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첫 등판, 승리 못 땄지만 얻은 것 많았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2020.07.25 19:11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 개막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 개막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랫동안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한 선수라도 시즌 개막전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훈련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4일(한국시간) 개막전에서 맞대결한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맥스 슈어저(워싱턴)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MLB에서 1, 2위를 다투는 특급 투수들이지만,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가자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공 스피드는 어느 정도 나왔지만 끝에 꽂히는 위력이 덜 해 보였다.

25일 탬파베이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3·토론토)도 그랬다. 빼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임에도, 이날은 22명의 타자를 맞아 초구 스트라이크를 7번밖에 못 잡았다.

볼 스피드도 초반엔 최고 92마일(148km)까지 나왔으나 50구를 넘어선 4회부터는 89~90마일(143~145km)로 떨어졌다. 볼넷 3개에 몸에 맞는 볼도 1개 내주며 매끄럽지 못한 투구를 했다. 팀은 6-4로 이겼지만, 류현진은 4⅔이닝 4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승패를 남기지 않았다.

상대 선발 찰리 모턴(37)도 2017년 휴스턴의 우승에 기여한 A급 투수이지만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가니 위력이 떨어졌다. 4회 이후 무너져 4이닝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으로선 원 아웃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위안거리와 얻은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토론토가 개막전을 승리했다는 점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 토론토는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LA 다저스보다 전반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라 여겨지는데,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는 공격이나 수비가 잘 이뤄졌다. 류현진도 팀 전력이 괜찮다고 느끼고, 팀도 류현진이 던질 때 승리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것이다.

25일(한국시간) 탬파베이전에 앞서 몸을 푸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25일(한국시간) 탬파베이전에 앞서 몸을 푸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3-0으로 앞선 4회말 상대 쓰쓰고 요시모토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1사 1루에서 마누엘 마고의 3루 땅볼 때 더블 플레이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결국 마이크 브로소의 1타점 2루타로 이어졌다.

6-1로 스코어가 벌어진 5회에는 투 아웃을 잘 잡은 뒤 헌터 렌프로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아쉬웠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라 좀더 편하게 상대했으면 좋았을 텐데 볼카운트 2-2에서 볼 2개를 연거푸 던졌다.

곧이어 쓰쓰고에게 볼카운트 3-2에서 6구째 포심 패스트볼(시속 89마일·143km)에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왼손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한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대신 빠른 공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바로 직전 5구째 89마일 포심에 쓰쓰고가 헛스윙을 해 같은 공을 한 번 더 던진 듯 싶다. 또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쓰쓰고가 2루 땅볼을 쳤는데 그 때 던진 85마일 커터(MLB.com은 슬라이더)가 비교적 제대로 맞았다고 류현진과 포수 대니 잰슨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쓰쓰고는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만나 잘 알고 있는 타자다. 그러나 류현진은 그 전에 대표팀 생활을 해 맞대결한 경험이 없다. 쓰쓰고는 일본 요코하마 시절에는 2013년 잠시 3루수를 맡았을 뿐 외야수로 쭉 뛰었다. 그런데 MLB 데뷔전인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까지 터뜨렸다.

쓰쓰고는 아마도 류현진이 주무기인 커터나 체인지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때로는 이를 역이용해 보란 듯이 그 공을 던질 필요도 있다. 알고도 못 치는 게 야구 아닌가.

토론토 벤치가 투구수 97개의 류현진을 교체한 것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MLB에서는 2000년대에는 시즌 초반 선발투수가 90구 정도로 5회를 안 마쳤는데도 바꾼 경우가 많았다. 2010년대 이후 최근에는 조금 늘어나 95~100개 정도 때 교체한다. 이후 2~3차례 등판을 거친 뒤에야 100구 이상을 던지게 한다. 사실, 이날 투구수로만 보면 류현진을 더 일찍 바꿀 수도 있었으나 코칭스태프가 나름 최대한 배려를 한 셈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트로피카나 필드를 보면서 30년 전 기억도 생각났다. 1990년 쌍방울 창단 감독이던 필자는 첫 해 2군 리그를 마치고 플로리다 교육리그에 가 이 구장을 견학했다. 당시에는 팀은 없고 구장만 먼저 지어져 있었다. 탬파베이는 1998년에야 MLB에 합류했다.

토론토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시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2018년과 2019년 연거푸 6승 13패로 밀렸던 탬파베이에도 첫 경기에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특히 새로운 에이스 류현진이 던진 경기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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