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 현대무용 ‘No Comment’

채준 기자  |  2020.06.16 19:00


‘노코멘트 No Comment’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제목이다.

무 언어인 신체로 표현하는 무용작품으로 설명 없이 안무자가 하고 싶은 표현만 하겠다는 건지, 입을 다물고 침묵하며 살겠다는 건지 참 비밀스러운 단어이기도 하다.

침묵은 때로는 가치를 높이고 어떠한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고 한다. 침묵의 의미를 무대 위로 끌어올려 예술작품으로 만든 이는 안무가 신창호이며, 최초로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유럽의 직업발레단에 수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0년 한국의 춤을 유럽에 소개하는 프로젝트 Kore-A-Moves에 선정되어 영국 런던 유럽투어를 하던 중 그의 작품 ‘노코멘트'를 눈여겨 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발레단 예술감독 ’엔리케 가하 발가Enrique GASA valga‘는 공식 발레단 레퍼토리로 제안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1년간 15번 고정레퍼토리로 공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있는 티롤 주립극장에서 남자무용수들로만 이루어졌던 ’노코멘트‘와 다른 업그레이드된 '노코멘트2'로 남녀 혼합으로 구성된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용 축제로 매년 열리는 세계적 무용 페스티벌 ‘제이컵스 필로 댄스 페스티벌’과 미국 포틀랜드의 ‘화이트버드 무용 페스티벌’등에서도 초청공연을 하였다.

양복 차림의 남성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특징인 ‘노코멘트’는 안무자 신창호가 영국에 있을 때 뉴스에서 이라크전 참상을 보게 되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집과 가족을 잃은 남자가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울고 있는 모습에서 분노와 절망이 생생하게 느껴졌으며 그장면이 ‘노 코멘트’의 모티브가 되었다.

또한 표현법으로는 미니멀리즘의 단순성과 반복성으로 인해 에너지의 변화를 표현한 작품으로 단순한 동작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에너지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움직임 화하였다. 이 표현법도 그냥 나온게 아니 것이 아닌 신창호가 대학원 논문 주제인 미니멀니즘에 나타난 단순성의 반복성이 반영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코멘트’는 시각적으로 보인 강렬하고 짧은 이미지와 장시간 연구해왔던 주제의 만남이 창작 작품을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공연을 본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 주는 묘한 매력과 심장을 자극하며 가슴을 치는 동작이 눈에 선하게 익어있다. 이 가슴 치는 동작에서 심장박동을 느끼며 핏줄로 퍼져나가는 심장의 에너지를 뜻하는 슬라이딩 동작과 에너지의 흐름인 발 구르기 등 온몸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동작들과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음악도 인상 깊었으며 역동적이고 강렬한 움직임 표현에서 내 심장이 요동침을 느꼈다. 이것이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떠한 세트와 소품 없이 신체로만 이루어지는 작품으로 신창호는 안무할 때 무용수들에게 고정된 동작을 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안무자가 본인의 성향대로 동작을 만들어 무용수들에게 익히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슴 치는 동작만 모티브로 주고 나머지는 무용수에게 맡겼다고 한다.

어떠한 박자와 동선도 정해주지 않고 단지 그가 요구한 것은 전신을 오케스트라 지휘하듯 움직이라는 것이었고 작품의 방향에서 벗어났을 때만 약간의 가이드만 주었으며, 무용수들에 의해 나온 여러 동작 중 결정된 동작은 반복연습으로 무용수의 몸에 완전히 익게 하였다. 이처럼 무용수들에게 즉흥적인 움직임을 유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2002년에 초연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 공연 횟수가 100회에 이를 정도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노코멘트'은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을 작품 해석이 융통성 있게 받아질 수 있다는 점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고, 아시아는 아시아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 인들에게 그들 나름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소에 따라서도 진지한 무대는 무겁게 공연될 수 있는 작품이며 반대로 흥이 나는 페스티벌에서는 밝은 분위기로 공연 성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양한 입맛에 관객들에게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던 ‘노코멘트'처럼 예술성과 대중성을 접목해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안무자 신창호는 관객에게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창작적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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