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신규 투자 빨간불..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돌입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0.04.22 09:54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극장가.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극장가.


코로나19 여파가 투자배급사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영화계에 따르면 메이저 투자배급사 뿐 아니라 중소 규모 투자배급사까지 새로운 영화 투자에 극도로 신중하다. 사실상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 제작사 대표는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유명 감독의 대형 프로젝트들 몇몇을 제외하곤 새로운 영화 투자 심의를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CJ ENM이 투자하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쇼박스가 투자하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등 일부 대형 프로젝트 영화들을 제외하고 중소 규모 영화들의 투자 심의가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단지 시나리오가 아쉽고 감독이 미덥지 않으며 캐스팅이 미흡하다는 이유가 아니다. 일단 지금은 새로운 영화에 투자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신호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투자배급사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지금은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반기에 극장 상황이 회복될지 여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올해 라인업을 내년으로 연기하게 되면 이중으로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선뜻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살 길을 모색하던 제작사들이 드라마와 OTT서비스로 방향을 트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당초 기획할 때는 영화 제작을 염두에 뒀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문제는 OTT서비스로 제작되는 콘텐츠들은 아직은 수익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손해는 보지 않을지라도 이익도 보지 못하는 구조다. 영화 한 편 성공하면 돈을 버는 현재의 영화 제작 시스템과 차이가 크다. OTT서비스는 아직까지는 플랫폼만 돈을 벌고, 노동자는 현상만 유지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구조다.

전통적인 영화 투자 시스템은 얼어붙은 반면 열려있는 OTT서비스 투자는 남 좋은 일 시키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변화에 한국 영화산업 각 주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회가 주어지는 점에서 일부 감독들은 환영하고, 일자리가 지속 되기에 스태프들도 긍정적인 편이다. 반면 극장은 콘텐츠가 줄어들기에 반대하며 투자배급사는 배급을 같이 하기에 부정적이다. 프로듀서, 제작자들은 안정적인 것은 좋지만 납품 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입장이다. 변화는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준비가 채 되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을 맞은 데 대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 극장 개봉까지 포기하고 독점권을 넘긴 '사냥의 시간' 사례가 예외적이긴 하지만 해외 판권을 각 나라에 파는 대신 넷플릭스에 한국을 제외한 각 나라들의 판권을 파는 형태로 계약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산업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조금씩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OTT서비스 시대를 앞두고 카카오M이 연예기획사와 영화 제작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중앙그룹은 제이콘텐트리를 통해 영화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CJ ENM은 JTBC와 손잡고 OTT서비스 '티빙'을 독립시킬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내년쯤 한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 OTT서비스에 대응하는 준비들이 계속됐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코로나19로 기존 영화 제작시스템이 무너지다시피 하면서 가속화될 것 같다. 준비가 안 된 각 영화산업 주체들이 강제로 끌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영화산업은 기존의 체제와는 다른 문제점을 안게 될 전망이다. 영화 노동자의 근로 형태, 이익의 재분배, 스크린독과점, 수직계열화 등 종래의 문제들은 긱 이코노미 시대를 맞으면서 한층 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건, 현재의 제도로는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은, 이 위기를 벗어나려 고민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가 필요하다.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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