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보고 읽으면 쏠쏠한 장훈 감독 이야기(인터뷰, 스포有)

전형화 기자  |  2017.08.02 16:47
장훈 감독/\'택시운전사\' 스틸 장훈 감독/'택시운전사' 스틸


'고지전'(2011년) 이후 6년. 장훈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엎고 쓰고 엎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만난 영화가 '택시운전사'다. 데뷔부터 남의 시나리오만 갖고 영화를 만든다는 끝없는 말들에 물릴 만큼 물렸다. 그가 '고지전' 이후 줄곧 자신의 시나리오를 붙들고 있던 이유다.


그럼에도 장훈 감독은 남의 시나리오인 '택시운전사'를 다시 잡았다. 그만큼 '택시운전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다는 뜻이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취재하려는 독일기자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장훈 감독을 만나 '택시운전사'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이래 '의형제' '고지전'까지 모두 남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리를 계속 들었다. 차기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그래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계속 준비했던 탓이고. 그럼에도 또 남이 쓴 '택시운전사'를 했다. 그건 준비하던 게 계속 잘 안 풀렸거나 '택시운전사'가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었을텐데.

▶둘 다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후자쪽이 더 크다. 쓰던 시나리오는 아직도 계속 작업하고 있다. 그간 연출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줄곧 고사했다.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제안을 받고 일주일 정도 고민을 했다. 연출자로서 어떻게 영화를 찍을까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이 이야기와 이 사람을 보고 싶더라.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의 내적인 변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나부터 영화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기로 했다.


-시나리오를 감독이 다시 각색을 했을텐데.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원안은 그대로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의도들이 좀 더 많았다. 언론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았고, 다시 시대적 분위기를 담으려는 것들도 더 많았다. 난 '택시운전사'는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당시의 광주를 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들에 더 집중하려 했다.

-'택시운전사' 구조는 버디물이다.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우정과 동지애를 쌓는 구조다.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그런 버디물에서 주기 마련인 케미는 적고, 그 대신 송강호의 시선이 더 두드러지는데.

▶아무래도 버디물의 공식을 따라가면 '택시운전사'가 말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라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관객이 따라가기에는 만섭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해야 감정적인 동화가 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실제 피터(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1박2일 동안 있었기에 그 사람에게 너무 극적인 변화를 주는 것과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영화 속에선 피터 기자가 왜 광주에 갔는지에 대한 허구를 더한 것인가.

▶그렇다. 원래는 일본 특파원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광주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별일 없는 일본 특파원 생활에 지칠 즈음 다른 외신 기자들에게 한국 소식을 듣고 오는 것으로 만들었다. 정말 궁금했다. 베트남 종군기자까지 한 분이 편안한 일본 특파원 생활을 8년 동안 하다 보니 기자정신 같은 것 때문에 광주를 찾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 힌스페터 기자를 직접 만나서 처음에 물었다. 그랬더니 "기자니깐 당연히 간 것"이라고 하더라.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상식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식적인 이야기가 고맙더라. 영화 속에선 피터 기자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약간의 변화를 더했을 뿐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업영화로 만들 때는 실제 역사가 주는 부담과 압력이 컸을텐데.

▶중압과 부담, 무게가 컸다. 평안한 창작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것도 물론이고. 그래도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마음이 움직였던 게 만섭과 동일시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광주 전체를 보이려는 게 아니라 그 때 만섭이 본 광주에서의 1박2일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 관객이 최대한 현장에 있듯이 하려 했다. 그래서 마지막 만섭이 광주에서 떠나면서 뒤돌아 볼 때, 그 감정을 관객도 같이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시민들에게 군인들이 총을 쏘는 금남로 장면. 직접적이고 길다. 영화 속 상황에선 도드라지기도 하고. 자칫 그날의 상황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말을 듣기도 쉽고.

