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뭉클한 한 마디 "너무 오랜만에 승을 따 죄송합니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마이애미전 6이닝 1실점... 16일 만에 시즌 3승째

신화섭 기자  |  2020.09.04 05:09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3일(한국시간) 원정 마이애미전


6이닝 5피안타 1실점 승


“현진입니다!”

휴대전화 화면에 ‘국제전화’ 표시가 떴다. ‘류현진(33·토론토)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6일 만이었다. 그는 자신이 승리를 따낸 날이면 어김 없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씩씩한 목소리로 먼저 이름을 밝힌 류현진의 그 다음 말이 필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너무 오랜만에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류현진이 죄송할 게 무엇이 있는가. 앞선 두 경기 모두 잘 던지고도 팀 수비 불안과 불펜 난조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니 오히려 본인의 마음고생이 더 심했을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동료들의 허술한 주루와 수비 때문에 얼마나 애를 태웠겠는가.

필자는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마운드에서 신경을 안 쓰고 잘 던졌느냐”고 놀라움을 전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남 탓을 하지 않고 묵묵히 승리를 따낸 류현진의 마음가짐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정말 어수선한 경기였다. 토론토의 주루사와 견제사, 수비 실책이 난무했다. 1회초 공격부터 조너선 비야가 좌전 안타 후 무리하게 2루까지 뛰다 아웃되고 2회초에는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1루에서 횡사했다. 비야는 4회 2사 1, 3루에서도 3루에 있다가 포수 견제사를 당했다.

최대 위기는 2회말 수비였다. 무사 1루에서 코리 디커슨을 내야 땅볼로 유도했는데 더블 플레이는커녕 2루수 비야가 악송구를 저질러 1, 2루에 몰렸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흔들림 없이 후속 3명의 타자를 땅볼과 삼진 2개로 막아내 실점하지 않았다.

상대 선발로 나선 신인 투수 식스토 산체스도 뛰어난 피칭을 펼쳤다. 7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면서 투구수는 79개에 불과했다. 반면 류현진은 여러 가지 구종으로 컨트롤 위주의 승부를 하는 데다 수비진 실수로 이닝이 길어지면서 투구수(6이닝 99개)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 벤치의 작전도 아쉬움이 있었다. 2-1로 앞선 8회초 선두 타자 트래비스 쇼가 행운의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쇼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닌데 다음 타자 산티아고 에스피날은 희생 번트를 대지 않고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다.

1점 차 박빙이었고, 토론토 타선이 찬스를 자주 만드는 것도 아니므로 주자를 3루로 보내 상대를 압박했어야 한다. 만약 1점을 더 냈다면 한결 여유 있게 남은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래저래 흐름 자체가 이길 것 같지 않은 경기였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침착하게 공을 던져 분위기를 토론토 쪽으로 이끌었다. 이런 게 바로 에이스의 진가다.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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