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정범식 감독 "'곤지암' 아무도 찾지 못한 이스터에그 숨겨져 있다"

전형화 기자  |  2018.04.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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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_89x120정범식 감독/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곤지암'이 한국 공포영화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곤지암'은 16일까지 258만명을 동원했다. '폰'(220만명)을 넘어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역대 외국 공포영화 최고 흥행작인 '컨저링'(226만명)도 넘었다. 역대 공포영화 흥행 1위인 '장화, 홍련'(314만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범식 감독에게 '곤지암' 흥행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던 한국공포영화 부활의 계기가 됐다는 거창한 의미만이 아니다. 감독 정범식의 부활을 알린 것이기도 했다.

2007년 '기담'을 내놨을 때 한국영화계는 정범식을 주목했다. 비록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뒤 참여했던 '미쓰고'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쫓기다시피 한 뒤, 여러 안 좋은 소문이 떠돌았다. 두 번 다시 영화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는 사실을 밝히라고도 했다. 누구는 왜 가만히 있냐고도 했다. 상처주기보다는 상처받기를 택했다.

그럴 때 먼저 손을 건넨 게 '곤지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였다. "이때 아니면 언제 정범식 감독과 같이 할 수 있겠냐"며. 그렇게 정범식 감독은 '무서운 이야기'로 재기했다. 그리고 '워킹걸'을 거쳐 '곤지암'으로 돌아왔다. '기담'에서 '곤지암'까지 11년이 걸렸다.

'곤지암'은 단순한 공포영화로서 대중에 소비되지만은 않았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들을 관객이 찾아내는 재미를 즐겼다. 사실 '기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담' 때도 진구 일본 이름이 한자로 나오는 데 그걸 읽으면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가 됐다. 한자는 달라도 발음이 같도록 했다. 벽에 걸려있는 일력도 10.26 이었다. 다만 그 때는 사람들이 미처 찾지 못했을 뿐.

감독으로서 '곤지암'에 팝콘을 흩날리며 반응하고, 이스터에그를 찾고, 마음껏 해석하는 관객들에게 희열을 느꼈을 터. 정범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이스터에그를 찾는 관객들에게 희열을 느꼈을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말씀 드리지만 뭔가 있다는 게 공유되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는데 정말 기쁘더라. '기담' 때는 뭔가 있다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마침 '레디 플레이어 원'도 개봉하면서 사람들이 이스터에그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주효했던 것 같다.

-'곤지암'은 허구의 병원이 5.16 때 개원해 10.26 때 폐원했다는 설정이 들어갔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닮은 원장도 등장하고. 관객들의 반응 중에는 공포영화에 굳이 현대사를 넣어 정치적인 의미를 담을 필요가 있느냐도 있었는데.

▶2016년 여름, '곤지암' 시나리오 작업 단계 때 이미 영화 속 등장하는 허구의 병원인 '남영정신병원(南靈神經精神病院)'의 개원부터 폐원 시기를 1961년 5월16일부터 1979년 10월26일까지로 상정했다. 병원장 이름은 박영애(朴令愛)로 박근혜 대통령을 모델로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영화 속에 몇 개의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숨겨 놓았다. 정치적인 의미라기 보다 그 시대를 지배하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그게 공포영화와 접목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016년 10월, '곤지암' 프리프러덕션 기간 중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고려말 희대의 요승 신돈과 제정 러시아 말기 라스푸틴을 연상시킨다는 그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 유행어처럼 회자되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미신과 주술에 사로잡힌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래서 영화 안에 저만의 메세지가 담긴 이스터 에그들을 본격적으로 숨겨놓기 시작했다.

그 이스터에그들을 다 맞췄을 때 이 영화가 뭘 이야기하는 것일까 알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곤지암'에서 이스터에그는 오솔길에 흘려놓은 빵부스러기 같은 것들이다. 물론 공포영화에선 공포가 가장 중요하다. 공포 속에서 뭔가를 찾아주길 바랐는데 관객이 찾아줬으니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thum_89x120'곤지암' 스틸/사진제공=정범식 감독

-인터넷 방송을 지켜보는 최종 관객수 503을 비롯해 여러가지 이스터에그들을 준비했는데.

▶편집이 한창이던 2017년 3월, '우주의 기운'을 운운하던 대통령이 탄핵됐다. 창의적인 국민들이 1~13까지의 숫자를 언급하며 그 숫자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이야기하더라. 꽤 그럴 듯 했다. 저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수인번호 503을 보며 영화 속 최종 조회수를 503으로 정했다. '곤지암'을 숫자로 설명한다면 어떤 사람들이 '힘'의 숫자라고 맹신하는 516에서 '공포'를 의미하는 숫자 13을 빼면 503이 된다는 이야기다 라고 했다. 그 역시 그럴 듯 했다.

