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이시원 "광기어린 슬픔..처음부터 다 내려놓고 연기"[★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2019.01.21 09:01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그간 '아련한 첫사랑'을 선보였던 배우 이시원(32)이 이번에 한층 '비극미'를 더했다. '미생' '신의 선물' '내 사위의 여자' '슈츠' '추리의 여왕'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이 됐던 그가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초록뱀미디어, 이하 '알함브라')에서는 이혼과 재혼을 거치며 두 번째 남편의 죽음까지 겪는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 분)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이시원은 진우의 전처이자 차형석(박훈 분)의 아내인 소아과 의사 이수진 역을 맡았다. 진우의 저돌적인 매력에 빠져 결혼했지만 그 저돌성이 진우의 성공과 더불어 두 사람의 관계 소원, 수진의 우울증을 불렀다. 진우와 이혼하고 형석과 재혼하면서 셋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고, 형석마저 죽자 수진의 인생은 비극에 다다랐다. 최후에 수진은 차병준(김의성 분) 장학재단을 세우고 전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알함브라'를 떠나보내는 기분이 어떤가.

▶ 인터뷰를 하면서 수진이와 이별을 하는 것 같은데, '이제 수진이가 나와 헤어지는 구나'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4월 리딩을 하고 5월 해외로케를 했다. 쫑파티인 12월 30일까지 꽉 채워서 촬영을 했다보니 사계절을 다 수진이로 보냈다. 가장 고마운 분들이 스태프분들 이었다. 1년 내내 이 작품에 매달리셨다. 촬영이 길어지면 불만도 쌓일 수 있을 텐데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수진이가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이었는데 지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 안길호 감독님의 힘도 컸다.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게 '인성' 이었는데, 그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며 몸소 실천하셨다. 주위 사람들도 그런 마음으로 일한 것 같다. 이번에 많이 배웠다.

-수진의 인생이 너무 기구했다.

▶ 한 번도 웃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온갖 불행이 닥치고 나서 극 초반을 겪었다. 전사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아무도 형석이와 수진이의 결혼을 탐탁치 않아했다. 재벌가 사모로 마음 고생을 하다가 형석이까지 죽었으니 절망이었을 것이다. 슬픔이 너무 크면 원망할 사람을 찾게 된다고 하지 않나. 수진에게는 그게 진우였던 것 같다. 사람이 나락에 떨어진 후에 절망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광기어린 슬픔을 보여주기 위해 초반부터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

-진우와 이혼 후 친구인 형석과 결혼한 인물로 시청자들의 미움도 샀는데.

▶ 왜 시청자들이 유진우 같은 남자를 두고 불륜을 하냐고도 했다. 남자들이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고들 하는데, 수진 입장에서는 그게 섭섭했을 것이다. 진우는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갔다. 수진이 겪었을 소외감이 증폭되면서 우울증을 겪었을 것이다.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다. 전 세계의 신흥재벌 사모님이라는 굴레가 수진에게 씌워지면서 공허함이 커졌을 텐데 그 때 항상 자기를 바라봐줬던 형석의 존재가 수진에게는 고마웠겠다. 수진에게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형석이었던 것 같다. 수진도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비극으로 흐를 줄 몰랐을 것이다.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기억에 남았던 시청자 반응이 있을까.

▶ 생각보다 수진이를 시청자들께서 많이 미워했다. 섭섭함보다 몰입한 반응인 것 같았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진우와 희주의 사랑을 응원할 것이다. 내 역할은 진우와 희주가 서로 만나면서 구원을 받는 사랑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구원'이 부각되려면 그 전에 진우에게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수진은 진우에게도 큰 상처의 존재였을 거다. 수진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웃음)

-극 초반부터 심한 우울감에 빠진 수진을 보여줬는데, 몰입이 어렵진 않았나.

▶ 처음에 나도 전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망가짐부터 나오길래 '왜 저럴까' 생각했다. 수진은 바닥에서부터 점점 올라온 캐릭터였다. 모든 캐릭터가 자신만의 변화와 성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진은 온갖 치욕과 모욕을 당하면서 시간을 버텨왔다고 생각했다. 수진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모습도 힘든 과거를 보냈기 때문에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를 떨쳐낸 것이겠다. 16부를 통해 수진이가 단단한 여자가 돼서 앞으로 주체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찾아 미래로 걸어갈 것 같다. 수진이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는 김의성과 촬영장에서 많이 만났겠다.

▶ 악역을 많이 맡으셔서 그렇지 즐겁게 촬영했다. 김의성 선배님은 실제로 젠틀하시다. 후배 배우를 많이 배려해주시는 분이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진화심리학 석사 출신으로 '뇌섹녀'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이시원은 어떤 사람인가.

▶ 굉장히 호기심이 많고 용감한 편이다. 불안과 방황을 잠재우는 건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이다. 남이 누군지에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인생이 요리와 비슷해서 먹어봐야, 해봐야 아는 것 같다. 연기도 용기있게 뭣 모르고 시작했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도전하는 편이다. 그렇게 사는 게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다. 인생을 살면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정신이 필요한 것 같은데, 소중한 순간을 가지면서 남들 시선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포기해서 편한 건 잠깐이지만 후회는 평생 간다고 생각한다.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이시원 /사진=김휘선 기자


-이번 작품을 통해 단발머리로 처음 잘랐는데.

▶ 별 것 아니었는데 머리 자르는 것도 왜 이렇게 무서워했을까 싶었다. 이번 변신을 하면서 생각했던 게, 예능도 나가고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만약 예능에 나간다면 내 일상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좋아한다. '알쓸신잡'을 좋아한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줄 자신이 있다.

-이상형이 있나.

▶ 아인슈타인과 빌 게이츠다.(웃음) 그 분들의 업적과 성취도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성품이 좋다. 겸손하고 섬세하다. 아인슈타인은 그 시대의 참된 평화주의자이자 여성 투표권이 없을 시절에 여성을 위한 발언을 했고, 인종차별 반대도 했고, 채식주의도 했다. 빌 게이츠도 전 재산을 거의 미란다 재단에 기부하지 않았나. 아프리카가 그 재단이 없으면 무너질 거라고 하더라. 두 분 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공감능력, 감수성이 뛰어나다. 두 분 다 자신의 성공에 대해 자신이 이룬 게 아니라 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한 문제를 오래 고민할 뿐이라 하는데 거기서도 겸손함을 느낄 수 있다. 내 이상형은 자신의 세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워낙 아픈 짝사랑, 아픈 첫사랑을 연기했다 보니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많겠다.

▶ 차기착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양한 역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 한 가지를 특기로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고 결과도, 과정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있고 빛나는 건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추억인 것 같다. 추억과 기억까지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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