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속 영진위 vs 극장, 첨예한 갈등..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0.03.16 13:43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해 한산한 극장가./사진=김창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해 한산한 극장가./사진=김창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극장 관객수가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극장들과 영화진흥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13일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상영업계 영화발전기금면제 요청' 성명서를 배포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 상영관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단체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인한 관객급감으로 현재 상영관들은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엄중한 국가적 위기에 영진위가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의 일시적 면제 방안을 강구하여 상영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상영관을 살리는 데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또한 협회는 영진위 위원들이 발표한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영진위는 오석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일동(9인) 명의로 2월 19일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을 발표했다. 해당 요청문은 ▲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제도화와 재정적 지원책 마련, ▲ 스크린(상영회차) 상한제 도입 ▲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등으로 인한 불공정성 문제 해소 ▲ 영화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 추진 등의 내용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각 정당들과 국회에 보내 총선 공약에 반영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요청문에 대해 한국상영발전협회는 ▲ 스크린상한제는 관객주권을 무시한 인위적 규제라며 상영자원의 낭비만 초래해 한국영화산업발전을 막는 폐악이 될 뿐 ▲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등으로 인한 불공정성 문제는 이미 공정위와 대법원 판결 등으로 불공정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재론하는 건 소모적 논쟁일뿐 ▲코로나19로 상영관이 존폐 문제가 걸린 시국에 영화발전기금 부과 연장이 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등으로 영진위와 정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영진위와 극장들의 이 같은 첨예한 의견 대립은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대거 줄어들자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극장들은 2월 들어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영진위에서 대책 마련은커녕 스크린상한제, 배급·상영 겸업 금지 등을 정치권에 호소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영진위가 코로나19 대책이라며 전국 200개 극장에 손소독제 5000병을 무료 제공한다고 발표한 건,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 발표 이틀 뒤인 2월 21일이었다.

극장들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월 26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을 방문해 영화관 애로사항을 들은 뒤 조치한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극장에선 영화 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3%)을 매월 납부해 왔다.

영진위는 지난 11일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를 발표했다.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영화발전기금 납부를 연체료 없이 납부할 수 있게 한 것.

이에 대해 극장들은 영화발전기금을 연체료 없이 납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일시적으로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영발금을 연체료 없이 납부 하도록 하겠다는 건 조삼모사나 다를 바 없다"며 "극장 상황이 최악인 만큼 일시적인 영발금 면제가 실질적인 도움이다"고 말했다.

극장들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영진위의 행보에 반발하는 건, 영진위가 코로나19로 극장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없는 반면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에 골몰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영화산업 경제민주화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영화산업 위기 대책은 별개의 것이라고 항변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에 대한 성명서 발표와 코로나19 위기 대처는 별개"라면서 "성명서 발표는 계속 논의되어 왔던 것을 실행한 것이며, 발표 시점도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다"고 밝혔다.

오석근 위원장은 "현재 영진위는 코로나19로 닥친 영화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세 단계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극장에 대한 지원은 (당장은 해당 예산이 없기에) 예산을 만들려면 기존 (영진위)사업을 줄여야 한다"며 "이에 대해 문체부,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발금을 연체료 없이 납부 할 수 있게 조치했다"라며 "(극장에서 요구하는)영발금 일시 면제는 영진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문체부와 관련 부처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오 위원장은 "영진위에서 제작, 개봉 지원을 하는 (독립)영화들은 언제까지 개봉해야 한다는 약정들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연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미룬 영화들과 촬영에 들어갔는데 피해를 입은 영화, 제작이 연기된 영화들 현황을 파악 중"이라면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문체부와 효율성과 적정성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석근 위원장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진위와 극장들 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한 영진위의 노력은 사실상 문체부 결정 사항이라 신속한 지원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양측의 갈등 뿌리에는 영화발전기금 문제가 있는 탓이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 입장권 부과금 징수가 2021년 12월 31일로 끝나는 만큼 국회를 통해 일몰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영진위는 영발금으로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 운영 등을 할 수 있는 만큼 일몰 기간 연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오석근 위원장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영발금 부과금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그만큼 영화 관람료가 낮아지지도 않을뿐더러 공적자금으로 형성이 안 되고 3대 멀티플렉스 등 극장과 할리우드 직배사 수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극장들은 영발금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국상영발전협회가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상영관이 존폐 문제가 걸린 시국에 영화발전기금 부과 연장이 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속내에는 준조세 성격인 영발금의 일몰 기한 연장에 대한 반대 의사가 숨겨져 있다.

영화발전기금에 대해 영화계 의견도 갈린다. 영발금이 사라지면 그만큼 극장 뿐아니라 제작자에게도 수익이 더 돌아온다며 환영하는 영화계 인사도 있는 반면 독립영화 제작 지원 등 한국영화 풀뿌리 사업 등을 위해 영발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상당하다.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영화계에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산업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달성이란 위업을 이룬 것에 대한 기쁨도 잠시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긴 터널에 돌입하고 있다. 어떻게 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영화계 각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문체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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