다른 이야기지만 지난달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수인번호는 716. 곧바로 716에서 503을 빼보았다. 미신과 주술이 횡횡했던 시대를 상징하는 영화를 만들고 나니 현실에서도 이스터 에그를 찾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 같다. 213. 213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이 생각 저 생각 하던 차에 네티즌들이 올린 글을 봤다. 716 + 503 =1219. 두 전직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날짜이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동시에 결혼기념일, 12월 19일.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지금이야 이런 이스터에그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곤지암'은 탄핵이 되기 전에 기획됐는데.

▶60~70년대 그 시간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민하던 것들을 녹였다. 사실 바뀔지 생각도 못해 꽁꽁 숨겨놓은 것도 있다.

누군가 시대상을 그대로 녹여내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장르에서 숨겨진 걸 찾아내는 영화가 있다고도 하더라. 그렇게 읽어줘서 감사했다. 호부호형을 못하는 영화에서 가능성을 봐줘서 감사했다.

-영화 속 이스터에그들을 관객들이 거의 다 찾았는데 아직 발견 못한 게 있다면.

▶결정적인 게 하나 있는데 아직 아무도 못 찾았더라. 이 이스터에그를 찾게 되면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 맞물리면서 그 시대의 기운과 지금이 이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최종 지점이다.

-'곤지암'에는 5.16과 10.26 외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것들도 많다. 애초 열리지 않는 방인 402호를 416호로 하려다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뺐다고도 했는데. 아무도 찾지 못한 결정적인 이스터에그에 그 모든 것들을 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인가. 힌트를 준다면.

▶소리. 그리고 포스터.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와 그렇게 해서 알 게 되는 것들이 있지만 모든 관객들이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지 않나.

▶물론이다. 모르는 분들은 모르고 영화를 즐기면 된다.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이스터에그들에 반감을 갖는 분들도 존중하다. 이스터에그를 감독이 의도한 대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관객의 몫이다. '곤지암' 외전처럼 SNS에 번지는 이야기들도 오롯이 관객의 것이다. 영화적 재미다.
thum_89x120박근혜 전 대통령이 탁구 치는 사진과 그 사진을 연상시키는 '곤지암' 박원장 탁구치는 사진/제공=정범식 감독

-'곤지암' 속 귀신들도 사실 시대상을 반영한 모습들인데.

▶온 몸이 뒤틀린 듯한 남자 귀신은 이른바 백숙귀신이다. 과거 민주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고문할 때 통닭고문이란 게 있었다. 팬티만 입힌 채 봉에 매달고 고문하는 것이었다. 그 고문 후유증으로 관절이 뒤틀린 것이란 설정이다. 여고생 귀신은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통치와 매칭시켰다. 18살, 18년 통치, 그리고 세월호.

-이른바 시바시바 귀신이 하는 말은.

▶"살려줘". 그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외침,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하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곤지암'이 흥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컨저링'을 보면서 정말 영리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엑소시스트'와 하우스호러를 정말 잘 접목했다. '엑소시스트'를 잘 모르고 하우스호러에는 익숙한 요즘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곤지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를 잘 모르는 관객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잘 만든다는 평은 받았는데 흥행은 잘 안됐다. '곤지암'은 그런 평가를 벗게 해준 결과물이기도 한데.

▶'기담'도 그렇고 '탈출'도 그렇고 '워킹걸'도 그렇고 몰래 극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만족도가 높더라. 그런데 왜 흥행은 안될까 생각했다. 극장안의 만족도와 극장으로 끌어오는 게 안 맞았나 싶더라. '곤지암'은 그런 점에서 적확해서 예상 그 이상의 반응이 온 것 같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사실과 다른 많은 말들이 돌았다. 주위에선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도 했다. 방법을 모르기도 했거니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워낙 말들을 만들어 내다 보니 영화판에서 다시 일을 못할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런데 김원국 대표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고 찾아왔다. "왜 저를 찾아오셨어요?"라고 오히려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 아니면 정범식 감독과 일 못할 것 같아서 왔다"고 하더라. 트라우마도 있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을 지키려 한다. '곤지암' 때도 병원에 실려가야 할 만큼 아팠지만 현장을 지킨 적도 있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도움이 된 것도 맞다. 적은 예산과 한계가 많을 때 그래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준 게 사실이다. 어떻게든지 살아남으려 절실하게 부딪혔다. 말도 안되는 예산인데 아이디어를 짜내서 그 이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에 대해선 감히 자부심이 있다.

-'곤지암2'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작을 준비하는 게 있나.

▶호러영화 레이블 '언파필름'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얼어있는 파다. 거기서 공포영화에 관심있는 후배들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진행 중이다. '곤지암2'는 제작자 김원국 대표와 촬영하던 중에 CNN이 선정한 7대 무서운 장소라면, 앞으로 6편을 더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론 일본 자살숲이 거리가 가까워서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은 해봤다.

그런데 '곤지암2'를 바로 하기 보다는 다른 기획들을 준비 중이다. SF호러를 제안받기도 했고, 다른 호러 영화 제작을 할지도 고민 중이다. '곤지암' 흥행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그런 점에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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