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01, 누가 그림의 주인일까?

채준 기자  |  2021.02.24 11:12
Banksy, Aachoo!!(2020)사진제공=: banksy.co.uk 캡쳐 Banksy, Aachoo!!(2020)사진제공=: banksy.co.uk 캡쳐


스타뉴스가 케이트 리 뉴욕변호사와 함께 ‘케이트의 아트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예술품과 저작권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작년 말 영국 브리스틀의 한 오래된 집에 할머니가 재채기를 세게 하는 바람에 틀니가 날아가는 유머러스한 벽화가 그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하는 우울한 시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하룻밤 새 나타난 이 벽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비주의 예술가 뱅크시 (Banksy)의 “아추!! (Aachoo!!)” 라는 그림이다.

뱅크시는 영국의 거리예술가로 사회의 어둡고 부정적인 현상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수많은 기행들이 보도되고, 벽화가 인기를 끌면서 그가 만들어내는 프린트나 회화를 유명인들이 소장하게 되었고, 이제는 스타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고 있으며, 상상밖의 일들로 예술계를 종종 놀라게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벽화가 뱅크시의 작품임이 확인되고 나서 해당 집의 가치가 약30만 파운드 (한화 약 4억6천만원) 에서 약 5백만 파운드 (한화 약 76억원)로 약 16배 뛰어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집은 벽화가 그려지기 전 30만 파운드로 판매계약이 진행 중인 상태였기에, 벽화가 부동산 거래에 미치게 될 영향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곧이어 당시 진행되던 부동산 계약이 보류되었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후 집주인은 뉴스 인터뷰에서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고 주목받는 것에 부담을 느껴 원래 가격대로 집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은 벽화의 가치를 중히 여기고 있으며, 오히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시스템과 투명 보호막을 설치하느라 추가 경비가 들었고, 계약서에 벽화를 원상태로 보존하기로 하는 조약을 넣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집주인은 그림의 작가인 뱅크시의 허락없이 그림을 포함한 집을 팔 수 있는 것일까? 남의 집 벽에 그려진 그림의 주인은 누가 되는 것일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저작권 (copyright)이다.

저작권은 지적재산권의 한 유형으로 예술적 창작물의 창작자가 가지는 독창적 창작물의 복제, 공표, 또는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이다. 각 국가마다 세부적으로 다른 저작권법을 갖고 있긴 하지만, 베른협약 등 우리나라를 포함 대다수의 국가들이 가입, 체결한 조약들에 따라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예술적 창작물은 음악, 미술, 공연예술, 문학 등 예술 전반에 해당하며 창작인의 생각이나 감정이 독창적으로 표현된 작품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적 창작물은 작품의 예술적 기교나 가치에 전혀 상관없이 단지 창작자의 최소한의 독창성이 표현되면 그 기준을 만족한다.

작년 미국 연방법원과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 연이어 재확인되었듯, 누군가에게는 단지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거리의 그림이라도, 또 남의 집 벽에 허락없이 행해진 불법적 행위에 의한 그림이라도 저작권은 인정된다. 물론 불법적 주거침입이나, 남의 재물을 손상시킨 행위는 형사적 처벌대상이 되며, 이는 저작권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뱅크시의 벽화에 대한 저작권은 창작자인 뱅크시에 있다.

여기서 헛갈리는 부분은 작품의 저작권과 그 소유권이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유권은 물건을 전면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위의 경우 뱅크시가 그린 벽화가 다른 사람의 집 벽에 그려졌으므로 그 집의 소유주가 곧 벽화의 소유주가 된다.

그림의 소유주는 자신 소유의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으므로, 집주인은 그림이 그려진 집을 자신의 뜻대로 판매할 수 있다. 단, 벽화의 저작권은 작가인 뱅크시에게 있으므로, 벽화의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등의 복제는 작가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

Banksy, 위임된 의회 (Devolved Parliament), 2009.  사진제공: Gatto Celiaco via Wikimedia Commons Banksy, 위임된 의회 (Devolved Parliament), 2009. 사진제공: Gatto Celiaco via Wikimedia Commons


뱅크시처럼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 이미 2019년 그의 회화 “위임된 의회 (Devolved Parliament)”가 990만 파운드 (한화 약 150억원)로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작년 소더비 경매에서도 회화 “쇼 미 더 모네 (Show Me the Monet)”가 760만 파운드 (한화 약 116억원)의 판매가를 기록했다.

그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다 보니, 위와 같이 처음부터 판매가 가능하도록 그려진 프린트나 회화 작품과 별개로 하룻밤새 나타난 그의 선물 같은 벽화로 경제적 이득을 보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미 경매에는 뱅크시를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들의 벽화가 그려진 벽을 통째로 뜯어와 고가에 거래된 경우가 많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벽의 소유권이 부동산 주인들에 있으므로 그들은 마음대로 벽을 뜯어내어 벽화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아티스트들이 캔버스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공장소인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그들이 그 곳에서 자신의 그림이 보여 지길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이 그려진 벽을 뜯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순간 이미 많은 부분 작가의 의도한 메시지가 의미를 잃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예술계에서는 벽을 뜯어 판매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소유주가 벽을 뜯어서라도 판매한다면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비판해온 뱅크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사와 반하여 판매된 벽화들을 나열하고, 이들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작품임을 천명하고 있다.

또 따로 뱅크시의 그림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자신의 작품인증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후에 예술시장에서 예술품들이 거래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세히 다루겠지만, 작가의 작품임을 인증 받지 못한 미술품은 제대로 그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거래를 막는 셈이 되는 것이다. 뱅크시가 오랜 기간 예술을 향유해온 특권층이 아닌 모든 이들의 아티스트라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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