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21년 전처럼 21년 후에도 '자우림'

이정호 기자  |  2018.06.22 07:30
자우림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왼쪽부터)/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왼쪽부터)/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음악으로 벌어 먹고사는 가수지만 결국 가수란 게 대중이 아닌,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느껴 한때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로가 누적돼 찾아온 안면마비로 가수 생활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처럼 데뷔 후 지금까지 정상을 지켜온 밴드 자우림(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10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21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동료이기 이전에 친구였고,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우림은 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정규 10집 '자우림'을 발표한다. 자우림은 이번 앨범을 통해 청춘, 사랑과 이별, 사회현상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양한 장르의 음악스타일로 표현해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만난 자우림은 '헤이헤이헤이'를 부르며 무대를 뛰어다니던 예전의 그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혹여나 '꼰대'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하는 가요계 선배가 됐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흘러넘쳤고, 창작자로서의 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여기에 경험이 주는 여유와 관록이 더해졌다. 자우림은 먼저 정규 10집을 소개했다.

"5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10집은 셀프 타이틀을 내걸었어요. 솔직히 가수 입장에서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그래도 그렇게 한 이유는 나중에, 100년 후에 자우림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면 아무래도 동명의 앨범을 듣지 않을까요. 세상에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었어요."(김진만)

자우림 김진만/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김진만/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김진만의 설명대로 정규 10집 앨범명은 '자우림'이다. '10'이 가지는 상징적인 숫자, 그리고 다른 수식이 없는 '자우림'을 내건 타이틀에선 지난 21년간 들려줬던 음악을 집대성한 느낌을 받는다.

"지난 정규 9집을 기점으로 앨범을 작업하는 방식이 조금 변했어요. 이전까지는 더 에너지를 쏟아내고, 표현할 수 있어도 정도를 지켰었는데 9집부터는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에너지와 감정 등 모든 총력을 다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정교하게 작업했죠. 그러다 보니 과정은 매우 괴롭지만 결과물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특히 이번 10집은 사운드에 집착했어요. 오래 활동했던 만큼 사운드에 있어서는 타협하기 힘들었고, 촘촘하고 좋은 소리를 담아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 정리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도 했죠."(김윤아)

자우림은 정규 10집이 "단편 소설집과 같다"고 했다. 총 10곡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각 곡의 인트로를 이전 곡과 연결되도록 신경을 써 크게 봤을 때 통일감 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김윤아는 이번 앨범을 만들 때 SNS의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누구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하는데 제겐 매우 중요한 매체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날 것의 느낌 그대로요. 여기에서 영감을 얻고 작업해요."(김윤아)

실제로 자우림은 1번 트랙인 '광견시대(狂犬時代)'부터 10번 트랙 'XOXO'까지 희망은 물론 오롯이 감수성에 빗댄 노래, 사회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감성과 시선을 담아냈다.

"1번 트랙 '광견시대'를 예로 들면 과거 발표했던 '광야'와 같은 맥락이에요. 지금도 학생들에게 '공부 잘해라. 그래서 여기 들어가서 여기 들어가면 너의 인생은 성공했다' 이렇게 교육해요.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고 얼마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것들만 강조하는 풍토가 아쉬워요.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하고, 다른 가치관들은 모두 무시해버리죠. 공교롭게 최근 사회적 이슈도 있고 해서 곡으로 표현했어요."(김윤아)

자우림 김윤아/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김윤아/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지금 사회를 보면 분노가 많아요. 사회적 약자들이 표출하는 분노를 보면 방법은 잘못됐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사회적 강자들이 분노를 폭발하는 것을 보면 전혀 느낌이 다르죠."(김진만)

"그런데 결국 자우림 음악의 메시지는 '오늘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입니다. 우리가 늘 해왔던 이야기입니다."(이선규)

특히 자우림은 정규 10집이 빛과 어둠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아는 "팬들이 타이틀 곡에 따라 자우림 앨범을 밝은 앨범, 그리고 어두운 앨범으로 나눈다. 사실 자우림의 모든 앨범은 그 두 가지의 스타일이 공존한다. 그런데 10집은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의 격차가 예전보다는 적다"며 과거 앨범들과 가장 큰 다른 점을 말했다.

