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돌아온 김장훈 "이젠 '공연둥이'로 불러주세요"

8월 31일부터 내년 5월까지 대학로 소극장서 100회 '고운말 콘서트'

문완식 기자  |  2018.08.15 08:30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정말 오랜만입니다. 돌아왔어요. 무대로"

가수 김장훈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이 적었다. 지난해 6월 16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남기는 '새 게시물'이었다. 김장훈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넘게 활동을 쉬었다. 서울 광화문 고(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 당시 경찰과 불거진 주차 시비에 이은 욕설 논란으로 스스로 자숙에 들어간 것. 김장훈은 이 '자숙 기간' 동안 가수 활동을 물론 대외 활동도 자제했다. SNS도 끊었다. 김장훈은 "제겐 자숙의 시간이 아닌 자성의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참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런 김장훈이 무대로 돌아온다. 오는 30일부터 내년 5월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100회에 걸쳐 콘서트를 진행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한 이 콘서트 타이틀은 '고운말 콘서트'다. 욕을 끊은 그의 다짐이 담긴 콘서트이자 다시금 '공연둥이'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담긴 공연이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면 야외로 무대를 옮기는 낭만 가득 '김장훈표 소극장 콘서트'이기도 하다.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김장훈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복귀하니까 재밌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너무 많이 쉬다가 공연 준비하고, 밴드 연습하고, 포스터 디자인하니 재밌다 정말. 1년 3개월이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흔히 '내려놓는다'고 쉽게 말하는데, 그 말 만큼 무거운 말이 없는 것 같다.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내려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쉬면서 아,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름 겸손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교만했더라.

-데뷔 이후 쭉 달려오기만 했을 텐데, 그래도 쉬면서 좋은 점이 있었다면.

▶공황장애가 완치됐다. 의사가 이제 약을 끊어도 된다고 했다. 2012년 MBC '놀러와'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고백했다. 연예인 최초의 공황장애 '커밍아웃'이었다. 이후에 누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꼭 '김장훈도 앓고 있는' 식으로 기사 같은 게 나오더라. 이후 사람들이 날 만나면 늘 물어보는 게 건강 어떠냐였다. 이제 저 괜찮습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공황장애 완치 얘기에 매니저가 그건 계속 가지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내가 하도 사고를 많이 치니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자는 거였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해서 잘못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사실 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좋은 사람인데 모범적인 사람이 아닌 거지. 누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갑질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대신 술집 같은 데 가서도 있는 그대로 행동하고 욕하고 그랬다.

근데 이제 그런 시절이 아니더라. 내가 공인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이 공인이라고 하면 난 공인인 거다. 반듯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아닌데 그러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예전에는 밝고 반듯하면 뭘로 노래를 할까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잘못하면 아예 노래를 못할 수 있으니 맞추려고 한다.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김장훈 하면 무대고 공연인데, 소극장 100회 공연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의미인가.

▶흔히들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큰 말이다. 스스로에게 신중해졌다. 2016년에 '나를 도발한다'는 책을 쓴 적이 있는데 거기에 그렇게 적었다. '초심은 없다.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공황장애 완치로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꽃길만 걷고 싶다(웃음). 온전한 정신으로 '꽃길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이제는 약을 완전히 끊어도 되지만 보험용으로 밤에 1번 정도 먹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 3번 먹었다. 그리고 이젠 수면제도 끊었다. 예전에는 수면제 없이 못잤다. 이제는 수면제 없이 잔다. 예전에는 건강하다고 했지만 공황장애 약에 수면제 먹지, 목 안 좋으면 주사 맞고 항생제 먹지 약을 정말 많이 먹었다. 활동 중단하고 3개월 정도 쉬었을 때는 몸무게도 95, 6킬로그램까지 나갔다. 지금은 거의 10킬로그램 정도 감량했다. 허리가 4인치가 줄었다(웃음). 물론 야식 끊는 게 제일 고통스러웠다. TV만 켜면 먹방이 나와 정말 힘들었다.

-술도 거의 끊었다고.

▶그렇다. 꼭 필요한 자리 아니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번 100회 콘서트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하고 싶었다. 목소리도 다듬고, 외적인 모습도 건강하게 보이고 싶었다. 한동안 김장훈 하면 떠올랐던 게 투쟁이었는데 앞으로는 예전의 김장훈처럼 '공연에 미친 남자', '공미남'으로 불리고 싶다. '공연둥이' 같은 것도 좋고(웃음).

복귀하면서 제일 좋은 건 설렘을 찾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무대 위에 오르는 데 설레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단독 공연을 3000번 정도했다. 무대를 1만 번 정도 올라갔다. 대학교 축제만 1000번을 하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게 최신 히트곡이 없더라. 매일 하던 노래만 하고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도 예전처럼 감사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게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가수는 영혼을 파는 직업이지 않나. 가수는 두 번 죽는다고 한다. 노래를 못하게 됐을 때, 그리고 생명이 끝났을 때. 전자는 살아서 죽는 거라 더 고통스럽다.

-김장훈하면 소셜테이너라는 수식어도 있는데.

▶이제 당분간은 음악과 나눔에 집중하려고 한다. 소셜테이너보다는 이젠 뮤지션, 휴머니스트가 되고 싶다.

-나눔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는 건 아닌지.

