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준 그때, "빅리거 특별 프로그램 준비" 샌디에이고 선택했다면...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1.07.02 15:27
박효준.  /사진=스크랜튼/윌크스-바레 레일라이더스 구단 SNS 캡처 박효준. /사진=스크랜튼/윌크스-바레 레일라이더스 구단 SNS 캡처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내야 유망주 박효준(25)의 방망이가 뜨겁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 A 스크랜튼/윌크스-바레 레일라이더스 소속인 그는 2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트리플 A 33경기에 나서 타율 0.350(123타수 43안타), 8홈런 2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1.105로 리그 1위이다. 누가 봐도 메이저리그 콜업이 당연해 보이는 성적이다.


하지만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와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빅리그에 박효준이 뛸 자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립서비스가 만연한 메이저리그에서 의외의 반응이다. '두고 보자, 더 지켜보겠다'는 온화한 표현도 있는데 말이다.

LA 다저스 시절 닉 버스(오른쪽).  /사진=이상희 통신원 LA 다저스 시절 닉 버스(오른쪽). /사진=이상희 통신원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목표는 단 하나, 메이저리그 승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실력뿐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한다.

외야수 닉 버스(35·은퇴)는 2013년 9월 LA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그 해 다저스와 2016년 LA 에인절스 시절을 합해 총 44경기가 전부였다.

버스는 2017년엔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장점인 빠른 발을 이용한 외야 수비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기에 약점으로 지적된 타격에서만 가능성을 보여주면 빅리그 콜업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해 트리플 A 114경기에 나서 타율 0.345, 11홈런 55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OPS는 0.936였다. 그가 속한 트리플 A 리그 타격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누가 봐도 시간 문제일 뿐 메이저리그 재입성은 당연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토록 고대했던 메이저리그 콜업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사례도 있다. 문찬종(30·키움)의 마이너리그 시절 팀 동료였던 호세 알투베(31·휴스턴)는 2011년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마이너리그 최상위 리그인 트리플 A 경험도 없는 더블 A 선수였다. 부상으로 결원이 생긴 메이저리그에 일회용 처방식으로 콜업됐지만 그 짧은 기회를 실력으로 꼭 붙잡았다. 11시즌 통산 1361경기를 뛰며 타율 0.310, 1691안타, 151홈런 603타점을 기록 중인 스타로 성장했다.

호세 알투베.  /사진=이상희 통신원 호세 알투베. /사진=이상희 통신원
야탑고 출신인 박효준은 2014년 7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계약금은 116만 달러(약 13억 1600만원). 아시아 출신 내야수치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당시 샌디에이고 또한 박효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계약금 규모는 양키스가 제시한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스카우트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는 박효준에게 '다른 구단에 비해 하루라도 빨리 빅리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해 돕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지만 뉴욕 양키스가 갖는 상징성과 계약금 규모에 밀려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구를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야구와 인생이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박효준이 7년 전 양키스 대신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더라면.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랬다면 야탑고 선후배인 김하성(26·샌디에이고)과 박효준이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었다.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박효준에게 캐시먼 단장의 발언은 야구를 하기 싫게 만들 만하다. 그래도 박효준은 기다려야 하고 계속 잘해야 한다. 기다림 또한 메이저리그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보이던 기회는 다른 선수의 갑작스런 부상 또는 트레이드 등으로 뜻밖에 찾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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