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족' 이요원이 말하는 #츤데레 #치열함 #오이냉국(인터뷰)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7.02.17 16:53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이요원(37)은 4년만의 영화로 가족영화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을 택했다. 드라마 '욱씨남정기'나 최근 종영한 '불야성'처럼 똑 부러지는 판타지 속 슈퍼우먼을 오랜만에 벗어났다. 겉으론 그녀들과 비슷해도 속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는 이요원이기에 더 흥미롭다.

이요원이 맡은 3남매의 둘째이자 장녀인 수경은 열혈 방송사 기자다. 겉으로는 번듯하지만 실상은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입만 열면 가시돋친 말들을 쏟아낸다. 무능한 아버지와 형제들 속에 차압당할 뻔한 인생을 억지로 일궈 여기까지 왔는데 가족들은 틈만 나면 염치없이 손을 벌리니 더 미칠 지경이다. 가족을 벗어나 10년째 월차도 쓰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는데, 소망했던 해외 특파원 자리는 뒷배 든든한 후배의 차지. 설상가상 존재조차 몰랐던 막냇동생이 나타나 그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이요원은 '막둥이'란 초창기 제목으로 된 '그래, 가족'의 시나리오를 읽고 "참 있을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가족 영화이면서 부모자식이 아니라 형제자매를 다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수경의 처지도 공감이 됐다.

"출세한 형제 하나에 부모 형제가 의지해 지내는 그런 집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수경이가 말을 모나게 하지만 걔라면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것 같았어요. 지긋지긋할 것 같아요. 이러다 미움받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수경이의 내면이 충분히 보였거든요. 그리고 막냇동생이 수경이의 인생에 들어오면서 그 인간적인 면모를 건드리잖아요."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수경이는 이요원과 닮은 점도 꽤 된다. 접근하기 어려울 듯 새침한 이미지, 톡 쏘는 말투가 제 것처럼 묻어나는 이유다. 이요원 스스로도 "다정하게 표현하는 성격이 못된다. 말로 표현을 못한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저를 오래 겪은 분들은 마음은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란 걸 안다"는 말도 두 번을 쉬어가며 했다. 어렵게 말을 마친 이요원은 "말이 안 나온다. 너무 낯간지럽고, 못 듣겠고 못 하겠다"고 푸념했다.

"제가 동글동글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어렸을 땐 귀여운 걸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은 전혀 귀엽지가 못하거든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낯가림이 심한데 이 쪽은 모르는 분들 앞에서 계속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 실제로 날카롭고 까칠한 면이 있는데 나이 들어 좀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아요."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치열하게 살아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요원은 '가장 치열했던 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항상"이라고 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한 뒤부터는 늘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 잡지모델 시절엔 못한다고 집에 가란 소리를 듣고 울며 집에 가선 독기가 생겨 포즈를 연습하기도 했단다.

따져보면 한창 인기를 얻던 20대 중반에 결혼,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정상급 배우로 활동을 계속해나간다는 게 보통 치열해선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지난 1월엔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AMP)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슈퍼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요원은 "그나마 저희는 나은 편이다. 보통의 직장맘들이 더욱 힘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과 달랐던 선택들에 대해선 "망설이는 걸 덜 한다. 한 번 결정하면 그 뿐"이라고 털어놨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고 결정했을 뿐이라면서 "내가 하지 않았던 반대의 삶을 당연히 상상해본다. 하지만 어쨌든 운명이고, 내가 선택했고, 그게 저의 길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그래, 가족'에선 이요원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장면도 있다. 증거를 녹음하려다 들킬 상황이 되자 기절한 척 연기를 하는 대목이다. 정신이 돌아오게 해야 한다며 들이부은 오이냉국을 얼굴로 받아내야 했다. 이요원은 "코믹한 장면을 찍어야 하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요원은 "사람들이 웃어줘서 다행"이라고 흐뭇해 했다. 시나리오에선 물김치였는데 다행히(?) 오이냉국으로 바뀌었단다.

주제가 주제다보니 이번 영화를 보며 가족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됐다. 이요원은 "'그래, 가족'이란 제목처럼 그래도 내 가족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면서 "저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그나마 형제가 하나인 게 다행이구나 위안을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작 자녀는 셋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그녀의 답이 이랬다. "걔네들 운명이니까 걔네들이 알아서 해야죠."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그래, 가족'의 이요원 / 사진=김창현 기자


할 말은 하고 사는 '욱씨남정기'의 능력자 욱다정, 욕망의 화신이었던 워맨스의 주인공 '불야성'의 서이경 등 이요원의 여자들은 대가 세고 거침없다. '그래, 가족'의 수경도 마찬가지다. 이요원은 "그런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낀 건 맞다"면서도 "요즘엔 청순한 여주인공 캐릭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래, 가족'을 찍으며 안성 숙소에서 문득 TV를 틀었는데 옛날 드라마가 하더라고요. 여자주인공이 너무 답답한 거예요. 시대에 따라 여자 캐릭터가 변한다는 게 확실히 다가왔어요. 저는 단순한 멜로나 남자가 나를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캐릭터에는 매력을 못 느꼈어요. 목표가 뚜렷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주체적인 여자 캐릭터가 좋아요."

하지만 다음번엔 조금 달라지고 싶다. 영화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지만, 드라마에서라면 전과는 조금 다른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표현해보고 싶단다. "재벌, 능력있는 CEO 이런 건 해보고 싶은 만큼 해본 것 같아요. 장르와 상관없이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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