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가치 1위' 뉴욕 닉스는 왜 '동네북'을 면치 못할까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9.11.12 14:24
뉴욕 닉스의 데이비드 피즈데일 감독.  /AFPBBNews=뉴스1 뉴욕 닉스의 데이비드 피즈데일 감독. /AFPBBNews=뉴스1
“도대체 뉴욕 닉스는 왜 이렇게 꾸준하게 형편없을까.”


최근 NBA(미국프로농구) 팬이라면 한 번쯤은 가졌을 법한 의문일 것이다. 뉴욕은 지난 2012~2013시즌 54승28패로 동부지구 2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 진출한 이후 지난 6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기간 동안 닉스는 단 한 번도 승률 5할 근처에 근접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2014~2015시즌과 지난 시즌엔 아예 17승65패(승률 0.207)로 구단 역사상 시즌 최악 승률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시즌 순위는 NBA 30개 구단 중 꼴찌였고 최근 5년간 순위(동부지구 15개 팀 가운데)를 살펴보면 15위-13위-12위-11위-15위로 모두 두 자릿 수였다.

한 마디로 NBA의 ‘동네북’ 팀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현재까지 리그 꼴찌인 2승8패(승률 0.200)로 역대 최악 승률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울 페이스로 출발하고 있다.

단순히 최근 6~7년간만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범위를 2000년대 초반으로 넓혀도 큰 차이가 없다. 닉스는 지난 2001~2002시즌 동부 13위를 시작으로 지난 18시즌 동안 4시즌을 제외하곤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이 중 13번은 동부지구에서 두 자릿 수 순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 나간 4시즌에도 시리즈 승리는 단 한 번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다른 팀도 아니고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이자 열성 팬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한 뉴욕을 본거지로 갖고 있는 팀이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힘들다.

사실 닉스는 뉴욕의 엄청난 시장과 팬 규모로 인해 매년 스포츠 구단 가치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농구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닉스의 구단 가치는 40억 달러로 평가돼 LA 레이커스(37억 달러)를 제치고 농구팀 가운데 1위이며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구단을 통틀어도 댈러스 카우보이스(NFL·50억 달러), 뉴욕 양키스(MLB·46억 달러),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42억 4000만 달러), 바르셀로나(라리가·40억 2000만 달러)에 이어 5위다. 재정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구단이 되고도 남을 조건을 갖고 있는 팀이기에 이런 성적이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 모습.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AFPBBNews=뉴스1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 모습.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AFPBBNews=뉴스1
물론 구단 가치나 시장 규모에 따라 성적이 정비례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더구나 NBA 같은 샐러리캡 리그에선 구단이 부자라고 해서 스몰 마켓 팀보다 선수 계약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뉴욕이라는 대형 마켓을 끼고 있으면 광고계약 등에서 스몰 마켓 팀보다 훨씬 큰 기회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스타들의 외면을 받으며 바닥에서만 헤매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닉스는 뭐가 문제일까.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당시 리그 꼴찌였던 닉스는 부상 중이던 팀의 슈퍼스타 크리스탑스 포징기스를 댈러스 매브릭스로 트레이드했다. 팀의 계속된 형편없는 성적에 실망한 포징기스 측이 구단 측에 여러 통로로 불만을 드러내 재계약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그를 트레이드해 팀의 샐러리캡에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마켓에서 두 명의 슈퍼스타(케빈 듀랜트와 카이리 어빙? 아니면 카와이 레너드)을 영입해 팀을 재건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했다. 리그 꼴찌로 드래프트 로터리에서 전체 1번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가장 높았던 만큼 만약에 이 지명권으로 미래의 초특급 슈퍼스타로 손꼽히는 자이언 윌리엄슨(당시 듀크대)까지 확보한다면 단숨에 구단의 미래를 180도 바꿀 ‘인생 역전’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꿈에도 부풀었다.

하지만 물론 결과는 하나도 꿈처럼 되지 않았다. 전체 1번 지명권과 윌리엄스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로 넘어갔고 영입 목표로 삼았던 슈퍼스타들로부터는 모두 퇴짜를 맞았다. 결국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있다는 부유한 농구단이 이번에도 꼴찌를 향해 직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닉스 구단은 겉으로는 이들 슈퍼스타들로부터 모두 퇴짜를 맞은 것에 아무렇지도 않다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으나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듀랜트와 어빙이 브루클린 네츠와 계약하기로 하자 구단 수뇌부가 집단으로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일부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슈퍼스타들은 왜 세계 최대 마켓인 뉴욕을 외면하고 다른 선택을 했을까. 뉴욕의 구애를 뿌리치고 브루클린으로 간 듀랜트는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해 ‘쿨(Cool)'이란 요소를 거론했다. 한마디로 “쿨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닉스를 한 번도 계약 대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힌 듀랜트는 “여기(뉴욕)는 최고 선수들을 끌어 모으기 힘들다. 팬들은 닉스가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닉스에서 뛰길 원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한 번도 닉스가 잘했던 적을 본 적이 없다. 결국 그들에게 닉스라는 브랜드는 전혀 쿨하지 않다”면서 “지금 닉스로 가는 것은 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돌란 뉴욕 닉스 구단주. /AFPBBNews=뉴스1 제임스 돌란 뉴욕 닉스 구단주. /AFPBBNews=뉴스1
닉스는 11일(한국시간)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벌어진 홈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87-108로 대패했다.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하고 계속 끌려갔고 3쿼터 한때는 30점 차까지 뒤진 끝에 경기 전까지 3승5패였던 클리블랜드에 안방에서 21점 차 참패를 당했다. 최근 4경기에서 당한 3번째 20점 차 이상 패배였다.

홈팬들의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했다. 특히 일부 닉스 팬들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무능한 구단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닉스 구단주 제임스 돌란을 타깃으로 삼아 ‘Fire Dolan(돌란을 해고하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에 대한 닉스 구단의 대응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한 팬이 ‘Fire Dolan'을 외쳤다는 이유로 무려 6명의 시큐리티 가드에 의해 앉아 있던 좌석에서 끌려 나간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전혀 쿨하지 못한 구단의 모습이 이런 곳에서까지 튀어 나왔다.

이에 대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SI)는 닉스 구단의 어이없는 대응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면서도 문제의 책임은 돌란과 닉스 구단뿐만 아니라 닉스 팬들도 함께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편없는 성적에도 매일 밤 닉스의 경기마다 거의 100% 매진을 이어가고 있기에 돌란이 굳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매디슨 스퀘어가든은 2만여 명의 팬들로 가득 찼다. SI는 “경기장에 와서 ‘Fire Dolan'을 외치느니 그냥 경기장에 오지 않는 쪽이 훨씬 더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팬들에게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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