▶정말 고민이 많았다. 난 만섭 감정의 도달점이 광주를 떠나면서 뒤돌아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 영화에서 송강호가 해야 되는 역할이고. 외면하고 안보려고 했던 그 날의 광주를 결국 되돌아가서 보고 다시 손님을 태우고 돌아오는 것. 하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는 것. 만섭은 영웅이 아니다. 그래서 만섭의 행동이 영웅적이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금남로 장면을 찍을 때 처음에는 총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만 보이고 소리만 들리게 하고 표정으로만 가면 어떨까라는 고민도 했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이미지를 영화적으로 활용하려는 듯한 태도로 만들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주변의 의견들도 계속 들었다. 그랬더니 그날의 상황을 모르는 관객이 많다며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우리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걸 그래서 보여주는 게 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과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당시 오후 1시 1차 발포 이후 여러 번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일들이 반복됐었다. 태극기를 들고 나갔다가 총을 맞는 사례도 있었고. 거기에 광주 택시운전사들의 활약을 허구로 더했다. 당시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부상자들을 계속 병원에 실어나르고 그러다가 총에 맞거나 끌려간 사람들도 많았다.

-만섭이 뒤돌아 보는 장면 배경을 보면 나부끼는 플래카드에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라'라고 써 있는데.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그 플래카드는 CG로 만든 것이다.

-만섭(송강호)이 처음 광주를 빠져 나온 뒤 다시 돌아간다. 그 부분을 오롯이 배우의 감정으로만 설명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자 위험한 선택인데.

▶그 장면은 5번 이상 찍었다. 송강호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블루스크린을 치고 연기를 해도 됐겠지만 직접 운전하면서 주변의 상황을 느끼면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쉽지 않았다. 교차로도 짧았고, 직접 운전하면서, 감정 연기로 모든 걸 설명해서 관객을 납득시켜야 했으니깐. 다 다른 버전의 오케이가 있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이 확 올라가는 버전부터 담담하게 있다가 확 올라가는 버전 등등. 세 가지 버전을 놓고 토론을 해서 지금의 버전으로 선택했다.

사실 원래는 영화 안에 설명이 더 있었다. 광주에서 탈출해서 카센터에 갔을 때 여러 가지 디테일을 넣었다. 차 범퍼에 피가 묻은 걸 보고 카센터 직원이 만섭에게 묻는 장면이 있었다. 주먹밥을 준 여인이 만섭의 차에 부딪히면서 범퍼에 피가 묻었다는 설정이었다. 그걸 보고 만섭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부정하듯이 자기가 벅벅 지우는 장면이 있었다. 뒷좌석에 필름통이 있는 걸 발견하는 것도 넣었다.

그런데 역으로 송강호의 연기로 그런 디테일이 없어도 다 설명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그 장면들을 다 편집했다. 배우의 힘이다.

장훈 감독/사진제공=쇼박스 장훈 감독/사진제공=쇼박스


-피터 기자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과 초반에는 캐릭터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던데.

▶토마스 크레취만이 당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영화 '정글'을 찍고 바로 한국으로 왔다. 그래서 캐릭터를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좀 정리를 하겠다고 하더라. 처음 토마스 크레취만은 피터 기자 캐릭터를 민주사회에 있는 서양사람의 우월감 같은 게 있는 걸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광주를 겪으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난 생각이 좀 달랐다. 실존 인물인 힌스페터 기자의 인성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앞서 촬영한 분량을 순서대로 편집해서 보여줬다. 그랬더니 바로 이해하더라. 놀라운 배우다. 정말 그 힘든 촬영 일정에서 싫은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피터 기자가 갓김치를 먹고 매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문화를 모르는 서양인을 그릴 때 흔한 클리셰(흔한 설정 혹은 도구)인데.

▶그렇긴 하다. 그건 내가 토마스 크레취만에 너무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넣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토마스 크레취만은 다른 한국음식은 다 잘 먹는데 매운 것은 정말 못 먹는다.

