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 후 송은범이 고우석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형도스포츠' 제공
LG가 22일 잠실에서 두산을 연장 접전 끝에 6-3으로 이긴 뒤 한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LG 선수들이 승리 후 도열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다. 경기를 마무리한 베테랑 투수 송은범(35)이 이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21)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만난 송은범은 이에 대해 묻자 별것 아니라며 쿨하게 웃어넘겼다. 송은범은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해줬다"고 돌아봤다.
그저 어린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불펜 요원 대선배로서 속 깊은 뜻도 담았다. 송은범은 "1년 내내 잘 던질 수는 없다. 구원투수라면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내가 봤을 때 (고)우석이가 그런 시기"라 설명하면서 "그런데 구속이 오히려 더 빠르게 나왔다. 오버 페이스를 한다는 뜻"이라 지적했다.
송은범은 이어서 "업 다운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고)우석이한테 너무 마음 쓸 필요 없다고 한 것"이라 덧붙였다.
고우석은 프로 3년 차에 국가대표급 마무리로 급성장했다. 풀타임 마무리도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페이스 하락이 고우석에게는 어색한 일일 수도 있다. 이미 다 경험을 해본 송은범이 그 점을 짚어줬다. 혹시라도 고우석이 무리를 해서라도 이겨내려 할까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올 시즌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극찬한 고우석은 63경기 등판해 69이닝을 던지며 8승 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 '끝판왕' 오승환의 뒤를 이을 마무리투수가 드디어 탄생했다고 야구계는 평가한다.
LG 송은범. /사진=LG트윈스
고우석은 "많이 배웠다. (송)은범이형 위로가 참 큰 힘이 됐다"며 22일 경기를 떠올렸다. 고우석은 크게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먼저 외부 시선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우석은 "솔직히 멀티이닝이라든지 혹사논란 이야기가 나오는 걸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우석은 "다 내가 실점했기 때문에 잡음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 사정은 그렇지 않다. 어제(22일)는 그래서 그런 말들이 아예 안 나오게 완벽하게 막고 싶었다. 그래서 더 힘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논란을 불식시키고 싶어서 평소보다 더욱 완벽히 세이브 하려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뜻이다. 고우석은 "역시 다른 생각이 개입되니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감독, 코치님께서 관리를 다 해주신다. 앞으로는 의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우석은 "감독, 코치님께 먼저 죄송했고 스스로 화가 났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직구 제구가 어려웠지만 변화구는 잘 들어갔다. 변화구 위주로 승부했어야 했는데 직구를 고집했다"고 자책했다.
LG 고우석(가운데). /사진=LG트윈스
차명석 LG 단장은 트레이드 당시에 "고우석, 정우영 등 우리 필승조가 든든하지만 아직 큰 경기 경험은 없다. 한국시리즈까지 해본 송은범이라면 이들을 이끌어주며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바 있다.
송은범은 LG 이적 후 23경기서 구원 2승 5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맹활약 중이다. 동시에 멘토로서도 그 존재 가치를 확실히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