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때 암 투병→33R 지명 거부→1위팀 선발투수 "실패도 배울 게 많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2.07.17 03:33
데빈 스멜처.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데빈 스멜처.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의 좌완 선발투수 데빈 스멜처(27)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9살 때 골반 횡문근 육종 진단을 받았다. 이는 전립선에 연결된 방광에 종양이 자라는 일종의 소아암이었다. 어린 나이였기에 수술만 잘하면 완치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암세포는 쉽게 스멜처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멜처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단 한 번도 암을 이겨내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나와 함께 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스멜처는 암이 발병한지 8년 만인 2012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미국 동부 뉴저지 출신인 스멜처는 미국의 여느 아이들처럼 어려서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암이 발병하고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병상에서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그 시절 만났던 필라델피아 투수 콜 헤멀스(39·FA)와 내야수 체이스 어틀리(44·은퇴)는 그에게 큰 힘을 줬다. 스멜처는 "두 선수에게 지금도 고마운 건 당시 나를 아픈 소아암 환자로 측은하게 대하지 않았고 어린 야구선수로 대해주고 격려해줬다. 그들과의 만남은 내가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투수가 됐지만 스멜처 또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3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의 지명을 받았으나 프로 대신 플로리다 대학야구팀을 선택했다. 하위지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맞이한 첫 시즌에서 그는 1승 4패 평균자책점 6.19로 크게 부진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그는 2015년 여름 휴식도 반납한 채 대학야구 서머리그에 참가했고, 여기서 노히트노런 투구를 펼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16년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1.18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9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무려 128개나 잡아냈다. 이런 호성적을 바탕삼아 스멜처는 그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적지 않은 계약금(50만 달러·약 6억 6000만원)도 받을 수 있었다.

스멜처는 프로 진출 2년 후인 2018년 지금의 소속팀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됐고, 1년 뒤인 2019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첫 해 11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단 7경기 등판에 그쳤고, 2021년에는 왼쪽 팔꿈치 염증 증세로 단 1경기 출장 후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약 1년 간의 재활을 끝내고 올해 빅리그에 복귀한 스멜처는 17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4.02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 미네소타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90마일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포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그리고 커터와 싱커까지 무려 6개의 구종을 장착해 타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데빈 스멜처.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데빈 스멜처.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다음은 스멜처와 일문일답.

- 올 시즌 잘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매 경기 매 투구 혼신의 힘을 다해 팀 승리에 일조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고 있다.

- 올해 다른 투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이 달라졌나.

▶날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4)를 존경하며 그를 닮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많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커쇼는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받은 후에도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캠프에 올 때마다 커터 같은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각이 큰 커브에 구속을 더 줄이는 방법으로 타자들을 현혹하는 등 더 나은 투수가 되기 위해, 그리고 꾸준한 투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상대해야 할 타자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처럼 타자들 또한 꾸준히 투수들을 연구한다. 때문에 이런 경쟁 구도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낙오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인 15세 때 커쇼를 보며 처음 갖게 된 이런 내 생각과 노력은 메이저리그에 와서도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 암 투병 중 헤멀스와 어틀리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랬다. 같이 성장한 친구의 아버지가 당시 필라델피아 라디오 중계팀의 캐스터였다. 그의 주선으로 암 투병을 할 때 헤멀스와 어틀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헤멀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가 됐다. 이 둘에게 지금도 고마운 건 그들은 당시 나를 아픈 암환자로 측은하게 대하지 않았고 어린 야구선수로 대해주고 격려해줬다. 그들과의 만남은 내가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 그때의 경험이 나의 인격형성과 대인관계에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

-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은 편이다. 당신도 그런가.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나도 징크스가 매우 많았다. 그리고 그것들 중 일부는 정말 잘 들어 맞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문제의 본질이 내 자신에게 있는데도 '경기 전에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라는 등의 징크스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웃으며) 물론 지금도 등판 전에는 늘 같은 언더웨어를 입거나, 같은 계단을 통해 야구장에 들어오는 등의 소소한 징크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내가 얼마만큼 많은 땀을 흘리면서 경기를 준비했는지, 나의 노력을 더 중요시하고 내 실력을 믿게 됐다.

- 암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투수가 됐다. 어려움을 겪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섣불리 스스로 안된다거나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는 열심히 야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선수 스스로 흘린 땀과 노력을 믿어야 한다. 때론 결과가 안 좋아도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우리 모두는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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