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최현영 감독의 벚꽃엔딩 비하인드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2019.04.21 09:30
최현영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최현영 감독 / 사진=임성균 기자


벚꽃 흩날리는 이 봄바람의 끝이 아쉽다면, 영화로 아름다운 벚꽃엔딩을 만나보면 어떨까.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감독 최현영)에서는 일본 나고야의 아름다운 벚꽃 엔딩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유명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원작 소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스크린으로 옮긴 최현영 감독(31)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주인공이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현영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소녀시대 출신 최수영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주연 배우로 한뼘 더 성장했다.

영화과 재학 중 단편영화 '그 후...'(2009)로 히로시마에서 열린 다마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 감독은 '막다른 추억의 골목'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대학교 졸업 후 영화 배급 및 마케팅 회사에서 영화 관련 지식을 쌓은 최현영 감독은 영국에서 국제문화정책경영을 공부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연출하게 됐다.

최현영 감독은 15회차 만에 영화 한 편을 끝내기 위해 일본 나고야에서 한달 넘게 지내며 고군분투 했다. 최현영 감독에게 직접 영화 제작 스토리와 영화 속 '벚꽃엔딩'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국에도 팬이 많은 작가다. 그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어떻게 연출하게 됐나.

▶ 제가 지난해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잠깐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연락을 받았다. '막다른 추억의 골목' 연출을 제안하시면서 일단 원작을 읽으라고 해서 바로 서점에 갔다. 바로 서점에서 마지막 챕터를 읽었는데 뭔가 따뜻한 눈물이 슥 올라오더라. 이 감성과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출을 하기로 했다. 처음 연출 제안이 온게 1월 중순이었는데 1월에 계약서를 쓰고 시나리오 초고가 2월 둘째 주 나왔다. 3월 말이 촬영 예정일이었기 때문에 2주 만에 시나리오 초고를 썼다. 그리고 캐스팅부터 해서 바쁘게 진행됐다.

최수영 / 사진=\'막다른 골목의 추억\' 스틸컷 최수영 / 사진='막다른 골목의 추억' 스틸컷


소녀시대 출신 최수영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최수영을 캐스팅한 이유는.

▶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기획영화다 보니까 시간이 촉박했다. 이 영화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일본어를 공부시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연기도 되고, 인지도도 있는 배우를 생각하다가 수영씨가 떠올랐다. 수영씨 외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게 맞다. 일본어를 할 때, 일본인들이 들어서 발음이 좋아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인들이 들었을 때 꾸미는 일본어 톤이 아니라, 편안한 일본어를 쓰는 분과 작업하고 싶었다. 정말 수영씨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자 배우인 다나카 슌스케도 일본 아이돌 출신 배우다. 두 주인공 모두 양국의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점이 재밌다.

▶ 제가 연출을 맡았을 당시 다나카 슌스케는 이미 캐스팅 돼 있었다. 그래서 여배우도 아이돌 출신인 수영씨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운명처럼 두 사람 모두 90년생이고, 백그라운드도 비슷했다. 빨리 친해질 것 같았고, 그러면 현장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저희가 제안했을 때 수영씨도 빨리 오케이 해줬다. 현장에서도 이런 캐스팅 덕분에 분위기가 편했다.

최수영에게는 이번 영화가 첫 주연이라 부담도 됐을 것 같다. 일본에서 일본 배우와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촬영이 진행 됐나.

▶제가 수영씨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작품 속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봤다. 영화계가 보수적인 곳이라 기회가 쉽지 않다. 특히 수영씨 같은 뭔가를 이룬 사람들이 오히려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저랑 수영씨랑 이야기 했던 것 중에 제 마음을 많이 움직였던 것은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니 끝까지 잘 해내자'라고 말한 것이었다. 여자 대 여자로서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 정말 좋은 배우다. 주변에서 원래 자기 배우는 다 예뻐 보인다고 하는데, 수영씨는 정말 예쁜 배우다.

/사진=\'막다른 골목의 추억\' 스틸컷 /사진='막다른 골목의 추억' 스틸컷


마지막 벚꽃 엔딩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다.

▶ 그 마지막 장면은 가장 친해져야 할 장면인데, 벚꽃이 떨어질까지 가장 처음에 찍었다. 저희가 15회차 만에 영화 촬영을 끝냈다. 처음 나고야에 장소 헌팅하러 갈때는 벚꽃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나무가 벚나무인지 몰라서 미술팀이랑 제작팀이 다 동원돼서 찾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첫 촬영이 한 주 미뤄졌는데, 벚꽃이 떨어질까 봐 수 많은 신들에게 기도했다. 다행히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다.

영화에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정말로 사랑한다면'이 나온다. 마지막 주인공들의 엔딩 장면에서도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나오는데.

▶ 영화감독을 꿈꾸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홀로 캠퍼스에서 묵묵히 노래하던 대학생 장범준의 목소리에 울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내가 영화 감독을 하게되면 음악감독을 해줬으면 생각했다. 그만큼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기에 촬영이 시작될 때 쯤 음악을 쓰고 싶어 불쑥 연락 했는데, (장범준이)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내가 받았던 위로처럼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특히 벚꽃 엔딩 장면은 더 빛이 나게 된 것 같다. 오래 전 인연을 빌미로 불쑥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겸손하고 한결같은 멋진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선뜻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힘이 되었다. 언젠간 꼭 보답하고 싶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지만, 다시 스스로 일어서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사람이 포인트다.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 사람을 통해 어느 정도 위로 받을 수 있다.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힐링이라고 표현하기보다, 행복이라는 것이 스쳐 지나가는구나 하는 원작자의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찰나의 행복과 사람들이 주는 힘으로 인해서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현영 감독과 다나카 슌스케 / 사진=스틸컷 최현영 감독과 다나카 슌스케 / 사진=스틸컷


극중 유미(최수영 분)와 니시야마(다나카 슌스케 분)의 관계가 굉장히 담백하다. 더욱 극적으로 가려면 러브라인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반응도 있었다.

▶ 원작 소설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좀 더 미묘한 감정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남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저는 이 관계가 동성, 이성 이렇게 분리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성 친구라는 것이 요즘 우리 시대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다. 이 위로가 사랑의 감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나.

▶ 제가 배급사에서 일을 해봤다. 그래서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안다. 극장에 많이 안 걸리는 것은 아쉽지만 스크린 쿼터로 억지도 올리는 것도 싫다. 이 영화의 운명은 제 손을 떠났다. 저 역시 개봉 당시 스크린에서 못 보고 흘려보냈지만, 다시 IPTV 등으로 봤을 때 와 닿는 영화가 많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화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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