고 간다"며 "형제들과의 소통은 아주 어렵고 외부와 단절이 된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원인은 "딸에게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감옥의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며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백건우와 백진희가 윤정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윤정희가 지난 2019년 1월 모친상 이후 여의도에 남아 치료를 잘 받고 있었다며 "그때 남편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아내와의 대면을 피해 호텔에 2달을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 2019년 4월 말에 갑자기 딸을 데리고 여의도에 나타나서 아침에 자고 있는 윤정희를 강제로 깨워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본인의 장모상 그리고 영유아기를 키워준 할머니 장례식에는 오지도 않던 백건우와 딸은 몇달 후에 다시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를 했다"며 "감추어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 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린다"고 했다.

백건우는 지난 2019년 11월 백진희와 함께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인터뷰 당시 윤정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며 "사람들은 나보러 혼자 간호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고 고백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은 당시 영화계와 클래식음악계에서도 소수만 알던 내용이었지만, 백건우와 백진희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게 됐다.

백건우는 "(윤정희가)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다.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윤정희(왼쪽)와 백건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정희(왼쪽)와 백건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또한 백건우는 2019년 초 한국에 들어왔지만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힘들었다고 했다. 백건우는 "그때 고맙게도 진희가 돌봐줄 수 있겠다 해서 옆집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 지금은 잘 있다"고 말했다. 백진희도 "엄마가 머무는 곳에 엄마가 익숙한 사진과 십자가, 옛날 잡지 같은 것을 가져다 놨다"며 "(2019년) 5월부터 요양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많이 편해지셨다"고 했다.

백진희는 또한 엄마의 건강 상태를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며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원인의 주장은 "윤정희가 평안히 지낸다"는 백건우의 표현과 거리가 멀었다.

청원인은 "작년 7월 말에 프랑스에 있는 여동생이 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차로 6시간 이상 거리를 운전해서 갔지만, 딸은 윤정희를 방치하고 본인 가족들끼리 3주 바캉스를 떠나서 만나지도 못했다"며 "딸과 배우자가 기본적인 간병 치료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남편은 자기 아내를 안본지가 2년이 됐다"고 폭로했다.

또한 청원인은 "(윤정희가)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애착은 끊임이 없고,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노후를 한국땅에서 보내길 원한다고 항상 얘기했다. 프랑스로 강제 이주되기 전에는 단기 기억만 없었지, 밝고 명랑하며 농담도 잘했다. 프랑스에 끌려가서는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더 늙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말미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게 청원자의 간절한 바람"이라며 "형제 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제대로 된 간병, 치료를 애원을 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고 근거없는 형제들 모함만 주위에 퍼트리니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을 한다"고 전했다.

청원글은 7일 낮 12시 기준 26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한편 윤정희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한국 영화 황금기라 불리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배우다. 1965년 오디션에서 발탁돼 1976년 영화 '청춘극장' 주연으로 데뷔했다.

데뷔 이후 무려 3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29번의 여우주연상 수상, 여배우 최초 국제영화 심사위원, 최초 해외영화제 공로상 수상 등 세기의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1976년에는 백건우와 파리에서 결혼했다.

윤정희는 지난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하며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극 중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중학생 외손자와 함께 살아가며 시를 쓰는 할머니 미자 역을 맡았다. 윤정희는 이 영화로 그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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