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韓축구 사랑하나요..선수+감독에 지적보단 응원 필요할때

[기자수첩]

김우종 기자  |  2017.10.12 17:01
러시아전을 마친 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러시아전을 마친 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안타깝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유럽 원정 2연전에서 2연패했다. 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안방에서 열린 러시아전에서는 2-4로 패했다. 0-4 완패 직전, 2골을 따라붙어 겨우 영패를 면했다. 이어 10일 스위스에서는 모로코 대표팀에 1-3으로 패했다. 이 역시 0-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넣었을 뿐이었다.

결과는 하나다. 두 경기 모두 부끄러운 '졸전'이었다. 사실상 이건 축구가 아니었다. 이렇게 쉽게 실점을, 그것도 초반부터 해서 언제 쫓아가고 언제 역전을 해 이길 수 있겠는가. 축구는 그렇게 골이 쉽게 터지는 경기가 아니다. 예전에 한국 대표팀이 약체였을 때 늘 실점을 쉽게 허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골은 정말 천신만고 끝에 어렵게 넣을 때가 많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모두의 '1승 제물'이었다. 한국은 늘 세계축구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2017년 한국 축구는 왜 암흑기로 접어드는 걸까. 2002년 4강 신화 이전에도 한국은 늘 가능성을 보여줬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스페인과 2-2로 비기는가 하면, 독일을 상대로도 0-3에서 2-3으로 추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1998 프랑스 대회서는 2패 후 벨기에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마침내 4강 신화를 썼다.

그 후에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실감했지만,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을 노린 한국 축구였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팀은 세계 축구에서 6개국에 불과하다.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과정은 물론 험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놓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그는 역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최장수 감독으로 남았다. 이어 신태용 감독이 7월 초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팀을 만들 시간도 없었다.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서 2연속 0-0 무승부를 거뒀다. 물론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팀을 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지만 그는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본선행 확정 직후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이 터져 나왔다.

많은 축구 팬들이 히딩크를 원한 건 사실이다. 신 감독은 어느새 뒷전이 됐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히딩크와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지난 6일 히딩크와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부회장이 직접 만났다. 히딩크는 기술 자문역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히딩크가 자신의 뜻을 대한축구협회에 직접 전달했고, 이에 그가 러시아 본선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는 시나리오는 지워졌다.

이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감독은 신태용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나오고 있다. 최종예선 이후 이제 겨우 2차례 평가전까지 신태용 체제에서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이번 2연전은 전원 해외파라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이런 한정된 자원을 선발한 신 감독과 기술위 역시 이번 졸전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귀중했던 유럽 원정 2연전에서 K리거들은 전혀 기회를 받지 못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전술 실험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기대하기엔 애초부터 해외파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축구는 감독이 혼자 다 할 수 없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 그리고 협회가 혼연일체로 하나가 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신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본선행 확정 후 "축구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감독 한 명이 축구를 한 번에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물론 비난을 하시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서서히 바꿔갈 수 있다고 본다. 비난과 함께 격려도 섞어서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러시아-한국(오른쪽)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러시아-한국(오른쪽)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금 축구 팬들은 한국 축구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한 상태다. 이런 실망이 누적되면서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벌써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의 TV 중계를 보지 않은 축구 팬들도 주변에 많다. 이들은 '경기를 봐본들 결과는 뻔하고 화만 난다'고 말한다. 심야에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이 승자라는 말까지 있다. 그래도 축구를 보고, 비난과 성토를 하는 팬들은 한국 축구에 그만한 애정이 있는 소중한 팬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대표팀이 있고 한국 축구가 있다. 귀 기울여 마땅한 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요즘 젊은 운동선수들은 스마트폰을 늘 갖고 다닌다. 클릭 한 번이면 자신을 다루는 뉴스와 각종 SNS를 통해 메시지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인 손흥민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카타르전을 앞두고 "저도 기사를 챙겨본다. 안 볼 수 없이 챙겨본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팬들의 짧은 글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진정한 용기와 힘이 될 수 있다. 어떤 선수들은 팬들의 작은 글 하나가 정말 마음에 와 닿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이번 원정 2연전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볐다. 다만 아직 조직력을 완벽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듯 일부 선수들은 위축된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청용마저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윙백을 보면서 고전했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안정환은 브라질전 월드컵 참패 직후 "태극마크를 달고 지고 싶은 마음으로 뛰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실력으로 진 것이다. 지금 이 마음을 꼭 잊지 말고, 기억해서, 다음 대회서 잘하면 된다"면서 후배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제 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 남았다. 신 감독은 오는 15일 입국한 뒤 11월 9일과 14일(예정)에 국내서 치를 평가전에 모든 신경을 쏟을 계획이다. 이 두 경기에서는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다시 혹독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 단계인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그들이 흔들리지 않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 그리고 믿음을 한 번쯤 보내주면 어떨까.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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