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평범함을 비범하게..칸 남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하며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2.05.30 09:28
송강호는 평범함을 비범하게 연기한다. 부러 지르지 않는다. 강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분명 평범한데 어딘지 다르며, 가끔은 어느 저편에서 연기한다. 그 저편이 아마도 송강호가 다다른 연기의 어떤 지경인 듯하다.


송강호는 모순이다. 연기로는 다 가진 듯 하지만 갈급하다. 짐짓 초연한 듯 하지만 초조해한다. 그 초조함이 지금의 송강호를 만든 것이라 믿는다.

송강호가 '사도' 촬영을 앞뒀을 때 일이다. 사극을 해야 하는데 더욱이 영조다. 아들을 죽인 왕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조선의 왕인데다 결정적인 순간에 사극체가 아닌 현대어로 연기한다. 장르의 법칙을 깨는 건 위험하다. 관객이 익숙치 않은 것에 거부를 넘어 분노하기 쉬운 탓이다.

그래서인지, 송강호는 안하던 행동을 했다. 촬영 전, 남몰래 연극 시절부터 잘 알던 후배와 연기 워크숍을 떠났다. 한적한 팬션을 찾아 며칠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배우가 확신하지 못하면, 관객도 납득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기에 확신이 설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확신이 든 채로 하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사도'를 찍으면서 답을 찾은 것 같다. '사도'를 본 관객은, 송강호가 경상도 사투리를 썼는지 현대어를 썼는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오롯이 영조로서 그의 감정을 느꼈다.

송강호는 남몰래 연기 연습을 했다는 걸 비밀로 부쳐왔다가 우연찮게 그 사실이 드러난 뒤 몹시 겸연쩍어 했다. 마치 밤새 공부했지만 일찍 잤다고 이야기하던 전교 1등이, 밤새 공부한 사실을 들켰을 때의 얼굴 같았다. 천재는 1% 영감을 가졌지만 99% 노력하는 자다. 평범한 사람은 99% 노력을 안해봐서 천재인지 모른다. 송강호가 평범함을 비범하게 연기하는 건, 초조하지만 초조하지 않은 척, 엄첨 노력하지만 노력하지 않은 척, 쉬지 않고 물 밑에서 발을 젓기 때문일 테다.

주연급 남자배우들 사이에는 전도연과 연기를 같이 한다는 것이란 화두가 있다. 수년여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이다. 전도연과 같이 연기를 해봤던 남자배우들이 한 데 모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전도연과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말이 나왔다. 같이 연기를 할 때는 평범하게 해서 잘 몰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면 신을 장악하는 전도연의 연기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말이 오고갔다.

다들 한마디씩 했을 때 송강호는 "노 코멘트"라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밀양'을 같이 했고,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걸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배우이니, 송강호야 말로 전도연의 연기를 누구보다 잘 알 터. 그럼에도 송강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송강호는 평범한 걸 비범하게 연기한다는 것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잘 알고 있어서 침묵을 택한 듯했다.

송강호가 한국 남자배우 중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배우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건 송강호가 처음이다. 그의 평범함을 비범하게 연기하는 것을, 쌓고 쌓고 또 쌓아왔던 것을 비로소 수상으로 화답받은 것 같다.

송강호는 평범하다. 미청년이었던 적도, 미중년이었던 적도 없다. 그저 평범하지만 비범하게 연기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 길에는 위기도 있었고, 최고의 순간도 겪었고, 부침도 있었다. 그런 순간들을 거쳐서 송강호는 화양연화에 서 있다. 송강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의 길이 여전히 궁금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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