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신 분'들의 탈권위 행진, '우리 형' 리더십 야구판 바꾼다

한동훈 기자  |  2021.02.11 15:02
김택진, 정용진, 원기찬(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뉴스1, 삼성라이온즈 김택진, 정용진, 원기찬(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뉴스1, 삼성라이온즈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은 '택진이 형'이었다. 한국시리즈 매 경기 출근 도장을 찍어 현장과 스킨십을 늘렸다.


NC '택진이 형'을 시작으로 신세계 '용진이 형', 삼성 '기찬이 형'까지 이제는 '우리 형 리더십'이 대세다. 과거 프로야구단 고위층은 노출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컸다. 그러나 요즘은 단장, 사장은 물론 구단주까지 전면에 나서 야구판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형 리더십의 원조는 김택진(54) NC 구단주라 볼 수 있다. 김 구단주는 2019년 11월 NC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광고에 직접 목소리 출연했다. 지난 해에는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에서 노랑 머리의 중세 시대 대장장이로 분장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소통은 야구단에서도 이어졌다. 2020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 매직넘버 1을 남기고 직관에 나섰다. 10월 21일 광주 KIA전을 보러 갔는데 비 때문에 취소됐다. 23일에는 대전 한화전에 출동했다. 6-11로 패했다. 24일 안방인 창원 LG전까지 찾았다. 삼고초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직접 목격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는 1차전부터 6차전까지 '개근'하며 택진이 형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했다.

사실 야구계에서 '탈권위' 선두주자는 차명석(52) LG 단장이다. 2018 시즌을 마치고 부임한 차 단장은 '메이저리그식 단장'을 표방했다.

그는 "스토브리그는 단장의 시간"이라 선언하며 미디어는 물론 팬들과도 적극 소통했다. 팬들이 궁금한 점을 일일이 답해주다가 아예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대화했다. 반응이 좋자 LG는 이를 월 1회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단장이 정기적으로 팬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건 한국 프로야구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원기찬(62) 구단주 겸 대표이사는 약간 다른 스타일의 '우리 형'이다. 원기찬 사장은 팬들보다는 현장과 접촉면을 부쩍 늘렸다. 단장, 감독은 물론 선수들과 하나하나 스킨십을 했다.

지난해 여름 삼성 성적이 하락세를 탈 때에는 직접 커피와 과자를 공수해 선수들보다 먼저 출근했다. 라이온즈파크 선수단 출입구에서 기다리며 커피를 직접 나눠줬다.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경산 현장에 직접 왔다. 선수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악으로! 깡으로! 부활하자! 라이온즈!"를 외쳐 사기를 뜨겁게 고취시켰다.

지난 1월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의 정용진(53) 부회장은 SNS를 통해 친숙한 이미지다. 직접 야구단에 관심을 가진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김택진 구단주와 느낌이 비슷하다. 기존의 와이번스 팬들도 '용진이 형'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높으신 분'들의 관심과 애정은 선수단에 값진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서 원기찬 대표이사와 함께 '악으로! 깡으로!'를 외친 삼성 투수 원태인(21)은 "사장님 덕분에 정말 끈끈하게 뭉치는 느낌이다. 작년부터 엄청 도와주셨다. 올해는 진짜 힘을 합해 좋은 성적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