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4일(한국시간) 볼티모어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 5이닝 2실점 시즌 14승(10패)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경기. 류현진(34·토론토)도 자신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한 것으로 보였다.
최근 투구 중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이었다. 1회초부터 체인지업이 낮게 제구됐다. 공이 그렇게 위에서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높게 들어오면서 휘기만 하면 툭 갖다만 대도 안타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이 내년 이후에도 최고 93마일(약 150㎞) 정도의 볼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렇듯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
또 이날도 높은 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시즌 초반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아마도 포수가 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다 한 번씩은 괜찮겠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높은 공은 상대 타자가 치기에 딱 좋을 뿐이다. 비시즌 동안 생각해볼 문제다.
찰리 몬토요(오른쪽) 토론토 감독이 9월 1일(한국시간) 볼티모어전 6회 마운드에 올라와 류현진을 교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찰리 몬토요(56) 토론토 감독도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는 했으나 마음 속에 아쉬움은 짙게 남아 있을 것이다. 후회스러움과 함께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시즌 초반 불펜이 무너져 놓친 경기들, 그리고 막판 뉴욕 양키스와 3연전에서 1경기만 더 이겼다면… 등등.
메이저리그에는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작전을 별로 걸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의 역할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대부분 맡기되,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의 활약으로 몇 경기를 더 이기느냐가 시즌 성패를 가르곤 한다.
특히 투수 운용과 교체 타이밍이 중요하다. 맞은 뒤에 바꾸는 것이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투수의 컨디션과 움직임, 심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을 내려야 유능한 감독이 될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점에서 몬토요 감독은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문득 문득 생각나고 후회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류현진의 토론토 두 번째 시즌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평균자책점(4.37)은 높지만 14승(10패)을 올렸다. LA 다저스 시절인 2013, 2014, 2019년에 이어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다저스는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고, 토론토는 여전히 투타와 수비에서 기복이 심하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 성적이다. 잔부상과 시즌 후반 부진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류현진의 2021시즌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