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 김민희는 울지 않았다

전형화 기자  |  2017.03.19 06:23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희. 담담한 표정으로 홍상수 감독과 불륜을 인정했다/사진=이기범 기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희. 담담한 표정으로 홍상수 감독과 불륜을 인정했다/사진=이기범 기자


김민희는 울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습니다.

13일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민희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6월 두 사람의 불륜설이 불거진 뒤 9개월 만에 한국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연히 취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담담하게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개 석상에 나온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었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죠. 그 중에는 김민희가 눈물을 흘린 것처럼 묘사한 기사들도 제법 많습니다. 눈시울을 붉혔다는 표현도 많구요.

글쎄요, 김민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눈시울을 붉혔다는 것도, 주관이 많이 들어간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민희는 담담했습니다. 담담히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상황, 다가올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고 했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지 않는 한 쉽게 나올 수 없는 고백이었습니다.

물론 긴장한 표정은 역력했죠. 간간이 홍상수 감독과 눈을 마주칠 때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외에는 시종 긴장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코 울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봤다. 어떻게 봤을 지 궁금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낼 때, 잠시 숨을 고르긴 했습니다. 그걸 울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숨을 골랐다가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의 사랑은 세상의 축복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 다가올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그녀가 세상에 던진 선언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을 것입니다.

욕을 하든, 말든, 자유입니다. 김민희의 선택도, 그녀의 자유이자, 그녀의 책임일 테니깐요. 그렇다고 김민희에게 눈물까지 덧붙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불륜을 고백하고 눈물 흘리는 여자란 프레임으로 그녀를 가둘 필요도, 이유도 없을 듯 합니다. 적어도 그녀는 그날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깐요.

김민희의 담담한 고백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속 그녀가 맡은 캐릭터의 결기와도 닮았습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과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배우의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김민희는 오롯합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지만 오롯합니다. 어쩌면 그것 역시 김민희의 결기 때문이겠죠.

김민희의 결기가 궁금하다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권하고 싶습니다. 궁금하다면 말이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작가의 작품과 사생활을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습니다. 딱히 홍상수 감독도 그걸 나눌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전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그리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욕을 하든, 말든,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는 지금 김민희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밤의 해변에 홀로 있는 여인. 그녀는 결코 울지 않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