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를 뿌리는 사람들에게..현빈 기부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20.03.04 11:12


선행은 알리는 게 미덕이라고 믿는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선행의 영향력도 큰 까닭이다. 그리하여 유명 연예인의 선행은 알리면 알릴수록 더 좋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남 몰래 선행을 하는 게 옳다고 믿는 연예인이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게 미덕이라고 믿는 연예인도 있다. 기부가 자랑처럼 비치는 게 싫다는 연예인도 있다. 돈으로 선행을 쌓는 게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폐라고 여기는 연예인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니 존중할 따름이다.

현빈이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비밀로 하고 싶다는 뜻을 굳이 저버리고 세상에 알렸다. 안타까운 일들에 힘을 보태는 데 경중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크든적든 돕고 나누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칭찬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할 일은 절대 아니다. 왜 당신은 유명인인데 기부하지 않냐며 비난하고 조롱하는 건, 그저 증오를 뿌리는 사람일 뿐이다.

현빈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기부 소식을 알린 건, 증오를 끊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코 현빈을 코로나19 관련 고액 기부 연예인 리스트 윗줄에 앉히기 위해서는 아니다.

현빈은 지난달 21일 소속사 공식 SNS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고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남겼다. 그 뒤 현빈을 조롱하는 악성 댓글들이 쏟아졌다. 이곳저곳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편지만 쓰고 기부는 하지 않는다며 그를 조롱하는 글들이 난무했다. 현빈을 소금이라고 빗대는 글들도 많았다.

안타까웠다. 그가 조롱받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증오가 역병처럼 뿌려지는 것도 안타까웠다. 현빈의 이번 기부 기사에 굳이 그동안 그가 알리지 않았던 지난해 강원도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해 기부한 사실도, 그가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 자격을 획득한 사실도 같이 공개한 건 증오를 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든 시간 속에서 선행을 쌓는 사람도 많지만 앉아서 증오를 뿌리는 사람들도 적잖다. 기부한 연예인들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기부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 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그렇게 리스트를 작성하고 증오를 뿌리는 게 정의를 집행하는 줄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다.

3일 SNS에는 신천지 연예인 리스트라는 '찌라시'까지 나돌았다.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은 무시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아니라고 해명해도 기성 교회에 잠입한 신천지인 줄 어떻게 아냐는 악플마저 올라오고 있다. 그렇게 증오를 뿌린다.

5일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예 기사 댓글이 없어진다. 앞서 연예 기사 댓글을 없앤 다음에 이은 조치다. 어쩌면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예인들을 향한 증오를 뿌리는 댓글이 네이버 연예 기사 마지막 악플일지 모를 일이다.

정의를 향한 확신은 때로는 길을 벗어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정말로 바라는 정의와 멀어지게 만든다. 증오를 뿌리는 사람들의 시작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의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길을 벗어났다.

언제나 역병이 나돌 때는 증오도 같이 나돈다. 분노와 증오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역병이 나도는 지금, 누군가는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지금도 분노와 증오를 뿌린다.

증오를 용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용서와 참는다는 다르다. 누군가 먼저 증오를 끊어야 한다. 그래서 참아야 한다. 그게 이 역병이 창궐한 시대를 이겨나가는 방법이라 믿는다. 현빈의 뜻과 다르게 그의 기부 사실을 세상에 알린 건, 그게 이 시대를 이겨나가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양해를 바라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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