-신발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는데. 만섭 딸의 구두. 재식(류준열)에게 신발을 신겨 주는 장면, 만섭이 광주를 떠날 때 도로에 깔려 있는 주인 없는 신발 등등.

▶더 있다. 초반에 아들 찾는 어머니가 맨발로 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섭 딸의 신발은 시나리오 초고부터 있었다.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여러 자료 사진 중에 사람은 없고 신발만 널려 있는 게 있었다. 그 신발들의 주인들은 어디 갔을까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만섭이 재식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행위가 최소한의 위로라고 생각했다. 송강호에게는 그런 의미를 이야기하진 않았다.

-처음 만섭과 피터 기자가 광주에 도착해 광장에 박수를 받으면서 들어서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인데. 카메라를 위에서, 앞에서, 옆에서 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가면서 다시 하나로 합치는데. 군중신이라 찍기도 쉽지 않았을테고.

▶그 장면 배경은 다 CG다. 그런 장소가 없더라. 사방을 다 블루 스크린을 치고 촬영했다. 그래서 촬영하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다. 당시 광주는 서로 자기께 없이 서로 나눠주고 그러면서도 자치적인 기능이 이뤄졌던 곳이었다. 그런 모습을 만섭의 눈을 통해 편견 없이 보여주려 했다. 실제로 피터 기자가 갔을 때 박수치고 환영하기도 했고. 사람들의 환영, 그리고 주먹밥, 그리고 무슨 폭동이 벌어졌다는 데 직접 가보니 할아버지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그런 광경을 보여주고 관객을 금남로로 이끌고 싶었다.

-사복 경찰로 나오는 최귀화는 마치 '터미네이터2'의 T1000 같은데. 쫓는 장면의 편집 리듬도 그렇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뛰면서 쫓는 장면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류준열,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택시운전사 스틸 류준열,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택시운전사 스틸


-류준열이 맡은 재식 역할은 사실 이런 이야기의 기능적인 캐릭터이긴 한데.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그런 캐릭터에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더한 까닭은.

▶맞다. 기능적인 캐릭터다.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선택을 보여주고 싶었다. '5.18 특파원 리포트'를 보면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을 취재하고 사람들이 차를 타고 빠져 나오는데 바리케이트에 막혔다. 그런데 한 고등학생이 그 바리케이트를 치웠다. 차에 탄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그 고등학생이 총에 맞아 쓰러지더라고 했다. 그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한 건 아니지만 그런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선택을 재식 캐릭터에 담으려 했다. 류준열이 갖고 있는 매력이 그런 걸 잘 살린 것 같다.

-엄태구가 맡은 군인이 만섭과 피터 기자를 그냥 보내 준 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데. 그런데 너무 허구 같은 사실이다보니 영화에서 그대로 쓰면 오히려 말이 안된다고 관객이 받아들일 법도 한데.

▶그 장면은 엄태구가 정말 잘 해줬다. 질문대로 관객이 너무 허구 같다고 생각할까 원래는 그 뒤로 피터 기자가 "왜 보내주는 거에요?"라고 묻고 만섭이 "모르겠다"라고 하는 대사도 넣어봤다. 그런데 너무 설명하는 것 같아서 편집했다. 그 당시 모든 군인이 다 시민들에게 다 총을 쏜 게 아니고 다른 선택을 한 사람도 있고, 후유증을 겪은 사람도 많다. 그런 사실을 오로지 엄태구의 표정에만 맡겨야 했다. 좋은 배우다.

-택시들의 카체이싱은 영화적인 장치인데.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지만 자칫 엄태구 장면에서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고.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부터 가장 부담스런 장면이었다. 꼭 찍어야 하나, 되묻기도 했다. 영화와 그 장면이 결이 다른 데란 생각도 들었다. 나와 조영욱 음악감독, 고락선 촬영감독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그래도 광주의 평범한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신 절대 여느 영화 속 카체이싱처럼 보여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려한 카체이싱 대신 한명씩 퇴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집중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초라한 느낌으로.

