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타필드의 혁신, 프로야구에서도 가능할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2.03 10:26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뉴스1
모기업이 프로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경우 피할 수 없는 부분은 그 구단이 모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모기업 이미지 개선, 홍보 효과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가 그 핵심이다.


이 와중에 정작 스포츠 구단 자체의 경영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모기업을 위해 구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체 광고비의 대안으로 구단에 투자하는 모기업을 위해 구단은 그저 성적으로 보답해야 했다. 하지만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현장 업무에 자주 개입하면 이마저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와 가장 유사한 모기업 구단 소유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계에서는 1960~70년대에 재정적 지원에 인색하면서 참견만 하는 구단주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이 시기에 “(구단주가) 돈은 내놓지만 입은 내놓지 않는다”는 말도 전국적으로 회자됐다.

하지만 모기업 체제의 일본 프로야구도 변했다. 1990년대부터 야구단이 모기업의 돈을 쓰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체가 돼야 한다는 풍조가 고개를 들었다. 물론 야구단이 모기업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 때부터 모기업은 야구단을 홍보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이익을 내야 하는 독립적 계열사로 차츰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일본 프로야구 구단은 경기장의 소유권이나 상업적 운영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관객 1명 당 매출 상승 방안을 고민했다. 이런 분위기는 닛폰햄이 오랜 기간 프로야구 팀이 존재하지 않았던 홋카이도 삿포로로 연고지를 옮기고 IT 기업 소프트뱅크, 라쿠텐, DeNA(디앤에이)가 프로야구단 운영을 하게 되는 2000년대 초반에 가속화됐다.

최근 KBO리그에선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재를 다루는 유통기업 신세계 이마트가 야구단 운영을 통해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이는 단순히 신세계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SSG를 야구단을 통해 홍보한다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가 더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여가공간, 쇼핑몰과 함께하는 야구장 신축 가능성이다. 이미 신세계 이마트가 시도했던 스타필드 모델에서 야구장만 추가되는 형태다. 이는 모기업 신세계 이마트의 매출증대뿐 아니라 야구단의 자립경영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스타필드 고양. /사진=뉴스1 스타필드 고양. /사진=뉴스1
최근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은 여러 면에서 팬 친화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 넓은 범위의 대중을 위한 경기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특히 야구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날에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 사례는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가 2023년부터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예정인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최초의 천연잔디 개폐식 돔구장이 될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는 쇼핑몰은 물론이고 녹지공간과 글램핑장이 주변에 배치된다. 노천 온천석도 관중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연중무휴로 활용될 수 있는 복합여가공간이다.

닛폰햄 파이터스의 새로운 구장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필드’라는 단어가 사용된 경기장이다. 여기에는 의미가 있다. ‘파크’나 ‘필드’란 명칭이 미국 프로야구 경기장에 붙은 이유는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삭막한 도시에서 초록색 그라운드의 야구장이 시민들의 ‘그린 오아시스’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야구 경기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 버전의 야구장과 함께하는 복합 여가공간 ‘스타필드’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성적에 연연한 나머지 야구와 직접 관련된 구단 운영에 모기업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신세계 이마트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모기업과 야구단의 동반 성장이다. 이는 40세가 된 한국 프로야구가 신세계 이마트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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