데뷔앨범부터 이번에 발표하게 된 정규 10집까지 자우림은 정규앨범을 고집해왔다. 앨범에서 음원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된 뒤, 디지털 싱글, 미니앨범과 같은 새로운 형태가 생기며 정규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정규앨범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자우림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디지털 싱글과 같은 작업방식이 맞는 가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희는 정규앨범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선 몇 곡만 발표하려고 작업한다고 생각하면 재미 없어요. 물론 내년에 당장 '우리 디지털 싱글 발표하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정규앨범이 좋아요."(김윤아)

"저희는 어려서부터 앨범으로 구성된 음악들을 듣고 자랐어요. 그래서 한 곡 내지 두 곡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앨범으로 이야기를 푸는 것이 더 편해요. 그리고 이 방식을 잘 하고요."(이선규)

자우림 이선규/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이선규/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신들이 잘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자우림은 데뷔 후 지금까지 21년 동안 가요계를 대표하는 밴드로 활동해왔다. 데뷔 21주년을 맞은 만큼 세상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밴드 음악은 주류에서 밀려났고, 그 빈자리를 힙합과 EDM이 채웠다. 이러한 부분에 고민이 있을 것 같았지만 답은 예상외로 명쾌했다.

"자우림은 흐름을 쫓아간 적도, 그렇다고 뒤처진 적도 없어요. 그래서 20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부쩍 느끼는 것인데 우리의 20년 전 노래를 지금 젊은 친구들이 들어도 공감하는 보면, 그것이 자우림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쫓을 필요도 없어요."(이선규)

"물론 사운드 적으로 흐름에 맞는 것을 시도해 볼 수는 있겠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럴 능력이 없어요. 저희는 매번 타이틀 곡을 정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걸요.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계산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김윤아)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계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자우림. 이러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한 결과 데뷔 후 지금까지 21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특히 혼성밴드가 20년 넘게 활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우림의 장수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체력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생활습관부터 식습관, 그리고 운동까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래 활동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제가 결혼한 뒤에 생각을 해보니, 결혼한 뒤에 사회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여성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여성이 집안을 돌보는 관념이 있고, 또 아직까지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어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활동하려고요. 사회생활을 먼저 한 여성으로서 이끌어주고 싶어요."(김윤아)

"모든 밴드가 그렇지만 저희도 동료 이전에 친구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팬들의 사랑이 없었으면 10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할 수 없었겠죠. 멤버들과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김진만)

자우림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자우림이 21년 동안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김김진만은 "몇 년 전 누나가 크게 아팠다. 얼굴 한 쪽이 마비됐었는데 이유는 피로 누적이다. 10년이 넘게 쌓인 것"이라며 "당시 정규 8집 작업을 마친 상태였는데 앨범을 들고 병문안을 가니 누나가 '마지막 앨범일 것 같다'고 하더라. 이때가 가장 큰 위기였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세 사람의 시선은 데뷔했을 때와 여전히 같다. 음악적으로 늘 발전하려 하고,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윤아는 여전히 창작자로서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여유가 생겼다는 것. 자우림은 정규 10집이, 그리고 밴드 자우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앨범이 20년 후에 들었을 때에도 어색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것이면 만족해요.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이런 생각은 없어요."(이선규)

"20주년이 넘었다고 해서 주변에서 많이 치켜세우는데 좀 부끄럽죠. 솔직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공연부터 앨범 작업까지 익숙한 부분도 새롭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 밴드 자우림으로서 목표가 생겼어요. '저희가 발표하는 음악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겠다' 이런 시점이 왔을 때 그만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팀이 문제가 생겨 끝나는데 저희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으면 해요."(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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