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로 스크린독과점 부활 예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2.05.02 11:07
마블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가 90%에 육박하는 예매율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독과점이 재현될 모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어려운 시기의 끝이 보이자 과거의 부적절한 행태를 되풀이할 전망이다.


2일 오전9시 기준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4일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89.6%로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예매량은 65만 5419명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높자, 극장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스크린독과점을 준비 중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개봉 첫날 1800개가 넘는 스크린에 9600번이 넘는 상영횟수, 좌석수 159만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극장의 약 82% 가량을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이렇게 스크린과 상영횟차, 좌석수를 몰아주면서 5월4일 개봉하는 '배드가이즈'가 400여개, 5월5일 개봉하는 '극장판 엉덩이 탐정:수플레 섬의 비밀'이 300개가 조금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현재 상영 중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170여개 스크린,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110여개 스크린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 문제는 상영횟차와 좌석수 차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첫날 9600번이 넘게 상영되고, 159만석의 좌석에서 공개되는 반면 '배드 가이즈'는 개봉 첫날 1400여번 상영되고 좌석수는 16만석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같은 날 250여번 상영되고 좌석수는 2만 7000여석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여 동안 최악의 시기를 겪어온 극장들이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상영관 내 취식이 허용되자 그 기세를 몰아 과거처럼 스크린 독과점도 거리낌없이 진행할 모양새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 때도 스크린 몰아주기가 상당했지만 그 때는 개봉작도 적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있던 때라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다양하게 극장에서 선보였다. 상업영화 개봉이 줄어든 만큼 규모가 작은 다양성영화, 독립영화들은 오히려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보장받았다. 그 덕에 독립영화 관객수는 전체 극장 관객수가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팬데믹 초기에만 줄었을 뿐 곧 예년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팬데믹 기간은 독립영화와 다양성영화 시장이 어느 정도인지 영화계 안팎이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긴 터널의 끝이 보이자 모두 물거품이 되버릴 것 같다. CGV는 4월4일부터 극장 요금을 인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연속 영화관람료를 올렸다. 어차피 4월에 극장 관객이 적을 것 같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을 한 달 앞두고 일찌감치 극장요금을 올린 것. 극장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3년 연속 올리는 건, 관객 입장에서 부담감이 적지 않다. OTT서비스 등 다른 볼거리가 많아져 자칫 극장 요금 인상으로 관객이 극장을 더 외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CGV가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건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란 볼거리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을 앞두고 극장 요금도 올리고 스크린독과점도 준비해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극장이 살아야 영화계가 산다.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모양새로, 아니 손해를 메꾸기 위해 과거보다 더한 행태를 보이는 걸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도돌이표가 되라고 영화계가 팬데믹 기간에 극장에 힘을 모아준 건 아니지 않은가.

혼자 다 먹으려 하면 오래 먹을 수 없는 법이다. 여럿이 나눠 먹어야 꾸준히 오래 먹을 수 있는 법이다. 이 진리를 팬데믹 기간 동안 배우지 못하고 다시 스크린독과점이 재현된다면, 극장은 점차 관객에게 외면 받기 쉬울 것이다. 극장보다 OTT가 더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마당에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서에 기인한 극장 개봉 초반 장사로만 얼마나 갈 수 있겠나.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면, 그간의 고난을 바탕으로 상생하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계가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맞댄 만큼,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예전 같은 방법으로 예전 같은 2억 관객시대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당장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2년 뒤 극장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200억대 한국영화들만 살아남을 지 모른다. 공룡은 그렇게 멸종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