-영화에 CG가 무척 많이 사용됐다. 첫 장면 한남대로를 건너는 장면부터 배경은 과거의 서울로 일일이 다 CG로 그려넣은 것이고, 광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배경도 마찬가지고.

▶CG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고생해도 티가 안 나게 하는 게 목표였으니 더 고생이 많았다.

-마지막 피터 기자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을 때, 원래 시나리오에는 보안사 요원들이 탑승한 비행기에 올라탔다가 허탕 치는 장면 등 긴장감이 더하는 장면들이 더 있었는데.

▶찍었다. 그런데 긴장의 반복 같더라. 그리고 뒤에도 할 이야기가 더 있었고. 그래서 최대한 사실만 담았다. 실제로 과자박스에 취재 테이프를 숨겨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도 했고. 힌스페터 기자는 공항에서 사람들이 알면서도 보내준 것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원래 에필로그가 더 있었는데. 초반에 산모를 태우고 간 손님이 준 명함이 기자였고. 만섭이 그 기자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돈을 들고 건물에서 나온 기자에게 만섭이 돈 받으러 온 게 아니라며 광주 기자가 준 자료를 넘기는 장면이 있었다. 너무 에필로그가 긴 것 같아서 편집했다.

-배우들 이야기를 더 해보자. 류준열은 어땠나. 시체 장면은 더미인가, 분장인가. 분장이라면 그 연기도 쉬운 게 아니었을텐데.

▶만나고 정말 좋았던 게 (류준열은)굉장히 이성적이다. 바르고 순수하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소화하고 바로 표현한다. 시체 장면은 분장이다.

-유해진은 그야말로 그 시대 그곳의 사람이었는데.

▶유해진은 배우의 크기에 비해 비중이 많지 않은데도 영화의 의미를 생각해 참여했다. 광주 시민의 모습을 어떤 배우가 연기해야 관객에 오래 남을까 생각했다. 유해진이 바로 그랬다.

장훈 감독/사진제공=쇼박스 장훈 감독/사진제공=쇼박스


-마지막에 송강호가 탄 택시가 광화문으로 향한다. 촬영을 할 때는 촛불 시위가 있기 전이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뒤에는 아무래도 광화문의 의미가 달라졌는데.

▶"광화문으로 갑시다"란 대사는 의도하지 않고 쓴 게 맞다. 그런데 영화를 다 찍고 편집하고 마지막 작업에 돌입할 때, 광화문의 의미가 달라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기술시사를 한 다음 그 대사를 바꿀까란 회의도 했다. 그냥 가기로 했다. 관객이 받아들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가는 것도 영화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더라.

-고락선 촬영감독이 영화를 종으로 횡으로, 때로는 넓게 때로는 좁게, 더러는 인물을 따라다니고 더러는 깊게 들어오게 구성을 잘 했는데.

▶그렇다. 우리의 목적은 그 당시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만들자였다. 그래서 시선이 중요했다. '알제리 전투'를 레퍼런스 삼기도 했고, 시선을 쫓는다는 점은 '사울의 아들'을 참고하기도 했다. 당시의 광주를 보여주면서도 최대한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부감샷을 활용하려 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감정을 음악으로 끌어올리기 보다 감정이 끌어 올라야 할 때는 일부로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도록 담담하게 했는데.

▶될수록 누르는 쪽이었다. 만드는 사람들이 감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현장의 느낌이 최대한 나도록 해주길 바랐고, 그렇게 해줬다. 관객마다 감정이 이입하는 장면이 다를 수 있게 음악으로 감정을 고양시켜 신파로 가는 걸 피하려 했다.

-차기작은

▶이윤택 작가의 동명소설인 '궁리'로 사극을 찍는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다.

-이제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대한 강박은 버렸나.

▶한 때는 내가 직접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대한 강박이 분명히 있었다. 6년 동안 그런 걸 놓고 내 자신과 이야기한 것 같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그것대로 계속 준비할 생각이다.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내 속에서 완숙될 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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