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박지영·곽희진 대표 "의미와 재미? 공감하고 싶었을 뿐"[★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9.11.03 10:00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곽희진,박지영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곽희진,박지영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79년생이고, 84년생이다. 봄바람영화사 창립작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선보인 박지영, 곽희진 대표는 "우리가, 또래가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가 좋아 영화일을 시작했다. 대학교 전공은 영화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각자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싸이더스FNH에서 뭉쳤다. 4년 정도 버텼다. 비슷한 시기에 그만뒀다. 같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둘 다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게 2016년 10월 봄바람 영화사를 세웠다. 바로 그즈음,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됐다. 매주 요일별로 할 일을 나눴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수요 기획회의에서 나왔다. 여러 아이템 중 하나였다.

84년생 곽희진 대표는 "공감 가는 이야기고 우리가 잘하고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이 1만부가 좀 넘게 팔렸던 시점이었다. 곽 대표는 "우리가 가장 먼저 영화화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건 어렵다. 소설의 긴 서사를 2시간 남짓한 영화로 재구성한다는 건 쉽지 않다. 자칫 원작을 훼손할 수도 있다. '82년생 김지영'처럼 에피소드로 구성된 소설은, 영화로 재구성이 특히 어렵다.

79년생 박지영 대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 서사로 구축할 수 있느냐 판단보다는 우리 스스로 공감하느냐 아니냐가 먼저였다"며 "나와 친구, 주위, 가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영아 작가가 책을 영화구조로 재구성하는 데 일조했다. 드라마로 서사를 구축하고, 가족 이야기라는 틀을 짰다. 박 대표는 "큰 틀에선 처음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82년생 김지영'을 처음 봤을 때 감정, 그리고 이 이야기로 위안과 격려를 받았으면 한다는 마음에 서로 공감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심하고, 판권을 사고, 시나리오를 준비한다고 해서, 영화화가 되는 건 아니다. 상업영화가 되는 건, 더욱 아니다. 갈 길이 멀다. 산 넘어 산이다. 장르 소설이 아닌 책을 상업적인 영화로 만드는 건, 그 틀을 짜는 건, 제작자의 몫이다.

박 대표와 곽 대표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란 배의 선장을 김도영 감독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신인 제작자가 이 쉽지 않은 작업을 신인 감독에게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용기고 도전이다.

곽 대표는 "김도영 감독님의 단편 '자유연기'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저희 이야기가 축약된 것 같아서 잘 알 것 같았다"고 했다. '자유연기'는 육아로 경력 단절이 된 여배우의 이야기다. 배우 출신인 김도영 감독의 경험이 투영된 이야기다. 박 대표는 "신인 감독이지만 내공이 대단하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좋고 신인이라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선장이 결정됐다면 다음 작업은 선원, 영화의 얼굴이 될 주연배우들 섭외가 다음 산이었다. 김지영을 맡은 정유미, 남편 대현을 맡은 공유. 두 대표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막연하게 정유미와 공유가 이 역할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먼저 정유미에게 제안했다. 박 대표는 "정유미는 일상과 맞닿아있는 배우다. 사람들이 우리랑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친근함이 있다. 그래서 김지영과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제안을 받고 감독님과 만났고, 출연을 곧 결정했다. 그리고 공유에게 제안했다. 공유도 출연을 흔쾌히 결정해줬다.

그리고 영화화 소식을 알렸다. 정유미와 공유 출연 소식을 알렸다. '82년생 김지영'이 어느덧 상징이 됐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뜨거웠다"고 했다. 곽 대표는 "캐스팅 기사에 악플들이 많이 달렸더라"면서도 "그래도 저희 영화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외적인 이슈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중요한 건 영화를 잘 만드는 것뿐이었다. 두 대표 모두 현장 경험이 없는 마케팅일을 했기에 쉽지는 않았다. 박 대표는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많았다. 같이 하는 일이니깐"이라고 했다. 모든 과정이 다 힘들었다. 매 과정에서 고민했다. 박 대표는 "매 순간 판단이 힘들었다. 우리가 처음 원했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곽 대표는 "그럴 때마다 초심을 생각했다. 이 세상의 지영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첫 감정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숱한 고민들 끝에 지난 23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뜨거운 호응으로 8일째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 160만명을 넘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만 하면 좋겠다는 두 대표의 소박한 바람은 이미 이뤘다. 두 사람에게 더 큰 보람을 안기는 건, 많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무대 인사를 갔을 때 불이 커지면 앉아 있는 관객들을 본다. 2030 여성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년의 부부들이 참 많으셨다. 어르신도 계시고. 젊은 남성 관객이 영화를 보고 '엄마는 꿈이 뭐였나고 물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뭉클했다." 박지영 대표의 말이다.

"어떤 분이 인터넷 카페에 육아 중인데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싶지만 보고 나서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보기 싫다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답글에 '보라고. 위로와 용기를 얻을 거라고.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차도 마시고 그러라'고 누가 적었더라. 기뻤다. " 곽희진 대표의 말이다.

곽희진 대표는 김지영이 "나 때문에 엄마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포기한 것이냐"고 했을 때 엄마가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울컥했다. 박지영 대표는 자매가 있어서 그런지 편집된 장면 중에서 언니인 은영이가 지영이를 찾아서 위로하는 장면에 공감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다른 공감에 감사하고 보람을 얻고 있다.

편집된 많은 장면들은 기회가 된다면 감독판이나 블루레이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82년생 김지영'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의 강한 반대도 사고 있다. 보고도 불만을 토로하고, 보지 않고 비토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맘충' 장면에 대해 작위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원작에선 김지영이 밖에서 '맘충'이란 소리를 듣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내가 벌레가 됐어'라고 토로하는 장면이었다. 우울해 하는 장면이었다. 영화에선 김지영이 자기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이겨내는 장면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 장면이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의견도 존중한다고 했다.

"처음 '82년생 김지영'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일도 안했어요. 의미와 재미,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시 소설이 막 공감을 얻어 팔리기 시작할 때라 지금처럼 강한 반발도 없었으니깐요. 그냥 우리와 우리 주변 친구들이 잘 알 수 있는 이야기, 잘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 시작했죠. "

거창한 마음을 먹은 것도,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바람도 없었다. 그저 이 익숙한 이야기들을 더 공감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봄바람처럼 분명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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