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영화 관람료 인상 속사정..마지막 승부수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0.10.20 14:17
사진=이기범기자 사진=이기범기자


한국 최대 멀티플렉스 CGV가 영화 관람료 인상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상영관 감축 소식을 전했다.

CGV는 일요일인 지난 18일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등 고정비에 대한 부담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영화업계 전체의 어려움이 장기화 됨에 따라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 1만원으로 인상된 지 2년 만이다.

이에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된다. CGV는 하루 뒤인 19일에는 상영관 30% 감축과 신규 출점 중단, 비수익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시행한다고 알렸다. 하루 사이에 영화 관람료 인상과 자구책을 발표한 셈이다.

CGV의 영화 관람료 인상은, 여러모로 영화계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당장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다른 극장들은 관람료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도미노처럼 오를 게 불 보듯 뻔하다. 늘 그랬듯 CGV가 매를 먼저 맞고 나머지가 따라가는 모양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을 반길 관객은 없겠지만 정해진 수순이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 집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영화 ATP(평균 티켓 가격, 세금·준조세를 제외한 실제 티켓 가격)는 6.6 달러로 미국 9. 3달러, 영국 9.9달러, 프랑스 7.4달러, 일본 12.1달러보다 낮다. 중국 본토는 6.0달러, 홍콩은 9.0달러다. 한국 영화 관람료가 다른 주요 영화 시장보다 낮게 책정돼 있던 게 사실이다.

또한 한국영화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에 제작자와 투자배급사들에게 영화 관람료 인상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한국영화 극장 부율이 현재 서울 경기권이 극장 대 투배급사가 4.5 대 5.5, 지방이 5 대 5이기에 영화관람료 인상은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들에게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주목할 건, 왜 CGV가 지금 영화 관람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냐는 점이다. 2년 전 인상 때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을 앞두고 단행했다. 대작 개봉과 그로 인한 극장 산업 활성 전망에 맞춰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어려운 시국인 만큼 자칫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관객이 더욱 감소할 수 있을 뿐더러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로 관객 이동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CGV가 이런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도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일각에선 CGV가 몸집을 줄이고 수익성을 올린 뒤 매각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CGV에선 이 같은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CGV는 현 시국에서 영화관람료 인상안을 내놓은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CGV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2849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9465억원과 비교해 70%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손실도 2022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 470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CGV는 극장 산업 리스크 헤징을 위해 터키를 비롯해 해외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각 국가별 극장들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CGV는 올해 CJ그룹에서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자구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재 극장 객석 운용률이 방역 방침으로 50%로 묶여 있는 것도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

CGV가 직영점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건, 임차료 감면 협상에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CGV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했지만 건물주들과 임차료 인하 협의에 큰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장은 매각할 경우 다른 용처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CGV가 직영점을 줄이고 폐점까지 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게 건물주와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작들이 대거 내년으로 개봉을 연기한 것과 한국영화들이 속속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것도 CGV 영화 관람료 인상 결정에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에 관객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기대작 개봉이 연기되고, 볼 게 없어서 다시 관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마저 하반기 기대를 걸었던 한국영화들도 속속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CGV는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투배급사와 제작자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과거보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서비스 공개를 택했을 때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제작비+알파로 10% 가량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극장에서 개봉했을 경우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수입을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유인책인 셈이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 HBO, 애플TV 등 해외 OTT서비스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터라 선제적인 유인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는 점이다.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인한 순기능은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여파가 어느 정도 진정된다는 걸 전제로 한다. 올해 개봉을 미룬 한국영화 기대작들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내년 여름에는 차례로 극장에서 선을 보여야 극장 산업 정상화와 그로 인한 한국영화산업 정상화가 실마리가 풀린다. 반면 코로나19 여파가 내년 여름 진정은커녕 올여름처럼 재확산 될 경우에는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인한 순기능보다는 OTT서비스로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뉴노멀 상태로 5년 가까이 지속 된다면, 극장과 OTT서비스가 영화 플랫폼으로 병행하는 것으로 영화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을 맞게 되면 극장 산업이 지금과는 다를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극장수는 더욱 줄고, 관람 형태가 바뀌며, 극장요금은 보다 차등화될 수 있다.

어쩌면 영화 관람료 인상은 지금 형태의 극장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일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된다면 신의 한수가 될 것이요, 뉴노멀 상태가 이어진다면 몸집을 줄여도 생존할 수 있는 동아줄이 될 것 같다. 어떤 결과를 낳더라도, 결국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야 가능하다.

과연 CGV 영화 관람료 인상이 한국 극장 산업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이래저래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