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참아라. '복서 골절'

채준 기자  |  2020.03.03 10:59
/사진제공=에이스병원 /사진제공=에이스병원


복서 골절이라는 병명이 있다. 이 병명은 분노가 만드는 문제다.

30세대 중반의 남성이 아내와 함께 정형외과 진료실을 찾아왔다. 환자는 이틀 전 넘어지면서 우측 손을 짚었고, 그 이후 세끼 손가락 부위의 손등이 아프다고 하였다. 하루 지나면 증상이 좋아질 것 같아 기다려 봤는데 통증이 지속되어 병원을 왔다고 한다.

환자의 설명에 정형외과 전문의는 머리를 갸우뚱한다. 그러면서 정말 넘어지면서 다친 것이 사실인지 되묻는다. 환자는 망설이며 아내의 눈치를 본다. 환자의 아내는 남편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여자의 직감으로 안다. 정형외과 의사는 무엇이 의심스럽고, 환자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정형외과 의사라면 쉽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환자의 다친 부위인 다섯 번째 중수골 경부 부위 즉 세끼 손가락과 다섯 번째 중수골이 만나는 부위의 골절은 넘어져서는 잘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골절의 이름이 “복서 골절”이다. 즉 주먹으로 단단한 무언가를 강하게 가격하였을 때 손등 뼈가 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버리는 것이다.

권투 시합을 할 때 선수들이 장갑을 끼는 이유는 상대방의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선수 자신의 손 뼈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즉 중수골이 두개골보다 약하여 주먹이 머리를 가격하는 경우 머리가 깨지기보다는 손이 부러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생들에서는 친구들과 싸움을 하다가 골절이 많이 발생한다. 군대에서는 많이 발생하는데 선임이나 간부에게 꾸중을 들은 병사가 어디에 화풀이를 할 수도 없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으니 화장실에 가서 남모르게 주먹으로 벽을 치고 나면 골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싸움을 하다 골절이 발생했건,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쳤건 간에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는 넘어졌다고 말을 한다.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는 미숙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의사에게 밝히기 부끄럽기도 하고, 같이 온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의사라면 괜히 치료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사실을 들춰내서 환자의 집안에 불란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의미 심장한 눈 빛을 보낼 뿐이다.

이러한 중수골 골절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주먹이 단단한 물체를 가격할 때 부러지면서 꺾이기 때문이다. 꺾인 각도가 심하지 않다면 손으로 당겨서 맞추고 부목 고정을 약 6주간하게 되며, 많이 꺾인 정도가 심하면 마취를 하고 역시 당겨서 맞추고 겉에서 안으로 핀을 삽입하여 고정하게 된다. 그 후 역시 6주간의 부목 고정이 필요하다. 부목 고정이 풀었다고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손가락이 그 동안 굳었기 때문에는 이를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리치료 및 도수 치료가 필요 할 수도 있고, 본인도 오랜 기간 뻗뻗해진 손가락을 푸는 과정에서 고통을 받고 불편하다. 단 한번의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한 대가가 생각보다 크다.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겠지만 손은 매우 소중하다.

윤항섭 안산 에이스병원 원장은 “아프지 않을 때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지만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되면 삶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춘기가 30년이상 지났지만 욱하는 감정은 잘 조절이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사내들이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도 한번의 주먹질이 초래하는 불편함을 잘 인식하고 다른 감정의 분출구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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