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연쇄테러사건' 아이돌은 진화한다

김현록 기자  |  2007.07.19 10:46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빼고 이 영화를 말할 수 있을까. 영화 '꽃미남 연쇄테러사건'(감독 이권·제작 SM픽쳐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13인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전원(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빠진 규현을 제외하고)이 배우로 참여했고, 이들을 키워낸 주인공들이 제작을 맡았으며, 팬들과 언론이 붙여준 '꽃미남'이란 수식어를 당당히 제목에 올린 작품이다.

이른바 슈퍼주니어를 위한, 슈퍼주니어에 의한, 슈퍼주니어의 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각 고등학교를 대표하는 꽃미남들이 연이어 똥세례를 맞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고 피해자들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늘푸른 고교의 3대 얼짱들은 서로 피해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 나선다.

그리고 슈퍼주니어는 초절정 꽃미남부터 평범한 모범생, 날나리와 구박데기 등 주연부터 조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풍족한 머릿수로 풍성하게 채운다.

비틀즈도, 엘비스 프레슬리도 10대들의 우상 시절 영화를 찍었고 또 대히트를 기록했지만 유독 한국의 아이돌 영화는 질시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준비없는 가수가 신성한 배우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데 대한 반감도 컸지만 함량미달의 결과물에 따른 반작용이 더 컸다. 젝스키스의 1998년 학원물 '세븐틴'이나 H.O.T의 2000년 3D영화 '에이지 오브 피스'의 계보를 잇는 기획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역시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행히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을 보며 당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이돌은 진화했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 역시 치밀해졌다. 멀티플레이어를 표방하는 요즘 아이돌은 데뷔 전부터 노래와 연기를 함께 연마했고, 이미 수많은 가수가 배우로 활동 중이다.

검증된 작가는 요즘 10대의 구미에 맞는 스토리를 짜냈고, 제작사는 여느 영화의 절반도 되지 않는 8억원대로 순제작비를 졸라맸다.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맞춤 배역 덕에 '얼마나 했나 어디 두고보자' 하던 까칠한 마음은 스르르 풀어진다.

까불대는 댄스팀 자뻑남 희철(김희철 분), 어수룩하지만 우직한 유도부장 강인(김영운 분), 진지하고 조용한 기범(김기범 분), 댄스팀의 구박데기 신동(신동희 분)….

대부분의 캐릭터는 TV를 켜면 나오는 슈퍼주니어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빌렸다.

10대들의 문화도 곳곳에 반영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 조회수에 대한 집착, 누구나 '한 방에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인터넷 문화의 환상 등을 곳곳에 녹였다. 신선함과 기발함 대신 친숙함과 안전을 택한 셈이다.

더욱이 영화가 표방하는 것은 '아이돌의 영화'가 아닌 '아이들의 영화'.

슈퍼주니어는 그들 역시 불안감과 따분함을 시덥잖은 주제에 열광하는 것으로 해소하는 '평범한 고삐리' 임을 거듭 강조한다.

스스로가 평범하다는 아이돌 스타의 기획영화는 자체로 어불성설일 터. 그러나 카리스마로 군림하기보다는 이웃집 오빠나 동생같은 편안한 이미지로 어필한 슈퍼주니어의 태생 덕에 설득력을 얻는다.

벌써부터 '이런 영화는 공짜로도 안보겠다'느니 '슈주팬 1명이 10번만 봐도 200만명 돌파는 문제없다'는 반응이 곳곳에 등장한다. 고질적인 아이돌 영화에 대한 편견과 아이돌을 따라 변한 조직적인 팬파워가 맞붙었을 때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의 성패가 영화계 불황과 멀티플레이어 전성시대를 동시에 맞은 지금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영리한 기획,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은 진화하는 아이돌의 현주소다.

26일 개봉.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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