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탬파베이는 왜 시즌 절반을 몬트리올서 치르려 할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9.06.21 15:13
탬파베이의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  /AFPBBNews=뉴스1 탬파베이의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 /AFPBBNews=뉴스1
한국인 타자 최지만(28)의 소속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가 팀의 홈 경기를 탬파베이와 몬트리올(캐나다), 두 도시에서 나눠 치르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구단주들로 구성된 MLB 집행위원회는 20일(한국시간) 이 제안을 심사한 뒤 탬파베이에 이 방안의 실행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이번 집행위의 결정이 본거지 이전 결정과는 전혀 무관하며 새로운 대안의 현실적인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도록 허락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으나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제안이 등장한 것과 그것이 실행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변화로 인해 리그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탬파베이가 검토하겠다고 나선 ‘한 구단-두 연고지’ 안은 쉽게 말해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한 가족 두 지붕’인 ‘두 집 살림’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시즌 전반기에는 탬파베이 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여름부터 폭염과 많은 비가 내리는 플로리다를 떠나 온화한 날씨인 몬트리올로 홈구장을 옮겨 후반기를 보내는 방안이다. 언뜻 보기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 같고 현실이 될 가능성은 ‘1’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방안이 검토 단계까지 가게 된 과연 어떤 연유에서일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처방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탬파베이의 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지은 지 30년이나 된 돔구장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낡은 구장을 대체할 새 구장 건립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 시작한 지 벌써 한참이 지났지만 새 홈구장이 건립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이 여름에 폭염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기 때문에 지붕이 있는 돔구장이 필수적인데 구단의 취약한 팬 기반으로 인해 엄청난 건립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트로피카나필드가 갈수록 낡아지는 상태로 방치돼 있으면서 팬들은 거의 경기장을 찾지 않고 있다. 팬 기본 층이 약하다 보니 구단 TV 중계권도 MLB 전체 최하위권이며 당연히 선수들의 페이롤 총액도 최하위권이다. 탬파베이의 선수 페이롤 6000만 달러는 MLB 전체 최하위이고 경기당 1만4500명 수준의 입장관중 수는 마이애미 말린스를 제외하고 가장 적다.

빈 자리가 많은 트로피카나필드의 관중석.  /AFPBBNews=뉴스1 빈 자리가 많은 트로피카나필드의 관중석. /AFPBBNews=뉴스1
놀라운 사실은 탬파베이가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뉴욕 양키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애미처럼 성적마저 바닥인 것이 아니라 순위는 상위권인데도 전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어쩌다 한 번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항상 그래왔던 현상이다. 탬파베이 구단이 22년 역사상 관중 동원 순위에서 아메리칸리그(AL) 9위 이상이었던 시즌은 창단 첫 해 한 번뿐이었고 지난 2008년 AL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오클랜드와 캔자스시티, 단 두 구단만이 탬파베이보다 평균관중이 적었을 정도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상태로는 구단이 탬파베이 마켓에서 건강한 생존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로피카나필드와 리스 계약이 2027년까지 되어 있고 탬파베이 마켓을 당장 완전히 떠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몬트리올을 시즌 절반의 연고지로 ‘수입’하는 방안이다. 지난 2004년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으로 떠나가 내셔널스가 된 후 15년째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는 몬트리올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복귀를 원하고 있으니 이를 지렛대 삼아 경제적인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일단 ‘두 집 살림’이라도 꾸려놓는다면 그 이후에도 탬파베이 쪽의 서포트가 향상되지 못할 경우 연고지 완전 이전을 시도하는 데도 한결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탬파베이 구단주 스튜어트 스턴버그는 구단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우선 순위는 오랜 세월 동안 탬파베이에 남는 것”이라면서 “이번 제안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탬파베이 시 정부가 발끈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릭 크리스만 시장은 “탬파베이 구단은 (현 트로피카나필드 리스가 끝나는) 2027년 이전에는 몬트리올은 물론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다”면서 “그런 결정은 내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런 멍청한 제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생각조차 없다”고 원색적인 말로 쏘아붙였다.

하지만 탬파베이 시 정부 입장에서도 구단을 인질로 잡고 버티기만 하다가는 구장 계약 리스가 만료되는 2027년 이후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계속 큰소리만 치고 있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당장 어떤 결론이 나오길 기대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론 양측이 한 자리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탬파베이 선수들.  /AFPBBNews=뉴스1 탬파베이 선수들. /AFPBBNews=뉴스1
사실 구단 입장에서도 두 집 살림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다. 시즌의 절반을 서로 다른 도시, 아니 아예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선수노조의 허락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 과연 양 도시의 팬들이 팀을 ‘자기 팀’이라고 생각해 줄지도 의문이다. 반쪽짜리 팀이라고 양쪽에서 모두 외면 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당장 팀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두 집 살림에 필요한 구장을 양쪽 도시에서 모두 얻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곳에서도 얻기 힘든 구장은 양쪽에서 마련해야 하니 쉬울 리가 없다. 구단측은 일단 시즌을 절반씩 나눌 경우 탬파베이의 새 구장은 굳이 비싼 돔구장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즉 폭염과 폭우가 문제인 여름부터는 몬트리올로 갈 것이니 굳이 비싼 돔구장을 짓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장 건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 제안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단기간 내에 어떤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할 수 없겠지만 현 상태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집 살림을 시도해보겠다고 나선 탬파베이 구단의 창의력(?)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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