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마른 LG 마운드, 피칭아카데미 3년 동안 뭐했나

잠실=한동훈 기자  |  2018.09.30 06:00
고개 숙인 LG 선수단. 고개 숙인 LG 선수단.


LG 마운드, 도대체 어디가 문제일까?

LG는 올 시즌 투수 운영에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다. 불펜이 붕괴 됐는데 대안이 없다. 매번 같은 투수를 비슷한 상황에 올린다. 그리고는 비슷하게 역전을 당해 진다.

먼저 뻔한 투수교체가 눈에 띈다. LG는 진해수, 신정락, 정찬헌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을 공식처럼 사용한다. 두 번째는 교체 타이밍을 지적할 수 있다. 같은 자원이라도 조합에 따라서는 다른 결과에 도달한다.

하지만 둘 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운용을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점 자체가 문제다. 투수 교체 타이밍은 결과론이다. 비판해봤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왜 자꾸 실점하는 투수를 승부처에 내보내는지가 핵심이다. 안타깝게도 40경기 이상 출전한 LG 불펜투수 중 평균자책점 4점대 이하를 유지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LG는 4점대 필승조를 보유하지 못한 리그 유일의 팀이다. 다시 말하면 그 상황에 내보낼 더 좋은 투수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투수 한 명 발굴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불과 한 두 해 전까지만 해도 LG는 투수왕국으로 불렸다. 데려오고 싶은 젊고 좋은 투수가 LG에 정말 많다고 부러워한 타 팀 감독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점차 한계를 노출한 LG 마운드는 올해 완전히 초토화가 돼 버렸다.

현재 LG의 투수 육성 시스템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시즌 중간에 LG 사령탑을 맡은 양상문 현 단장은 2015시즌에 돌입하며 2군 투수 총괄코치를 새로 만들었다. 윤학길 코치를 당시 영입해 이 자리를 맡겼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1년 만에 떠났다.

그리고 2015시즌이 끝나고 신설한 것이 피칭아카데미다. LG 레전드 이상훈을 초대 원장으로 선임했다. 2군 투수의 총책임자였다. 지금까지 3년 가까이 흘렀다.

2015년 LG 불펜의 주축은 윤지웅, 이동현, 봉중근, 임정우, 신승현, 정찬헌 등이었다. 2016년에 임정우와 김지용, 진해수, 윤지웅, 신승현이 막강 뒷문을 구축했다. 2017년에도 진해수, 신정락, 정찬헌, 김지용 순서로 많이 나왔다. 올해 고우석이 55경기에 나온 점 외에는 새로운 이름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선발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FA로 영입한 차우찬, 임찬규 정도다. 임찬규는 지난해 겨울 차우찬과 함께 운동하며 급성장한 케이스로 2군과는 거리가 멀다. 신인 시절 150km/h를 상회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임지섭은 왠일인지 2군에서 구속이 확 줄었다. 시즌 초 5선발에 구멍이 났을 때 손주영, 임지섭, 김영준에 여건욱, 신정락까지 돌려막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1군에서 비상 상황 발생 시 2군에서 긴급 수혈할 카드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물론 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더 나쁜 성적을 낸 1군 코칭스태프도 비판의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작년, 재작년과 기량 차이는 필연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2군의 육성 시스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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