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 최지만의 눈물과 땀, 그와 경쟁한 선수는 줄줄이 짐쌌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 스타뉴스

'강한 남자’ 최지만의 눈물과 땀, 그와 경쟁한 선수는 줄줄이 짐쌌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1.03.12 12:18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강해서 살아 남은 걸까. 살아남았기에 강한 걸까.

이유야 어찌됐든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때론, 계속되는 경쟁에 지쳐 스스로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경쟁을 이겨냈을 땐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있다.

2016년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최지만(30·탬파베이)은 유독 많은 경쟁을 뚫고 현재 탬파베이의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지만처럼 서비스 타임(출전시간) 3년을 채우면 연봉조정자격을 부여한다. 그 동안 경쟁을 잘 이겨내고 리그에 살아남았다고 주는 일종의 당근인 셈이다.

최지만은 지난 겨울 연봉조정에서 승리해 올 시즌 245만 달러(약 27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걸어왔던 지난 날들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최지만이 맛봤던 빅리그 데뷔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루키보다 베테랑에 의지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마이크 소시아(63) 전 LA 에인절스 감독의 성향 탓에 출전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지션이 겹치는 1루수 제프리 마르테(30)와 CJ 크론(31)에게 밀려 방출됐다.

하지만 최지만이 메이저리그에 살아남은 것과 달리 마르테는 이후 메이저에서 퇴출돼 일본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자신의 첫 연봉조정 때 230만 달러를 받았던 크론은 올 시즌 콜로라도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서 자리 경쟁을 하고 있다.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1라운드 출신인 크론보다 첫 연봉조정에서 15만 달러나 더 받았다.

2017년 최지만은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당시 그의 경쟁 상대는 그렉 버드(29)와 타일러 오스틴(30). 둘 다 양키스가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였다. 버드는 거듭되는 부상 탓에 양키스에서 방출됐다. 올해는 콜로라도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크론과 1루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버드는 2019시즌 이후로 메이저에서 뛴 기록조차 없다.

오스틴의 상태도 좋지 않다. 2018시즌 중 양키스에서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된 그는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밀워키를 거쳐 지난해 일본에 진출했다. 올해도 일본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밀워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최지만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시즌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는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타율 0.409, 3홈런, OPS 1,245의 화력을 뽐내며 자신이 왜 로스터에 포함돼야 하는지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런 최지만을 밀워키는 마이너 옵션을 이용해 자주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등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기용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참다 못한 그의 에이전트는 밀워키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최지만(오른쪽)이 2019시즌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뒤 홈에서 동료 오스틴 메도우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제공최지만(오른쪽)이 2019시즌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뒤 홈에서 동료 오스틴 메도우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제공
최지만은 2018시즌 도중 현 소속팀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그 곳에는 1루수 유망주로 팀에서 기회를 부여받던 제이크 바우어스(26)가 있었다. 때문에 최지만은 트레이드 후 약 한 달간 마이너리그에 있다가 7월에야 메이저로 콜업됐다.

최지만이 등장하기 전까지 바우어스는 0.280의 타율과 홈런 8개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최지만이 나타나며 경쟁구도가 형성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타는커녕 헛스윙에 삼진만 쌓여갔다. 그 사이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두 자릿 수 홈런(10개)을 기록한 것은 물론 끝내기 홈런 등을 터트리며 클러치히터의 모습을 팀에 각인시켰다. 탬파베이는 결국 시즌이 끝난 뒤 바우어스를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시켰다.

탬파베이에는 또 다른 1루 유망주가 있었다. 우타자 바우어스와 달리 좌타자인 네이트 로우(26)는 최지만과 겹치는 점이 많았다. 하지만 최지만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2019시즌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 OPS 0.822로 활약했다. 2020시즌에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을 세운 것은 물론 포스트시즌 내 전매특허인 1루에서 다리 찢기 수비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런 최지만의 활약에 고무된 탬파베이는 지난 겨울 로우마저 텍사스로 트레이드시켰다.

과거 최지만은 필자와 인터뷰 때 이런 말을 했다.

“전, 야구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쉽게 목적지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요. 운도 없었고요. 그래도 어떻게 또 꾸역꾸역 목적지에 도착하긴 하더라고요. 하하.”

그의 미소 뒤에 가려진 눈물과 땀방울이 감히 상상되는 순간이었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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