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선수때 '강력 소신' 더했다면..임기영, 결승 선발 시나리오

[기자수첩]

길혜성 기자  |  2017.11.21 16:34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지금은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선수 시절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경기를 볼 때마다 90%는 즐거웠다. 시속 150km 넘나드는 패스트 볼과 동시대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이 나왔던 각도 큰 슬라이더. 그가 등판하면 거의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었다. 팬들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바로 선동열(54) 이야기다.

선수 시절,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뛰며 양국 모두에서 정상에 섰던 선동열 감독. 그에겐 빼어난 실력이 바탕이 된 본인의 야구에 대한 강한 소신도 있었다. 최고 선수이면서도 자신의 단점을 언제나 수정하려 하는 의지까지도, 그의 부드럽지 강했던 야구에 대한 소신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이하 APBC)에서는 선동열의 강력한 소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세 나라 국가대표 야구팀이 참여, 단 나흘간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기록했다. '영원한 선의의 라이벌' 일본에 두 경기를 모두 지고 얻은 결과다. 준우승이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벌어진 결승전에서는 일본에 0-7로 대패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야구의 참혹한 대패다. 24세 미만 출전, 여기에 와일드카드를 단 1명도 선발하지 않고 나온 결과란 변명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미디어 및 팬들의 지적의 강도도 그리 세지 않다. 하지만 내년 있을 아시안 게임, 그리고 선동열 호의 궁극적 목표인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이번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무척 센 강도의 비난이 일 게 분명하다.

현 야구 대표팀의 수장은 선동열 감독이다. 이 체제는 최소 도쿄 올림픽까지는 이어진다. APBC 일본과 결승전에서 패한 뒤, 아니 지난 16일 일본과 첫 경기에서 진 뒤에도 선동열 감독은 '하체 훈련이 바탕이 된 유소년 투수 육성'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현역 최고 투수였던 그의 혜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단기전은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다. 똑같은 선수 구성을 갖고서도 1위도 할 수 있고 꼴찌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당일 선수 기용에 관한 전권은 감독에게 있고 책임도 감독에게 있다. 이런 면에서 선동열 감독의 이번 APBC 선발 투수 기용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일본에 대패했다는 결과에 의한 판단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 0-7이란 치욕스런 패배를 재차 당하지 않기 위해선 복기도 중요하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일본에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두 번째 경기에선 대만에 1-0으로 이겼다. 대만 전에는 올 시즌 KBO 한국 시리즈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의 영건 임기영이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무실점 속에 단 2안타만 내줬다. 적장이었던 대만의 홍이중 감독까지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공"이라며 임기영을 칭찬했다.

일본에서까지도 투구 동작이 독특한 임기영의 공은 낯설다고 평가했다. 만약 일본과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박세웅이 대만 전 선발, 그리고 임기영이 일본과 결승전에 가장 먼저 마운드를 밟는 한국 투수가 됐으면 어땠을까.

대만과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한국은 이번 APBC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고, 이 가정 하에 임기영을 일본과 결승 선발 투수로 기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타격까지 포함해 객관적 전력에서 대만에 앞섰기에, 대만을 제압한 뒤 다음 경기이자 결승인 일본과 결승전도 분명 고려했어야한다. 일본 타자들에 정통파인 박세웅보다 낯설 수 있는 임기영을 결승 선발 투수로 기용하는 전략까지 포함해서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선동열 감독은 이번 APBC에서는 대만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데만 중점을 둔 모양새다. 그의 말대로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게 중요 순위였다. 그러면 다음 경기까지 고려, 임기영을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시켜 선수를 넘어 감독까지 더 좋은 경험을 쌓았으면 어땠을까.

선동열 감독이 코치일 때 삼성이란 팀에선 김응용, 대표팀에선 김인식이란 큰 버팀목이 있었다. 그 당시 선동열 감독의 투수 교체 시점과 선발 투수 기용은 절묘했다. 이 시기 투수 전략은 '코치' 선동열이 썼지만, 책임은 감독들이 졌다. '코치' 선동열이 선수 때처럼 강력한 소신 있던 보였던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APBC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으로 데뷔한 선동열에게서 '선수' '코치' 시절의 소신은 이전에 비해 작어져보였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능력 있는 선동열 감독이 이젠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도 야구계 및 팬들의 평가에 대해서까지 자신이 직접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는 '소신 야구'를 했으면 한다. 우승이 최종 목표인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선동열' 본인이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의 진정한 '야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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