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설경구 직업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2.04.28 09:31
이 기사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김지훈 감독의 영화 인생 2막을 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호평 속에 27일 개봉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으로 시작해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이야기다. 일본 희곡을 원작으로 동명의 연극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김지훈 감독은 '니 부모 얼굴을 보고 싶다'를 원안을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완전히 각색했다.

우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법정 장면은 연극에는 전혀 없다. 연극은 하루만에 벌어진 일을 담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면, 영화는 한국의 현실을 깊게 반영하기 위해 주요 설정만 가져와 미스터리처럼 각색됐다. 학교 폭력의 진위를 확인하는 동시에 영화의 주요 반전과 드라마를 담당하는 이 법정 장면은 김지훈 감독이 이번 작품으로 데뷔한 김경미 시나리오 작가와 협의하면서 만들었다. 김지훈 감독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되는 동시에 부모 역시 가해자였다가 피해자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법정 장면을 구상했다.

당초 이 법정 장면은 한 시퀀스로 찍으려다 영화적인 호흡을 위해 테이크를 나눴다. 그러다보니 테이크와 테이크 사이를 채우기 위해 구상하다가 현재 영화 버전의 미행, 증인 연습 등의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런 각색으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연극과는 다른 영화적인 서스펜스를 갖게 됐다.

설경구가 맡은 주인공 강호창의 직업도 연극과는 다르다. 변호사라 얼핏 엘리트로 보이지만, 다른 변호사들에게 무시 당하는 접견 변호사라는 직업을 설정했다. 김경미 작가가 각색 초안부터 취재 끝에 만들어낸 설정이다. 이런 설정으로 강호창이 극 중 다른 가해자들의 부모들과 위계가 생기게 한 것 또한 각색의 힘이다.

극 중 주요 소품인 피해자의 편지는 영화와 달리 연극에선 가해자 가족 중 한 명이 먹어 버린다. 연극 속 블랙코미디가 영화 속에서는 매우 한국적이자 극적으로 각색됐다.

두 번의 반전이 있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첫 번째 반전은, 시나리오에선 관객이 먼저 알고 강호창은 뒤늦게 알게 되는 구조였다. 이 같은 구조를 죽은 영화도 살린다는 평을 듣는 편집의 귀재 신민경 편집기사가 관객과 강호창이 동시에 알게 되는 구조로 맞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지훈 감독이 신민경 편집기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현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그 덕에 관객이 극 중 강호창에게 훨씬 감정 이입을 하게 됐다.

학교 폭력 피해자 건우의 어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문소리의 극 중 직업은 당초 노동자 계층이었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힘들게 일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문소리의 의견으로 직업이 공장 중간 관리자로 바뀌었다. 이런 이야기를 담는 작품에서 흔히 그려지기 마련인 피해자 부모의 전형적인 직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문소리의 의견을 김지훈 감독이 받아들였다.

영화의 마지막 결말은 여러 버전이 있었다. 현재 버전을 비롯해 선택을 하지 않는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있었다. 김지훈 감독은 마지막까지 결말을 놓고 고민하다가 극 중 강호창이라면 했을 버전으로 영화적인 결말을 완성했다. 그 결말을 보고 관객이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되물을 수 있게끔 했다.

사실 이 결말은, 여러 투자사들에서 반대한 결말이기도 했다. 법정 장면에서 끝맺는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대기업도 있었고, 완성 뒤에도 결말을 편집해서 더 상업적으로 만들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김지훈 감독은 이 결말이 아니라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현재 버전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김지훈 감독이 '타워' 이후 절치부심해서 만든 작품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공을 양보하면서도 끝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킨 끝에 만들어냈다.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7광구' '타워' 등이 김지훈 감독의 영화 연출 1막이었다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히 그의 영화 연출 2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전작들에 대한 반성과 고민과 노력이 뒤따랐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여러 문제로 5년 동안 여섯 차례 개봉을 시도했다가 비로서 지금 관객과 만나게 됐다. 그럼에도 빛바랜 흔적이 없이, 동시대에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로 만들어진 건, 지금도 진행 중인 극 중 소재와 질문 때문이며, 치열한 고민으로 완성된 덕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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