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포커스] "내가 웃게해준다고 했지" 울음 그친 손흥민의 도전

스포탈코리아 제공   |  2018.06.25 08:17


[스포탈코리아=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조용운 기자= 막내에서 에이스로 맞은 생애 두 번째 월드컵. 손흥민은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김없이 눈물이 터졌다.

그런 손흥민을 보며 축구팬들은 함께 울었고 또 웃음도 지었다. "내가 웃게해준다고 했지!"라며 패기 좋게 러시아월드컵 출사표를 던졌던 손흥민의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졌다.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는 태극전사 23인의 개성 넘치는 월드컵 도전 인사를 공개했다. 각자 인상적인 표정과 함께 월드컵을 앞둔 각오를 함께 각인한 출사표를 공개했다. 눈길을 끈건 단연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내가 웃게해준다고 했지"라는 말로 월드컵에서 보여줄 자신의 활약을 확신했다.

어쩌면 자기 암시일 수도 있다. 손흥민은 사실 월드컵 무대를 두려워한다.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지 알아서 생긴 두려움이다. 무지한 용기만 앞세웠던 4년 전 뼈저리게 느껴본 세계의 벽은 손흥민에게 기분 좋은 압박과 긴장감으로 연결됐다.

러시아월드컵이 하루하루 다가올 수록 손흥민의 월드컵은 두려움에서 무서움으로 변했다. 4년 전 아무 것도 몰랐던 때와 그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그를 짓눌렀다. 팀을 대표하는 걸 떠나 이끄는 자리가 됐고 마냥 상대의 벽이 높아 눈물을 흘리는 대신 극복하는 걸 선도하는 입장이 됐다.

손흥민은 보다 성장하고 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월드컵에 뛰어들었다. 스웨덴전에서 윙백처럼 뛰며 팀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멕시코전에서는 한국의 자존심을 살리는 만회골로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손흥민의 두 번째 월드컵은 끝나는 듯했다. 2연패. 세계의 벽에 막혀 16강 진출에 좌절했던 첫 번째 월드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성적이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대표팀은 더 허술하고 비판을 들어야 했다.

손흥민도 멕시코전 이후 흐르는 눈물을 제어할 수 없었다. "사실 안 울려고 노력했다. 저보다 어린선수들도 있고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더라. 국민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는 속마음처럼 손흥민은 커진 책임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4년 전보다 한층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표현이었다. 막내일 때 마냥 울었던 그는 눈물을 흘리다 말고 보다 비판받는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그런 손흥민을 두고 팬들은 웃음을 지었다. 에이스다운 환상 골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모습에 동료를 품는 그릇까지 손흥민은 승리가 아닌 다른 면모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내가 웃게해준다고 했지"의 또 다른 반응이었다. 물론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으로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신 손흥민은 4년 전보다 확실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약속을 지킨 손흥민이 자신의 눈물을 멈추고 도전을 이어간다. 아직 16강 진출 희망은 있다. 다음 상대가 세계 최강 독일이라 가능성은 1%에 불과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독일은 세계적인 강팀이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다른말이 필요없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말 죽기살기로 해야한다. 마지막 경기서 국민들께 즐거움과 희망을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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