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물병투척-신경전-2만8518명 운집' 전설매치, K리그 최고더비 될까

서울월드컵경기장=김우종 기자  |  2019.07.21 06:25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전설(전북-서울) 매치.'


역시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문 구단다운 뜨거운 승부였다.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6골이 터지며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이 벌어졌는가 하면, 경기 막판에는 물병 투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한 경기 안에서 벌어졌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았던 승부였다.

전북 현대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19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한 전북은 14승6무2패(승점 48점)를 마크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FC서울은 12승6무4패(승점 42점)로 3위를 유지했다.

경기 전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전북 스쿼드는 국가대표급이다. 또 개인의 능력도 월등하다. 패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축구를 즐기자, 우리 것을 하자고 강조했다. 결과는 상관없다고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아, 마음 속으로는 이겼으면 좋겠는데…. 이 속을 감출 수가 없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한 전북을 상대로 서울 선수들이 부담 없이 싸우길 배려하면서도, 내심 승리에 대한 강한 욕심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좌)과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 FC서울 감독(좌)과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이동국-로페즈-문선민을 앞세웠고, 서울은 5백을 쓰면서, 박주영과 박동진을 최전방 투 스트라이커로 내세웠다. 경기가 시작되자 역시 전북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28분 김진수가 때린 슈팅을 홍정호가 방향만 툭 바꿔놓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이때만 해도 서울로서는 '역시 안 되는구나' 생각할 듯도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5경기서 서울은 전북 상대로 1무 4패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전반 44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동진이 오른발을 툭 갖다 대며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골 세리머니 과정에서는 전북 김진수(27)와 서울 박동진(25)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 후 김진수는 신경전 상황에 대해 "축구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면서 말을 아꼈다.

후반전서도 두 팀은 뜨겁게 맞붙었다. 후반 8분에는 문선민과 양한빈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으나 VAR(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 선언이 취소됐다. 이어 후반 15분 홍정호의 헤더골이 터지자 후반 16분 박동진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멀티골에 멀티골로 응수한 순간이었다.

후반 29분 기어코 서울이 박주영의 골로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VAR 끝에 골이 취소됐다. 전북과 서울의 응원단 모두 심장 박동 수가 빨라졌다. 결국 팽팽했던 승부의 추는 순간적으로 서울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전북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 투입된 김승대가 후반 32분 역전골을 넣었다. 이적 후 터트린 첫 골이었다. 이어 후반 39분에는 로페즈가 쐐기골을 터트리며 4-2까지 달아났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 가운데, 경기 막판 전북 선수들이 쓰러지자 일부 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하마터면 맞을 뻔했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송범근은 묵묵히 물병을 치우며 다시 자기 플레이에 임했고,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결승골 이후 전북 현대 선수단의 세리머니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승골 이후 전북 현대 선수단의 세리머니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원정 경기였지만 경기 초반부터 승점 3점을 향해 공격적으로 한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동국이 위쪽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홍정호도 잘해줘 고맙다. 김승대는 함께 훈련한 지 하루밖에 안 됐으나 역시 '라인 브레이커'다운 부분을 보여줘 칭찬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김승대는 "이적 후 첫 원정이어서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골까지 넣어 기쁘다. 저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부분에 맞춰야 한다. 몸 관리만 잘하면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강력한 우승후보 전북을 맞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 실수 때문에 흐름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K리그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많은 팬 분들께서 찾아주셨다. 팬 분들을 계속 붙잡고 싶다. 저희 몫이다. 그래도 홈에서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경기장에서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FC서울의 첫 홈 경기 패배였다. 하지만 경기장에는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2만8518명의 팬들이 찾아 축구의 매력을 만끽했다. 향후 K리그 최고 흥행 더비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모처럼 축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 '명품 매치' 전설 더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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