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첫 판 패배' LAD, 1~2차전을 홈에서 치렀다면...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8.10.16 12:06
LA 다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에서 홈 필드 어드밴티지는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 땅덩이가 워낙 크다 보니 홈팀과 원정팀 관중들의 경계선이 한국보다 훨씬 명확하게 갈리고 그에 따라 아무래도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경기를 하는 것과 적지에 가서 경기하는 것에서 승률 차가 크게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정규시즌보다 훨씬 더 승리에 대한 중압감이 증폭되는 플레이오프의 경우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갖는 것과 갖지 못한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플레이오프 경기에 대한 승률 조사를 해보면 홈경기 승률이 정규시즌에서보다 더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홈 필드 효과도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미국프로풋볼(NFL)의 경우는 플레이오프에서 홈 필드 어드밴티지의 효과가 다른 종목보다 훨씬 큰 것으로 유명하다. 농구(NBA)나 야구(MLB), 아이스하키(NHL) 등은 플레이오프에서 보통 7전4선승제의 시리즈를 치르는 반면(MLB와 NBA는 5전3선승 시리즈 또는 MLB 와일드카드 라운드처럼 단판승부도 있다) NFL은 단판승부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기에 홈 필드 효과가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역사적으로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비교해 봤을 때 NFL의 경우는 플레이오프 홈 승률이 65%에 달해 정규시즌(57%)보다 8%나 높다. NFL 정도는 아니지만 NBA 역시 시리즈임에도 플레이오프 홈팀 승률이 65%에 달해 정규시즌 60%에 비해 5%가 올라갈 정도로 플레이오프에서 홈 필드 어드밴티지가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MLB와 NHL의 경우는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한다. NHL의 홈 승률은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에 관계없이 55%를 유지하고 있고 MLB도 거의 비슷한 54%로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차이가 없다. MLB의 경우 승률 54%란 것은 팬들의 성원과 홈팀에 유리한 판정, 구장에 대한 익숙함, 후공에 따른 이점 등을 감안해도 홈구장 이점으로 인해 승패가 뒤바뀌는 경기 수는 12경기 중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라고 한다.

이 정도 수치라면 사실 기본실력은 처지지만 홈 필드 덕으로 7게임 시리즈에서 승리할 확률은 분명히 존재하긴 해도, 그다지 높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홈 필드를 가진 팀의 승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 정규시즌에 높은 승률을 올려 홈 필드 이점을 얻었기에 당연할 결과라는 평범한 진리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에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도입된 1969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홈팀 승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를 보면 홈 필드 어드밴티지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고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홈 필드의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와일드카드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홈 필드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가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로 올라가면 갈수록 홈 필드 효과가 커진다.

특히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홈팀의 승률은 44승21패로 68%에 달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물론 같은 기간 월드시리즈에서는 홈팀의 승률이 18승18패로 승률 5할에 그치고 있지만 이는 월드시리즈에서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누가 갖느냐는 것이 그동안 양팀의 승률이 아니라 다른 요소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에 승률에 의한 홈 필드 효과와 직접 비교하기 힘들다.

실제로 월드시리즈의 홈 필드 어드밴티지는 오랜 세월 동안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매년 돌아가며 가졌고 2003년부터 2016년까지는 그 해 올스타게임에서 승리한 리그 팀에 월드시리즈에서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주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시즌 승률과 관계없이 홈 필드 이점을 얻었기에 이 기간 중 결과를 홈필드 효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월드시리즈의 경우는 승률로 홈 필드를 정한다고 해도 양팀의 승률이 서로 다른 리그(경쟁)에서 얻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 직접 비교도 어렵다. 공교롭게도 승률에 의해 월드시리즈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결정한 첫 해인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선 홈팀인 LA 다저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홈 7차전을 내주며 시리즈를 패했다.

월드시리즈에서의 홈 필드 조건이 그동안 승률 이외의 요소로 결정돼 왔음을 감안할 때 진정한 의미의 홈 필드 효과를 분석하려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LCS)가 적격인 셈이다. 그리고 LCS에서는 최근 6년간 홈팀의 절대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샘플 기간이 너무 짧아 이것만 가지고 홈 필드 이점이 엄청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무리이지만 승률이 7할에 육박한다면 그냥 무시하기도 힘든 데이터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밀워키 브루어스와 LA 다저스의 올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를 살펴보면 밀워키의 홈 필드 이점이 잘 보이지 않는 부문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일찌감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1차전 선발로 정한 뒤 2차전 선발로 류현진과 워커 뷸러를 놓고 고민한 것은 두 선수가 모두 원정경기보다는 홈에서 월등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류현진의 경우는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올해 10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1.03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시리즈의 기로인 3차전 홈경기에서 류현진을 선발로 내면 딱 좋겠지만 이 경우 뷸러가 원정 2차전에 나서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뷸러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디비전 시리즈 3차전 원정경기에서 올 시즌 단 3번째로 5실점을 하며 흔들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류현진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홈에서 강한 뷸러(홈 평균자책점 1.93)을 3차전 선발로 낙점한 것은 아무래도 원정 2차전 선발로 루키인 뷸러보다는 류현진이 믿음직스럽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그 판단이 맞았는지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비록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냈고 다저스는 막판 역전승으로 적지에서 1승1패를 거둬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빼앗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1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3연전 첫 경기를 내줬다. 1승2패가 된 다저스는 남은 홈 2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시리즈를 끝내지 못하고 다시 적지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시리즈가 6차전 이후로 갈 경우 원정에 약한 류현진과 뷸러가 6, 7차전에 등판하는 순서가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만약 이번 시리즈의 홈 필드 어드밴티지가 밀워키가 아닌 다저스 쪽에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다저스로선 훨씬 손쉽게 로테이션을 셋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홈에서 벌어지는 1, 2차전에 커쇼와 류현진(또는 뷸러)을 선발로 내보내는 것을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시리즈 6, 7차전에 이들이 밀워키가 아닌 홈에서 등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류현진과 뷸러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 올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갖고 있으니 훨씬 자신감을 갖고 시리즈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홈 필드 어드밴티지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아직도 다저스가 시리즈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홈 필드 이점을 갖고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홈 필드 어드밴티지의 위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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