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그만두고 맘 편해져, 전 야구만 있으면 돼"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퇴임 후 첫 공식석상… 12일 대구서 '삶' 주제로 강연

대구=김우종 기자  |  2017.07.12 14:02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12일 대구은행이 주최한 \'DGB 수요강좌\'에 참석,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사진=김우종 기자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12일 대구은행이 주최한 'DGB 수요강좌'에 참석,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사진=김우종 기자


김성근 전 감독이 퇴임 후 처음으로 외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12일 정오에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DGB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대구은행 창립 50주년 기념' 제18회 DGB 수요 강좌에 참석,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나섰다. 이날 강연회에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대구은행 임직원 및 대구 시민 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5월 23일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야인으로 지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을 지도하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리틀 야구 선수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김 전 감독이 한화 감독을 그만둔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공식 행사였다.

김 전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문 나쁜 감독 김성근입니다"라면서 "제가 떠나니까 매스컴이 조용해졌다. 아마 제가 MB 정부 때 두 번째로 여론이 나쁜 사람이었지 않나 싶다"고 농담을 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김 전 감독은 먼저 요즘 자신의 근황을 청중에게 들려줬다. 그는 "아침 6시면 눈이 떠진다. 그리고 6시 반에 사우나를 가서 7시에 아침 식사를 한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6시에 일어난 적이 없었다. 정말 하루가 길더라. 새로운 발견이다. 오후에는 울산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을 봐준다. 최근에는 저녁 11시면 매일 잠에 드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좋은 점이 많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감독직을 그만두고 배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제 그만둔 지 한 달 반 정도 돼 간다. 그래도 오늘은 '오더를 써야지'하는 생각이 날 때도 불현듯 있다. 감독을 할 때에는 만사에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만두고 나니 신경을 안 쓰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대신 집중력이 없어졌다. 바깥에 가면 저보고 얼굴이 많이 좋아지고 편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이제 갈 때가 됐다는 것 아닌가(웃음)"라고 농담도 섞어가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야구인 김성근의 강연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야구인 김성근의 강연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이날 김 전 감독의 강연 주제는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로 인생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전 감독이 강조한 단어는 '한계' 그리고 '0.1%'였다.

그는 "자기 한계를 설정하는 게 가장 나쁜 것이다. 거기에 매달려서 발전이 없다. 저에게는 늘 혹사라는 글씨가 붙어 다닌다. 혹사라는 건 한계를 넘어 새로운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한계를 절대 갖고 살아서는 안 된다. 그건 습관과 같은 거다. 가장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신념이 있느냐, 없느냐다. 스스로의 힘을 믿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전범준(29,대구 거주) 씨는 "원래 삼성 팬인데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알게 돼 오게 됐다. 비록 마지막에 좋지 않게 한화 이글스에서 그만두셨지만 그래도 야구에서 대업을 이루신 분이다. 앞으로 다시 감독직을 맡으시긴 어려울 것 같지만, 오늘 들었던 말씀들이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0.1%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이 온다. 자기 스스로 개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 뒤 야구를 빗대어 "저는 4,5점을 빼앗겨도 '뒤집을 수 있으니 나가라, 나가라' 한다. 그렇지만 요새 야구는 정말 담백해졌다. 1,2회에 4,5점을 빼앗기면 끝나 버린다. 더 (점수를) 안 빼앗기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이상을 하려고 안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전 감독은 "얼마 전 장충동에서 리틀 야구 선수들을 가르치고 왔다. 창피하고 슬픈 건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프로야구 감독이 잘려서 여기에 와있나'라며 우습게 본다. 그런데 난 야구만 있으면 된다.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제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한 번 결정하면 결과를 볼 때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판단은 길게 하되, 결단을 내리면 후회 없이. 그렇게 하면 길이 열릴 거라 본다. 세상에서 자기가 걸어 다니는 길이 행복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전 야구장 가는 길이 가장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야구인 김성근이 강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야구인 김성근이 강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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