▶없다. 이번에 쉬면서 느낀 게 내게 위안이 되는 유일한 게 음악이 아니었다. 나눔이었다. 나눔은 중독된다. 예를 들면 어느 대기업 회장이 봉사활동을 한다. '액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10년을 넘어가면, 진짜다. 그 역시 나눔에 중독된 것이다. 쉬는 동안 이곳저곳 매니저 없이 다녔다. 고속버스도 타고, KTX도 타고. 몸으로 하는 나눔을 했다. 그때 느꼈다. 아, 내가 진짜 나눔을, 봉사를 좋아했구나. 힘들 때도 있다.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근데 절실해지더라. 난 봉사활동과 나눔에 중독됐다. 그것 말고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없다.

요즘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에 미쳐있다. 지난 5년 동안 관련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차차 보따리를 풀어놓겠지만 CSV가 우리나라 전 기업에 활성화되면 우리 복지 관련 문제는 끝난다고 생각한다. CSV에 여생을 바치고 싶다.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소극장 공연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1년 3개월 만에 하는 공연이라 준비도 남다를 것 같다. 소극장 무대가 '가수 김장훈'의 에너지를 쏟기에 좁은 건 아닌지.

▶이번 공연은 80~90년대 옛날 감성 같은 아날로그 감성도 있고 2018년의 디지털 감성도 있다. 매주 금토일 33회 공연을 해야 하는 데 생활의 중심을 노래로 잡으려고 그런 것이다. 그전에는 나눔이나 봉사활동이 있으면 음악이 밀렸다. 이제는 매주 금토일은 직장처럼 정해진 무대로 회귀하는 것이다.

소극장이라고 내 공연의 에너지가 다르진 않다. 예전에 80석 클럽 공연할 때 '세상에서 제일 큰 공연'이라고 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나. 가수의 땀과 눈물이 제일 잘 보이는 공연은 관객이 1명만 있을 때다.

이번 소극장 공연에선 관객과의 교감을 위해서 '방석석'이라는 것도 만들 예정이다. 입구에서 받은 방석을 들고 원하는 곳 아무 데나 앉을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내 옆에 앉을 수도, 드럼 옆에 앉을 수도 있다. 재밌지 않나. 방석엔 내 얼굴도 그릴 생각이다(웃음).

쉬면서 유튜브에서 홀로그램 만드는 법도 배웠다. 공연장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뭘 배워 이랬을 텐데 지금은 배울 거면 두 살 짜리 한 테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럴 때마다 행복하다. 행복은 발견이라는 데, 행복은 이미 찾아와서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고 하지 않나. 지난 1년 3개월 쉬면서 찾아보니 참 많은 행복이 내 주위에 있었다. 사람이 어려워지면 주변 사람 옥석이 가려지더라.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갈렸다.

노래도 노래지만 경제관념에 신경 쓰려고 한다. 돈이 없어 보니 노래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 생각도 해야지. 내게 가족은 DNA가 섞인 사람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같이 있어준 사람들이다. 어려울 때 가족이 돼준 사람이 딱 9명 있었다. 그리고 엄마, 누나, 매형 등 우리 식구들 8명 해서 내 가족은 17명이다. 그들은 내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돌 벌면 가족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생각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다.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아찔하고(웃음).

-1년 3개월 만에 복귀를 결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무엇이었나.

▶사실 1년을 쉬려고 한 건 아니었다. 아는 기자가 도와준다고 기사를 써줬는데 '1년 동안 봉사활동 하면서 자숙'이라고 나왔다. 난 1년이라고 안 했는데(웃음). 이렇게 된 거 일단 1년을 쉬자고 생각했다. 그 1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장 스케줄 알아보고 장비 렌탈·구입을 하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8월 31일부터 소극장 공연을 시작하게 됐고 8월 1일부터 한 달 간 리허설을 한다. 이 한 달 동안 내가 생각한 그림들을 시연해볼 예정이다. 공연장이 작아서 어떤 연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공연에는 작지만 잔잔한 아날로그 장치가 많이 숨어있다.

-100회 공연을 3일씩 33주에 걸쳐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주에 3일은 공연을 해야 할 것 같았다. 2일 하고 5일 쉬면 리듬이 깨질 것 같았다. 공연 4일은 좀 길고, 4일이나 하면 이게 일이 될 것 같았다. 레퍼토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 최소 100곡은 준비해 놓고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 공연마다 레퍼토리는 바뀐다.

-김장훈 하면 독도도 빼놓을 수 없는데.

▶독도는 계속 갈 것이다. 내년 내로 욱일기는 정리할 생각이다.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알리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내년 3.1절 100주년 때 뭘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가수 김장훈 /사진=이기범 기자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세상이 좋아졌다고 보나.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촛불이라는 시대 정신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사회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 페미니즘이 갈등 구조에 있는데 결국에는 그 갈등이 아름답게 정리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상식적이지 않다면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김장훈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좀 나눠주고 불편해 하지 않고, 몸 아픈 사람을 몸 성한 사람이 도와주고 불편해 하지 않는 세상이다. 결국은 나눔이다. 나눔은 거창하지 않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누가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세계 평화라고 한다. 존 레논의 '이매진'을 좋아하는 데 정말 어마어마한 노래 같다. 소유가 없다면, 전쟁이 없다면, 천국이 없다면..존 레논이 꿈꾸는 그런 세상을 나도 꿈꾼다.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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