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안 한 'FA 재취득 4년', 구단들 걱정은 '먹튀'와 계약금 증가 [KBO 혁신③]

야구회관(도곡동)=김동영 기자  |  2020.01.23 16:07
각각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4년 4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오지환-김선빈. 둘 모두 총액 40억원 가운데 계약금이 16억원으로 40% 비중을 기록했다. /사진=LG,KIA 제공 각각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4년 4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오지환-김선빈. 둘 모두 총액 40억원 가운데 계약금이 16억원으로 40% 비중을 기록했다. /사진=LG,KIA 제공
39번째 시즌을 맞는 KBO리그에 거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변경과 샐러리캡 도입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단행했다. 관중 감소, 경기력 저하 등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스타뉴스는 이번 이사회 결정과 관련한 배경과 의미,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샐러리캡, 왜 40명 평균-120% 상한? ML사례-구단-선수 다 살폈다

② 너무 잘 해도 문제? 외인 3명 총액 400만$ 제한의 '딜레마'

③ 논의 안 한 'FA 재취득 4년', 구단들 걱정은 '먹튀'와 계약금 증가

이번 이사회를 통해 KBO는 무려 19개에 달하는 규정과 규약을 손봤다. 하지만 다루지 않은 부분도 있다. 'FA 재취득 4년' 규정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폐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구단들과 KBO는 이를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행 제도상 한 번 FA가 된 선수는 다시 FA가 되기까지 풀타임(시즌 145일 이상 등록) 4년을 더 뛰어야 가능하다. 선수협은 불합리한 규정이라 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풀타임(172일 등록) 6시즌을 마치면 FA가 되고, 이후 재취득 요건 자체가 없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안치홍(30)이 롯데와 2+2년 최대 56억원에 계약한 것이 화제가 됐다. 2년 후 구단과 선수의 의사에 따라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메이저리그식 '옵트아웃'이다. 이로 인해 FA 재취득 4년이 다시 부각됐다.

KBO도 알고 있다. 하지만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KBO 관계자는 "FA 재취득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재취득 제한이 없다면, FA 선수가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FA가 될 수 있다. 구단에는 부담이다. 최소한 4년이라는 제한을 두면, 선수들이 다시 FA가 되기 위해 기량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안전장치 겸 동기부여 측면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먹튀'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계약금'을 짚었다. KBO리그 FA 계약의 특성상 계약금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KBO 관계자는 "우리는 계약금 비중이 아주 높다. 계약금을 연봉보다 많이 주는 구조 아닌가. 메이저리그처럼 사이닝 보너스(계약금)를 받지 않거나 소액만 받고, 연봉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KBO 이사회 모습. 21일 KBO 이사회 모습.
이번 2020년 FA 계약을 마친 선수는 현재까지 16명이다(2019년 FA 노경은 포함). 총액은 347억원. 이 가운데 계약금이 99억 2000만원(28.6%)이다. 오지환(LG)과 김선빈(KIA)의 경우 나란히 총액 40억원 가운데 계약금만 16억원(40%)에 달하고 연봉은 각각 6억원과 4억5000만원이다.

2019년 FA 역시 총액 490억원 가운데 계약금이 155억원으로 31.6%를 차지했다. 특히 '빅3'였던 양의지(NC)-최정-이재원(이상 SK)은 합계 300억원 가운데 계약금이 37.7%(113억원)이었다.

과거의 관례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까지만 해도 계약금은 '기타소득', 연봉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세율이 달랐다. 기타소득은 세율이 4.4%이고 사업소득 최대 36%여서 선수로선 당연히 계약금을 많이 받는 것이 유리했다. 2005년 정부에서 계약금도 '사업소득'으로 규정하면서 계약금이나 연봉 모두 같은 세율이 적용됐다(현행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기준 최대 42%).

하지만 이후에도 계약금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세금과 별개로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계약금 지급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취득 제한이 사라지면, 1년씩 FA 계약이 가능하고 그 때마다 계약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계약금 비중이 아주 낮다. 아예 없는 계약도 많다.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 2400만 달러에 계약한 게릿 콜은 계약금이 없다.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에인절스와 7년 2억 4500만 달러에 FA 계약한 앤서니 렌던은 계약금이 400만 달러가 전부다. KBO와 차이가 크다.

KBO 관계자는 "최근 안치홍의 FA 계약이 화제가 됐다. 재취득 4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 2+1, 3+1년 같은 계약은 예전부터 있었다. 재취득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논의를 해야 한다. 선수협의 요청이 있었지만, 양보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FA 재취득 연한을 없애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FA 제도가 되려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KBO와 선수협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