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돈 내고 봐!' IOC 전략에 무너진 유럽의 '보편적 시청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신화섭 기자  |  2021.09.06 16:12
도쿄올림픽 3X3 농구 경기장에서 한 스태프가 중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쿄올림픽 3X3 농구 경기장에서 한 스태프가 중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미디어업계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유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쿠팡 플레이가 중계권료를 내고 도쿄 올림픽 방송에 참여한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올림픽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지상파 3사가 쿠팡 플레이에 온라인 방송권을 재판매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쿠팡 플레이는 최종 단계에서 올림픽 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지난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부정적 여론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올림픽의 '보편적 시청권'을 제약한다는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유료가 아닌 무료로 방송돼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과 상충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 플랫폼의 득세와 함께 올림픽 보편적 시청권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의 보편적 시청권 정책이 시작된 유럽에서도 올림픽 중계권료 상승을 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큰 그림'에 의해 이런 권리가 무너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이 같은 문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 국가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정책적으로 실행한 최초의 국가였다. 영국은 공영방송인 BBC를 포함한 무료 지상파 방송이 핵심적인 국제대회 중계를 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됐다.

하지만 지난 2015년 IOC는 기존의 유럽 지역 올림픽 중계권 계약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당시 IOC는 유럽 대륙 50개 국가의 올림픽 중계권(2018~2024년)을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 9억 2000만 파운드(약 1조 4768억원)에 독점적으로 판매해 상황이 급변했다.

이전까지 IOC는 EBU(유럽방송연합)와 유럽 지역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왔다. EBU는 주로 유럽 지역의 지상파 방송에 올림픽 중계권을 재판매해 유럽 국가의 보편적 시청권이 비교적 잘 지켜질 수 있었다.

그러나 디스커버리 채널은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주요 경기를 자회사인 유로스포트와 자체 유료 온라인 서비스인 디스커버리+를 통해 중계했다. 디스커버리+의 한 달 유료 시청료는 영국 기준으로 약 7파운드(약 1만 1200원)였다.

도쿄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 모습.  /AFPBBNews=뉴스1 도쿄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 모습. /AFPBBNews=뉴스1
물론 IOC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중계권 계약을 할 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지역에서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을 감안해 올림픽 중계 가운데 일부분을 무료 방송사에 재판매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BBC도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해 일부 경기를 중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채널이 허용한 BBC의 커버리지는 동시에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 2개만 생중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올림픽 경기를 BBC의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영국의 시청자들은 현저하게 줄어든 올림픽 중계 시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BBC가 생중계하지 않는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뿐 아니라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보편적 시청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줄어든 자국 내 무료 지상파 방송사의 도쿄 올림픽 생중계 시간에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럽 지역에서 올림픽 중계는 보편적 시청권의 보호 하에 지금까지 각국의 공영방송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의 유료 TV 방송사들은 보편적 시청권 덕분에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유럽 공영방송사의 접근 방식이 유럽연합(EU)의 공정경쟁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IOC의 유럽 지역 올림픽 중계권료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유료 시청자 확보를 근간으로 삼는 상업방송과 올림픽 중계권료 계약을 체결할 경우 IOC의 중계권료 수입은 상향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IOC가 유럽 지역 올림픽 중계권과 관련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던 시기에 디스커버리 채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올림픽 중계를 통해 자회사인 유로스포트가 B급 스포츠 경기를 주로 중계 방송한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자체 온라인 유료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올림픽 중계권 구입에 거액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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