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배트 사서쓰!"...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그럴까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1.04.25 17:43
애리조나 구단 배트보이가 경기 전 선수들의 배트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애리조나 구단 배트보이가 경기 전 선수들의 배트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에게는 과거 '사서쓰'라는 별명이 있었다. 한 TV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고교 동기인 2군 선수가 야구 배트를 달라고 하자 "사서 쓰라고"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그에게 '사서쓰'란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이는 장난이었으며 그 동기에게 배트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자들에게 '배트'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스타급 선수는 배트를 본인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지만 2군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나무배트 한 자루의 가격은 제조사에 따라 대략 15만~18만원 선이다. 운이 없으면 한 타석에서 배트 2~3개도 부러지는 경우가 있으니 연봉이 적은 2군 선수들에겐 부담이 된다.

KBO리그에서는 구단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타자들에게 배트 비용을 100%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매 시즌 시작하기 전, 구단이 타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몇 자루씩을 나눠준다. 이후 경기 중에 부러진 배트에 대해서는 구단이 쿠폰으로 보상을 해준다. 별도로 필요한 배트는 각자 구입하거나, 스타급 선수들은 제조사의 협찬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구단의 1군 코치 역시 "1군은 우선 선수들이 시즌 동안 사용할 배트를 개별적으로 주문한 뒤 배트가 깨지거나 부러질 때마다 그 배트를 구단 운영팀에 제출하면 시즌이 끝난 뒤 현금화할 수 있는 티켓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티켓 가격은 1군은 한 장당 19만8000원, 2군은 13만8000원의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우선 배트 가격은 KBO와 비슷하다. 시애틀 구단의 장비담당 매니저 라이언 스틸스는 스타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조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배트 한 자루당 대략 115달러(약 12만8000원·도매가격 기준) 정도 한다"고 알려줬다. 소매 가격은 15만~18만원 정도다.

그럼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한 시즌 동안 대략 몇 자루의 배트를 사용할까. 스틸스는 "선수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한 시즌 동안 24~48자루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무난하다"고 말했다. 배트 대금은 모두 구단이 지불한다. 한국처럼 부러진 배트를 가져다 주고 현금화할 수 있는 티켓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구단이 배트 비용을 100% 지불해 주지만 그렇다고 무한정으로 배트를 주문하지는 않는다. 베테랑 선수 또는 중고참 선수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수량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하면 새로 배트를 바꾸기도 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평소 사용하던 것보다 가벼운 무게의 배트를 따로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키의 경우 그럴 수 없다. 선배나 구단에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딱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고 보충해 쓴다.

마이너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많이 다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자신의 체형이나 선호도에 따라 배트의 길이와 무게, 그리고 색상까지 개별화된 맞춤 배트를 주문해 사용한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겐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다. 그들은 구단에서 일괄 지급하는 기성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체형에 따라 배트의 길이만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부러진 배트를 장비 담당 매니저에게 갖다 줘야 새 배트를 받을 수 있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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