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져도 괜찮아!" 보크 트라우마 배영수에게... 김태형의 '부담 삭제' 리더십 [★두산V6 ①]

김우종 기자  |  2019.10.30 14:52
2019 한국시리즈 우승 후 김태형 감독(왼쪽)과 배영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2019 한국시리즈 우승 후 김태형 감독(왼쪽)과 배영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4연승으로 누르고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KS) 챔피언에 올랐다. 2015년부터 5시즌 모두 KS에 진출해 우승 3번, 준우승 2번을 차지했다. 이제 2010년대 후반 KBO리그는 명실상부한 '두산 왕조'의 시대로 남게 됐다. 스타뉴스는 2년 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정상 복귀에 성공한 두산의 우승 뒷얘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스포츠부


① "야, 져도 괜찮아!" 보크 트라우마 배영수에게... 김태형의 '부담 삭제' 리더십

두산이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던 지난 9월 24일 창원 NC전. 양 팀이 7-7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말 1사 1, 2루 끝내기 위기 속, 두산 벤치는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당시 김원형(47) 투수 코치는 다리를 다친 때였다. 이에 김태형(52) 감독이 매번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 교체를 했다. 강동연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김 감독은 마운드에 한참 선 채로 교체 투수를 기다렸다. 배영수(38)였다.

사실 그 때 배영수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열흘 전인 9월 14일 인천 SK전에서 9회말 사상 최초 '0구 끝내기 보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운드를 밟은 배영수를 향해 김 감독이 웃으며 툭 한 마디를 던졌다. "야. 져도 괜찮아."

당시 상황을 떠올린 배영수는 "난 죽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는 웃으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나도 순간 웃음이 살짝 나오더라. 어? 이게 져도 된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배영수의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한 김 감독의 한 마디였다.

김태형 감독 역시 한 달이 지난 뒤에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그럼 내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겠나.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꼭 잘 던져달라고 할까"라고 웃으며 "사실 (이)현승(36)이나 고참들한테는 내가 얘기를 할 게 없다. 오히려 그러면 부담만 갖는다"고 자신의 지론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호랑이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개성 강했던 두산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도 김 감독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소위 겁이 별로 없다. 김 감독은 "어린 시절, 내가 할머니 손 밑에서 자랐다. 할머니께서 당시 여장부 스타일이셨다. 그런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선수들이 최대한 자기 실력을 발휘하게끔, 부담감이나 짐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김 감독이 지도자로서 갖고 있는 뛰어난 덕목 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강하게 나설 때는 나선다. 6월 1일에는 이영하(22)를 향한 벌투 논란이 일었다. 수원 KT전에서 4이닝 13실점을 하는 동안 교체가 없었고, 100번째 공을 던진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훗날 "뭐, 벌투로 본다면 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영하가 정말 더욱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이영하는 이후 각성한 듯 매 경기 1회부터 전력 투구를 펼쳤고, 마침내 17승(4패) 투수가 됐다. 결과적으로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어붙인 김 감독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영하를 따뜻하게 안아준 김 감독이다. 그 때에도 김 감독은 "너무 다독거리면 또 부담스러워 한다. 나도 선수 때 그랬다. '괜찮아. 편하게 해'라고 하는 게 선수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임 첫 해인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 감독은 두산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았다. 그 중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 2차례 준우승(2017, 2018년)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9일 두산과 KBO 역대 최다인 3년간 28억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 7월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이영하가 다가오자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지난 7월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이영하가 다가오자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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