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스프링캠프 임박에도 여전히 얼어붙은 FA시장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2018.02.09 09:48


여전히 FA 신분으로 남아 있는 다르빗슈 유, J.D 마르티네스, 에릭 호스머(왼쪽부터) /AFPBBNews=뉴스1 여전히 FA 신분으로 남아 있는 다르빗슈 유, J.D 마르티네스, 에릭 호스머(왼쪽부터)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 대부분 팀들은 오는 14일(이하 현지시간)에 투수와 포수들을 소집하며 야수들은 19일부터 캠프에 입소한다. 시범경기는 23일부터 시작된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스프링 트레이닝은 1년 중 가장 산뜻한 느낌을 받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주는 시간이다. 과거 성적에 관계 없이 새 시즌은 뭔가 다를 것이라고 꿈꿔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올해 최고의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막연하게나마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도 있다. 뭔가 설레고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가득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지금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싸늘한 느낌이다. 우선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이번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간판급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이 스프링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장면. /AFPBBNews=뉴스1 지난 2017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이 스프링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장면. /AFPBBNews=뉴스1


거포 J.D. 마르티네스를 비롯해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타카스 등 올스타급 타자들과 에이스급 선발투수 제이크 아리에타, 다르빗슈 유, 특급 불펜투수 그렉 홀랜드 등이 아직도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이 목전에 닥쳤는데 이처럼 많은 특급선수들이 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임박했음에도 워낙 많은 FA 선수들이 계약할 팀을 찾지 못하자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이들에게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중 팀 차원의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미계약 선수들을 위한 31번째 트레이닝 캠프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노조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 이런 캠프를 열 만한 장소를 물색했는데 플로리다 브래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캠프를 운영할 스태프도 구축하고 있는데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보 포터가 캠프 운영을 맡기로 내정됐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팀 없는 선수들을 위한 트레이닝 캠프를 선수노조가 마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구단들이 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30개 구단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여개 구단은 아예 올해 플레이오프에 도전해볼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애미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 등은 이번 오프시즌 단 한 명의 선수와도 메이저리그 FA 계약을 하지 않았다.

마이애미 같은 경우야 아예 연봉감축을 위해 팀 공중분해에 나선 상황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볼티모어 같은 팀도 아예 FA 시장에서 발을 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돈을 조금 써서 선수 몇 명 보강한다고 우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밖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신시내티 레즈, 시카고 화이트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도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다. 대놓고 시즌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팀은 없지만 당장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움직임이 없는 것만으로도 이미 메시지는 분명히 나온 상태다.

미래에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 현재의 경쟁력을 포기한다는 전략, 좋게 말하면 장기적인 구단재건 전략이지만, 소위 '탱킹'(tanking, 대개 다음 해 드래프트에서 좋은 순위를 얻어 좋은 신인을 뽑으려는 것이 목적) 전략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탱킹' 전략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무려 324패를 당하는 극단적인 탱킹 전략을 구사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등극하고 지난 2012년 101패를 당했던 시카고 컵스가 2016년엔 무려 108년간 이어온 월드시리즈 우승가뭄을 끝낸 사례들이 장기적인 탱킹 전략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양키스나 다저스처럼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재정적 능력을 가진 팀이 아닌 이상 과거와 같은 경쟁방식으론 이들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에 따라서 휴스턴의 우승모델을 따라 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팀들의 팬들은 미래를 위해 알아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우승 가능성이 있는 구단들은 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는 메이저리그에 최근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통한 선수들의 가치를 분석하는 작업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선수의 가치를 객관적, 수치적으로 평가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내셔널리그 챔피언 LA 다저스는 이번 오프 시즌 초점을 선수 연봉총액을 사치세 부과기준선(1억 9700만 달러) 밑으로 끌어내리는데 맞췄다. 이미 구축한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우승도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전력 보강보다는 불필요한 연봉부담을 덜어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돈이 있는 구단으로 분류되는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팀도 마르티네스 같은 대형 FA 선수와의 계약 협상에서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돈이 있는 팀들조차 소위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는 것이다.

토니 클락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 /AFPBBNews=뉴스1 토니 클락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 /AFPBBNews=뉴스1


이런 분위기에 대해 선수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토니 클락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베테랑 FA 선수들이 계약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구단들은 아예 이기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성명서는 "메이저리그 산업계 전반적으로 수익과 구단 가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음에도 불구, 역대 최다규모에 달하는 뛰어난 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이 아직도 뛸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스프링 트레이닝은 항상 새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시기였지만 올해는 아니다. 상당히 많은 팀들이 (우승이 아니라) 꼴찌가 되려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런 행동은 구단과 팬 사이에 기본 신뢰는 깨뜨리는 것으로 경기의 본질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성명서는 현재의 분위기와 그로 인해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당장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파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은 구단들이 계속해서 FA 선수들과의 계약을 외면할 경우 선수들이 파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놓였다. 다른 선수들도 FA 선수들과의 계약을 외면하게 만드는 '탱킹' 전략에 구단들이 계속 합류할 경우 선수들에 미칠 타격이 심대할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움과 경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토드 프레이저와 뉴욕 메츠의 2년 170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브로디 밴 와지넨은 "선수들 사이에서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구단들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투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의 보이콧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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