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손흥민은 왜 이번 월드컵에서 노랑머리 염색을 안할까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김우종 기자  |  2018.06.14 06:33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손흥민(왼쪽)과 2018년 손흥민(오른쪽) /AFPBBNews=뉴스1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손흥민(왼쪽)과 2018년 손흥민(오른쪽) /AFPBBNews=뉴스1


4년 전. 6월 27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던 한 청년은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마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당시 22세의 나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그의 이름은 손흥민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도 18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에 펼쳐질 예정인 스웨덴과 결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던 손흥민은 이제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가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현지 시간으로 13일 오후 4시(한국 시간 13일 오후 10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러시아 입성 후 첫 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은 50분 동안 러닝과 공 빼앗기 게임 등을 가볍게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훈련 모습은 미디어는 물론 팬들에게도 공개됐다. 이에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을 비롯해 러시아 축구 팬들과 어린이들까지 훈련장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지켜봤다. 최고의 인기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한국, 러시아 팬 가릴 것 없이 "쏜(SON)!, 쏜(SON)!"을 외치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13일 한국 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에서 러시아 현지 팬들의 사인 공세를 받고 있는 손흥민(빨강 원) /사진=김우종 기자 13일 한국 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에서 러시아 현지 팬들의 사인 공세를 받고 있는 손흥민(빨강 원) /사진=김우종 기자


훈련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차분하면서도 비장한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런 그에게 이번 월드컵에서 특별히 머리 염색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손흥민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별한 건 아니고 (염색을) 하나, 안 하나 똑같더라고요. 축구장에서는 경기력을 갖고 판단하지, 머리 색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때(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는 제가 정말 어렸고. 조금 더 뭐라도 화려해 보이고 싶은 생각에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는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 4년 전에 비해 공부도 많이 했고 더욱 잘해야 하는 선수로 발전했기 때문에 제가 좀 더 책임을 지면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계를 잠시 되돌려 4년 전.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앞두고 손흥민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한 채로 나타났다. 검은 머리의 한국 선수들 중에서 그는 홀로 노랑머리 선수였다. 당시 군계일학급 활약 속 노랑머리의 손흥민은 유독 더욱 튀었다. 경기 후 눈물을 펑펑 쏟은 그런 모습까지도.

그리고 4년이 지나 2018년 여름이 왔다. 손흥민은 더욱 성숙한 청년이 됐고, 여전히 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그는 늘 대표팀에 올 때면 '나라', '국민', '팬 분들', '책임감'과 같은 말들을 달고 다닌다. 그 무거운 책임감 좀 다른 선수들과 공유하면 좋으련만, 본인은 그게 쉽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손흥민은 외모에 아무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검은 머리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더욱 화려해 보이고 싶은 생각? 그런 건 없단다. 그저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만 있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은 한국 축구 대표팀 그리고 월드컵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줄 '손흥민' 세 글자가 기대된다.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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