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은 독일 경제의 승리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0.08.26 14:19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팀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국적의 선수뿐 아니라 해외자본의 소유와 투자라는 측면에서 유럽축구의 세계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됐는지 잘 알 수 있다.


8강 진출 팀 가운데 해외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클럽은 파리 생제르맹과 맨체스터 시티이며 사실상 RB 라이프치히도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과 리옹, 아탈란타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자국 기업이 소유한 클럽이다. 이 가운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중국 기업 완다의 공격적인 스폰서십으로 재정적으로 풍요로워진 대표적인 스페인 클럽이다.

해외자본의 유럽 축구 클럽 소유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잉글랜드 빅 클럽을 중심으로 가속화된 해외자본의 유럽침투 현상이 최근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자본이 소유하는 유럽 축구 클럽 가운데에서 가장 특이한 수익구조를 가진 클럽은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이다. 2018~2019 시즌 클럽 매출을 근거로 한 리포트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의 전체 수입에 대비해 스폰서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 축구 클럽 매출 상위 30위 팀 가운데 가장 높다. 전체 수입의 무려 54%에 달한다.

여기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주주이기도 한 자동차 회사 아우디와 아디다스의 스폰서십 계약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이체 텔레콤의 유니폼 스폰서십의 비중도 매우 높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독일 바이에른 주의 대표도시 뮌헨을 근거지로 한 명문 클럽다운 부분이다.

바이에른 뮌헨뿐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 대부분의 클럽들은 유럽 빅 리그 소속 축구 클럽의 평균보다 많은 부분을 스폰서십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스폰서십의 효과적인 활용에는 2006 독일 월드컵 개최가 결정적이었다.

2006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독일이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은 월드컵에 맞춰 경기장 개·보수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이 때 독일 축구 클럽들은 이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당시 독일 축구에서는 생소했던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기업에 팔아야 했다.

유럽 축구 빅 리그 가운데 가장 많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이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활용하게 된 것도 이 때였으며,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 글로벌 금융보험사 알리안츠에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판 것도 같은 시기였다.

뮌헨 킹슬리 코망(오른쪽)이 PSG와 결승전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뮌헨 킹슬리 코망(오른쪽)이 PSG와 결승전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에른 뮌헨을 위시한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스폰서십에 집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일반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빅 리그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입 가운데 경기 당일 입장 수입의 비율이 14%에 머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철학이 녹아있다. 독일 축구 팬이라면 적당한 가격에 분데스리가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분데스리가가 축구를 사랑하는 독일 국민에 대해 내놓은 일종의 복지 혜택이다.

실제로 독일은 2000년대 이후 많은 해외 이민자들이 공장지대에 유입됐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성시대를 맞은 독일의 자동차 공업과 제조업은 통독 이후 다소 주춤거렸던 독일 경제의 재도약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이민자들에게도 분데스리가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RB 라이프치히처럼 다소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해외자본이 독일 분데스리가 팀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데스리가는 그 어떤 기업도 49% 이상의 클럽 지분의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중동, 아시아, 러시아와 미국 자본이 앞다퉈 유럽 축구 클럽을 소유하는 최근의 유럽축구 트렌드에서 독일은 사실상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유럽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산업은 해외자본 없이도 안정적으로 분데스리가의 운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히 독일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스폰서십 형태로 막대한 지원을 받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는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경제력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온 클럽이다. 이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 축구 자본의 세계화 시대에 매우 이례적인 빅 클럽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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