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 기르고 이형종 자르고, 헤어스타일 심리학 [★취재석]

한동훈 기자  |  2020.02.15 08:41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만난 KT 이대은(왼쪽)과 LG 이형종. /사진=한동훈 기자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만난 KT 이대은(왼쪽)과 LG 이형종. /사진=한동훈 기자
몇 년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외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옷이었다. 근소한 차이로 헤어스타일이 2위에 위치했다.


유니폼을 입는 남자 운동선수에게는 헤어스타일이 1순위인 셈이다. 옷은 다 똑같으니 말이다. 시각적으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요소는 머리 외엔 수염이나 문신 정도가 전부다.

동양인의 특성상 수염은 쉽게 기르기 힘들다. 듬성듬성 자라는 경우가 많아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다. 문신은 우리 문화에서 아직까진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 드러내놓고 하기 부담스럽다. 결국 무난한 선택지는 머리카락 하나다.

최근 막내구단 KT 위즈에선 장발이 유행이다. 마무리투수 이대은(31)이 주도한다. 함께 구원진에 속한 하준호(31)와 정성곤(24)도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을 정도다.

시실 프로선수들은 외모를 가꾸려고 머리를 만지는 것이 아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심리적인 기선 제압과 연관이 깊다. '헤어스타일 심리학'이라 할 만하다. 겉모습을 조금이라도 강하게 만들어 자신감을 먹고 들어가겠다는 심산이다. 격투기 종목에서 계체 후 두 선수가 공격적인 시선으로 눈싸움을 나누는 것과 같다.

이대은은 "기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자를 썼을 때 강해 보이는 이미지가 좋다"고 밝혔다. 이대은이 장발을 휘날리며 마무리에 안착하자 따라 하는 선수들이 생겼다. 이대은은 "내가 권유하는 편이다. 자르지 말라고 한다. 혼자보단 여럿이 하면 더 좋지 않나"며 웃었다.

2019시즌 머리카락을 기른 이형종.  /사진=OSEN 2019시즌 머리카락을 기른 이형종. /사진=OSEN
반면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자른 선수도 있다.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31)은 트레이드마크였던 장발을 정리했다. 스프링캠프 출발 한 달을 남기고 커트했다. 이형종은 "이제는 야구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형종에게 긴 머리는 또 다른 의미였다. 마치 부적과도 같았다. 상대보단 스스로 힘을 얻는 원천으로 삼았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기 때문에 자신감과 확신이 필요했다.

이형종은 갈기 같은 긴 머리와 함께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팬들은 그를 '미친 적토마'라는 의미의 애칭, '광토마'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갈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이형종은 "솔직히 조금 불편했다"고 뒤늦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당분간은 머리를 또 기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선수들은 마음가짐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곤 한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가진 기술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머리카락 길이 변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술이나 다름 없다. 올 시즌 헤어 스타일을 바꾼 선수들이 과연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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